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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Eyre Jan 20. 2022

나를 잃어버린 2021년

다시 돌아보는 2021년,


2021년이 지나고 벌써 많은 날이 지났다. 왜 이 글이 연말의 가득했던 감정안에서 쓰여지고 그때 발간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글의 마지막에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크리스마스 음악소리가 카페를 가득 매우고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가장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입안에 가득 머금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옷깃에 머리를 박은채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한해 동안  많은 일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들과 생각과 사는 이야기를 부볐다. 가치관의 이견 속에서 나를 냉정히 돌아보기도 했고, 그런것들에서 가끔은 감정의 혼선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것들을 놓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선택 보다는 조금씩 순간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도 익혀나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음악의 선율이 나를 온전히 감싼다. 진짜 12월이다.



팬더믹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간다. 그러는 동안 계절은 공평하게 그들에게 언제나처럼 다가갔고,  누군가는 그들을 떠나갔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악착같이 한해를  이겨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우리는 전대미문의 시기를 보냈다. 이겼다는 말은 누군가는 졌다는 말이기에  달갑지만은 않지만, 겨울의 추위만큼이나 사회는 점점 얼어가는 현실을 인정할수밖에 없다. 아침마다 올라오는 기사에서 훈훈하고 따뜻한 기사는 찾기 힘들다. 나에게 2021년은 그동안 글로만 남겨왔던 나를 투영해보고 회고하며, 그리고 그만큼 나를 버리며 성장한 한해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글처럼 온전히 살아가지는 못했다. 타협속에서도  본분을 잊지 않고,  내가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생각해보는 한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륜의 가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올해로 12년동안 제과제빵이라는 외길 인생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여러번 진급이 되었다. 매장 오픈도 경험해 봤고, 속해있는 회사의 흥망성쇠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껴봤다. 그리고 많은 수백명의 사람들을 면접을 보고, 여러가지 신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제품을 개선했다.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며 그들이 나의 일부인 것처럼, 그들에게 나도 일부가 되기 원했다. 한달에 몇번을 일본 벤치마킹을 가기도 했고, 열사병이 지독했던 어떤 해에는 도쿄의 제과점에서 일을 했다. 프랑스와 일본에서 실습과 유학을 거치며 해외 유명 셰프들의 단기수업들에 참가하고 대회에 나가서 수상도 했다. 전문학교때 제과제빵과에 재학중일때 담당 교수님이 분기에 한번정도는 이력서를 채울만한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라고 했다. 12년을 돌이켜 보니, 이제 제법 이력서가 가득차 보인다. 여전히 배울것이 많고 부족하고 고쳐지지 않는 아집들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직업에서 10년정도 있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라고 불러준다.  호칭은 어떤 효력도 없을뿐더러 공적인 호칭도 아니다. 시간이 주는 보상에 만족하기 싫었고, 하는 동료들에게,  직업을 새로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각자 존재의 위대함과 서로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전문가 : 무슨일에 굉장히 정통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췄다고 사회에서 여겨지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 물리학자인 닐스보어는 전문가란 '아주 좁은 범위에서 발생할수 있는 모든 오류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 나무위키 출처 -


연륜의 가치는 단순하게 기술의 우월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만한 보상을 해준다. 생각의 유연함, 포용력, 지혜 등이 그런것들이다. 열심히의 정의가 각자가 다르겠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상은 아니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이고, 연륜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쌓이지는 않는다. 세월의 경험 속에서 느끼고, 반성하고, 나를 깍아내고, 엄청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야하며, 혁신적인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그 가치의 본질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선배나 전문가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오래 가지 못했고, 지극히 상업적으로 사람을 대하며, 서서히 꺼지는 촛불처럼 내 주위에서 사라져갔다. 시작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한겨울에 서울에 올라와 1평 고시원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과정의 순간순간들이 그 가치를 만들어 줄것이라 굳게 믿는다.



좋은 이야기들과 고민을 나눈 좋은 식사


내가  전문가로써 연륜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매우 전문적으로 컨트롤 하고, 눈빛은 강렬하고 결정은 현명했다. 언행은 상대를 존중하지만 영향력이 있을정도로 힘이 있다. 그리고 타의 모범이 되며 책임에 대해 회피하지 않으며, 함께하모두를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 그리고 나는 기술이 위대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고 내가 느낀 연륜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살고 싶다.




하나의 조직이 힘을 갖는 원리



회사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직급을 가지고, 2021년의 마지막을 맞을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프랑스를 너무나 그리워 하던 2020년의 연말은 지독하게 추웠고, 내 인생에도 '잠시 멈춤'의 시간이 찾아왔다. 20살 이후로 가족들과 거의 처음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핑계로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마음은 괴로웠고 나는 애써 태연한척 하려고 했었다. 함께라는 말이 얼마나 큰 위안감을 주고, 안정감을 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프랑스를 계속 그리워 하기엔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나만 멈춰있는 듯한 기분이 안들었다면 거짓말이다.


크루아상은 진짜 애증이다


새롭게 안착한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프랑스에서 내가 결심한 것들과 많이 달랐다. 그러나 물러날 곳이 없었다. 회사에서 몇몇의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하나씩 재 정비해가는 시간을 가지며 7개월을 걸어왔다. 내가 입사하던 날, 전 팀장은 떠났고, 부팀장은 퇴사를 결심했다. 남은 사원은 3명뿐이였다. 모두 억지로 일하는 느낌이였고, 당장 내일 퇴사한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눈빛이였다. 팀장이라는 직급의 무게보다는 초라함이 컸다. 많은 것을 해결해야 했고, 한명 한명을 알아가기도 전에 2명의 팀장을 채용하고 나는 과장으로 얼떨결에 진급하고 매장 오픈에 참여했다. 일이라는 파도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였다.


하나의 제품 수십가지 크림, 원가 조정 테스트



7개월이 지난 지금. 새로운 매장이 오픈했고, 두명의 팀장이 각 매장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 베이커리 직원은 벌써 12명이 되었고, 가맹점이 내년 상반기에만 2곳이 오픈을 한다. 여전히 가맹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나는 2020년의 겨울과 다르게 지내고 있다. 근속기간이 가장 길었던 유일한 동료는 사원에서 주임으로 그리고 내년에 부팀장으로 진급을 한다.


한달에 한번씩 여행가기 실천중, 바다사랑!



많은것이 변했다. 물론  자랑이 아니다. 모든것이 감사할 일이다. 구성원의 기술력 보다, 그들의 잠재력을 볼수 있는 안목, 기다려줄수 있었던 미덕. 함께라는 이유가 서로를  끈끈하게 했다. 조직이 성장하는 원동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매출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직원들은 채용이 되고, 점점 회사의 규모는 커진다. 그리고 매일 같이  규모의 이음매들을 점검하고 관찰하고 보수 공사를 하며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 사람이 빵을 만들며, 사람이 커피를 만든다.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이  새로운 업체들과 미팅을 한다. 사람이 회사의 문을 열고, 사람이 회사의 문을 닫는다. 얼만큼 한명 한명의 구성원이 중요한지 누구보다  알고 있다. 그러기에 매일 같이 감사하며 지낸다. 그러면 안되겠지만 어느 한순간 모든것이 꿈처럼 물거품이 될지라도 그들에게는 진심이였고 최선을 다했으며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이야기 할수 있도록. 진짜 소중한것들이, 조직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문제 해결방식, 그리고 작은것 하나 보는 안목도 다르다고 믿는다.




사업주와 근로자, 사무실과 현장



개인제과점은 모든것을 혼자 해야 한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점점 업무가 세부화 된다. 회사는 일반적으로 크게 사무업무과 현장업무로 나뉘게 된다. 현장은 마치 전쟁터 같은 곳이고, 사무실은 전쟁 계획을 세우고, 고 수정을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현장에 조달하고, 그들의 큰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리고 최종 결정 권한자 및 책임자는 사업주다.


조선 팔라스 호텔에서 여유러운 사치


사업주는 모든것을 신경써야 하는 위치다. 최종 보고를 받고 상황과 숫자로 매일 결정을 해야한다. 매달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부서나 직급에 따라 하는 업무가 다르다. 당연하지만 서로가 생각하는것이 다를수 밖에 없다. 그는 각자의 능력을 급여로 합당하게 지불하고, 그들을 통해 이윤을 추구해야만 한다.


베이커리가 주 사업이 되는 회사위주에서 근무하다 보니 회계나 경영, 재무에 대한 이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러한 구조의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얼만큼 소통이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필요에 따라 보고, 전달, 공유, 피드백, 협의 등의 여러가지 용어로 사용하지만 모든것은 소통의 다른말들이다. 설명을 해줘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설명을 최소화 하고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생각의 폭을 모두가 동일하게 맞출수는 없어도,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할 목표 즉 회사의 비젼에 대해서는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라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하나의 브랜드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정체성이 있다. 회사도 그런 정체성이 있는 공동 집단체다.


귀여운 산타와 재밌었던 크리스마스


서로 다른 근무 환경, 다른 업무, 다른 구성원, 다른 직급, 다른 근무시간, 다른 이해도나 상식은 모두 '존중'과 '예의'를 기반해야 했을때 소통이 원활하다는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들의 간극 해결은 사실 가장 중요한 보수공사이자 더 높은 건물을 세우고, 더 단단하게 만들수 있는 기반이다. 채용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한명의 구성원들을 회사의 중요한 인재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나를 버리고 나를 채우는 시간


프랑스에 있을때부터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나는 이런사람이니 이렇게 변했으니,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철학이 생겼다. 마치 그렇게 살지 못하는것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제품에 대한 가치관은 삶의 가치관보다는 관대했지만, 분명히 나를 나타낼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내가 사장이었다면 모든것을 그렇게 했을것이다. 고상하고 위대하며, 작은것에 마음 아파하고 소중한 것들을 논하며,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모든것을 보려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지금은 나는 한 회사에서 과장으로 있고, 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그리고 매일 같이 새로운 업무들을 해결하고, 전달 받은 업무를 분배한다. 업무방식은 절대적으로 회사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위치고, 나의 어떠한 행동들은 회사의 수익이 되어야 한다. 나의 결정으로 12명이 엉뚱한 일을 할수도 있고, 나의 보고로 회사는 다른 판단을 할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칠칠 맞은 과장이란 나란 녀석


나를 버리면 나는 기계가 되겠지라고 생각한적이 종종있다. 나는 하나의 브랜드이고 생각할수 있는 주체이고, 감정이 있으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물론 너무 당연하고 맞는 말이지만, 현재 나의 위치와 상황을 배제할수 없다.



나를 버리는것은 결국 나를 채우는 과정이였다. 새로운것들을 회사를 통해 경험하고, 느끼고 알아간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회사를 선택한다. 그것은 자신의 경력이 되고, 이력서를 통해 누군가가 그 사람에 대해 빠르게 알수 있도록 기록화 된다. 어느곳에서 일했고, 어느곳에서 어떤 직급으로 있었느냐는 누군가를 채용할때 좋은 자료로 쓰인다. 회사에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그만큼 성과를 내고 직급을 올려야 한다. 급여와 직급이 주어지는 회사와 내 가치관은 공존할수 있으나, 새로운것들을 받아드리게 위해 양보나 희생도 필요하고, 그에 따라 결과는 눈으로 보여진다. 버리는 것이 마치 나를 잃어버리는 것 처럼 죽기보다 싫었던 그 시절의 내가 부끄럽다. 회사의 선택 만큼이나 나의 완급조절과 중용도 필요한 시기다.



2022년의 계획



2021년의 내 큰 계획은 취업이 아니었을까? 눈 내리던 겨울날 밤, 광주의 어느 운동장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며, 마치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들 처럼 취업을 간절히 희망하며, 다음날 출근할 곳이 없다는것에 마음 아파했다. 일을 하는 어떠한 행위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 행위들은 나를 만든 토양분이 되었고, 나를 결국 프랑스로 이끌었으며, 경력과 나이에서 쌓인 작은 연륜들은 나를 감싸던것들을 벗겨냈다. 내가 굳게 믿고 있던 어떠한 것들이 내 발목을 잡을때도 있었고, 내가 생각한 것들이 틀릴때도 있었고, 유학이라는 변환점이 무언가에 나를 가둔 느낌도 받았다. 의도하지 않게 나를 버렸던 2021년은 정말 모든 상황에 맞게 떠밀려 왔다. 작은것들에도 넘어질듯이 흔들렸지만 무너지려고 할때마다 늘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 올 한해도 참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더 변해야 할것들이 많고 돌이켜 보니 또 많은것이 바뀌었다. 마음속에 여전히 꿈틀대는 무언가를 잠시 억누르고, 현실을 마주한다. 타협이 필요하면 타협을 해야할때고, 이제는 물러날 준비도 되어있다. 세상의 모든 상황을 태연하게 바라보는 그러한 성인은 아니지만, 때로는 내가 바람이 되어도 보고, 물이 되어보려 한다. 나라는 사람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버렸다는 것이, 부디 안좋은 것들이 버려졌을거라고 믿고 싶다. 잃어버린 것이 다시 찾아야 하지 않는 것들이면 좋겠다. 지금의 나도 나쁘지 않다. 2022년에는 어떤 내가 되어볼까 생각했다. 하고 싶은것들을 생각했다. 이상은 화려한데 당장 실천이 가능한것 위주로 생각이 좁혀지다가, 마치 프랑스를 가고 싶다고 마음 먹었을때처럼 학교를 다시 가고 싶었다. 제과제빵학과 특성상 2년제밖에 없어서 2년제를 선택했는데 다시 심도 있게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고 정식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싶었다. 회사와 병행하며 다니기에 사이버대학교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할때 모든것이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게 잘 흘러가면, 그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학교를 지원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계획은 당장 실천할때, 가장 멋있다.



2022년은 더 행복하길, 더 성장하길



안녕 2021년, 안녕 2022년






가지같은 시간



지금은 2022년이다. 내 인생은 가지같은 시간의 연속이지만, 이제서야 이 글을 발간하는 이유 만큼이나 최근에 가지같은 시간이 있었나 싶다. 2021년에 잃어버린것이 비단 내 자신뿐만이 아니였다.


2021년 마지막 주말에 회사에 팀장님들과 식사 자리가 있어 버스로 이동중에 노트북과 회사 서류들이 있는 파우치를 두고 내렸다. 2일이 지나고도 버스 회사는 분실물 취득이 없다고만 하고 애타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주변에서 경찰서에서 신고하라고 했다. 분실물이 없다면 누군가는 가져갔을 것이고, CCTV 확인하려면 경찰과 동행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분실물 신고랑 범죄신고랑 다른데, 나는 처벌을 원해서 분실물 신고를 했다. 범인은 잡혔고, 경찰수사는 끝났고 이제 처벌이 남은 상황이다. 26일만에 나의 잃어버린 물건들이 내 손으로 들어왔다. 다 그대로였다.




글을 쓰고 싶을때 쓸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26일간 회사 업무며, 노트북으로 하던 모든 행위가 멈춰버렸지만. 태어나 난생처음 나와 관련된 사건번호를 받아보고, 영화에서나 보던 강력팀에도 두차례나 다녀왔다. 이 보다 더 가지같은 시간이 있을까? 잃는다는것은 어떠한 상황이고 결과이지만, 그것은 또 다른 결과와 다른것들이 채워준다. 버리고 잃는다는것이 부정적인 단어만은 아닌것을 새삼 느낀다. 잃고 버린다는 것은, 새로운것들을 맞이할 준비가 됬다는 것이며, 또 사소한것들에 감사함을 피부로 와닿게 한다. 참 가지 같은 시간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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