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강릉처럼! 음악에 미치는 네가 챔피언!
이른 장마와 변덕이 심한 날씨 때문에 초여름의 강릉 바다는 선명한 지평선을 볼 수 없는 날이 볼 수 있는 날보다 더 많았다. 출퇴근길이나, 업무 중에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항상 핸드폰을 꺼내 들어 강릉의 순간을 담곤 했다. 밀어내려 애쓰기 바빴던 강릉에서의 135일이라는 시간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강릉을 떠나면 이곳의 모든 것들이 참 그리울 것이 분명하다. 작은 것들에도 세상 떠나가라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순수함, 그들 삶 속 깊이 베여있는 여유, 제철 과일과 간식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 각자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선과 성장통, 답답할 때면 시간 내어 떠나지 않아도 시선만 돌리면 언제든 볼 수 있는 탁 트인 바다가 그것들이다. 무엇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2022년의 여름,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인생을 스쳐 지나가는 해년마다 돌아오는 모든 계절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지금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랬듯이, 시간이 흘러 5년, 10년이 지나 각자의 인생들에 그 답이 묻어있을 거라고 믿는다.
근본적인 목적
회사를 통해서 진행된 컨설팅. 금전적인 거래가 있던 컨설팅 자체는 처음이었다. 컨설팅의 사전적 정의는 '조언을 주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해당 전문가가 문제가 있는 것을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해결해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종의 교육과 대화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술적인 측면이 결론 또는 1차원적 이야기라면 그것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과정과 나의 경험을 토대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포함하는 관심이다.
교육은 강의계획을 교육자가 커리큘럼에 맞게 정하고, 온라인/오프라인 등에서 교육을 한다. 반면 컨설팅은 의뢰인 즉 고객의 요청에 맞게 진행한다. 실무에서 일어날 모든 변수에 대응해야 하며 교육의 목적인 지식의 전달과 다르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던지 이유 없이 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아직은 그 몫을 감당하기 때문에 내 인생이 이곳을 관통하며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태하지 않으려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내가 보일지 모른다. 여전히 간절하고, 진정한 소통을 원하고, 작은 것에 마음 아파하며 느리더라도 모두를 안고 가고 싶다. 강릉에 와서 한동안 내가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 스스로 확립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계약서의 조건을 이행하는 것 이외에 그것이 분명하지 않고는 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
여전히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능하면 제일 마지막에 퇴근하려고 한다. 그들과 이른 아침을 보내고 같이 일을 하며 땀을 흘렸다. 팔을 걷어 부치고 하수구 청소를 하고, 제품에 대한 문제를 그들이 제안할 때면 즉답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질문을 하거나, 사안이 급해 바로 답을 줘야 할 때는 그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와 설명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유였다. 내가 한 회사의 과장이라서, 경력이 제일 많아서 여기 온 게 아니라고 수없이 나를 세뇌시켰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기만하고 흔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이 나는 대로 면담해주고 격려해줬다. 때로는 그들의 마음을 열었던 만큼 나도 마음을 열었다. 잘못된 부분들은 왜 잘 못 되었는지 알려주고, 때로는 할 말이 산더미 같아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듣고 또 들었다. 듣는 것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안되면 또 알려주고 그래도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때로는 현명한 해결책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놀 누군가가 그들에게는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답이 아닌 걸 알아도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수없이 퇴사를 고민하고 힘들고 무너지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 이야기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12년 전의 일을 계기로 나도 그 지옥 같던 시간을 이겨냈으니까. 기술은 그다음 문제다. 나뭇가지 한 개에 힘을 더하면 쉽게 부러지는데, 몇 개가 뭉쳐 다발이 되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내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도, 그곳이 아니더라도. 팀이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각자의 잠재 능력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기술도 물론 중요했지만, 나에게 135일간의 근본적인 목적은 나만 할 수 있는 것, 내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그들이 자립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강릉에 처음 왔을 때, 매장에 팀장님이 한분 계셨는데 과로와 여러 가지 문제로 갑작스럽게 디스크가 재발했다. 그리고 병가로 휴직을 하고 큰 변화가 왔다. 매장 책임자 역할의 부재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얼마나 큰 업무적 가중과 공허함을 주는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체감은 매출과 맞물려 더 심각하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체적인 분위기 문제와 여러 가지 업무 하달로 인한 혼선, 그들의 근본적인 해결책과 상황에 대한 충분하지 못한 설명이 그런 것이다. 업무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병목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고 표현하고 사는 동물이기에 조용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후, 새롭게 기존 직원이 부팀장으로 진급했다. 내 회사도 아니지만 축하한다는 말 대신 축하인사로 이 말을 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마음 잘 챙기세요"
좌충우돌, 우당탕탕 매일 새로운 일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회사니까 본인일만 잘하면 되지, 급여만 많이 주면 되지'와 같은 생각과 방법으로 쉽게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왜 수많은 기업들이 사람들 문제로 위기를 맞이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일까?
시설 고장이나 문제, 직원들의 수많은 목소리, 업체의 방문이나 미팅, 제품 품질관리, 발주, 신제품 출시 관련된 모든 업무와 이에 따른 전달과 보고, 각종 서류 정리 모든 것은 사람을 통해 일어나고, 그 문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사람이다.
유사 경험자들에게는 별일 아닌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스트레스와 골칫거리가 된다.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상황을 어떻게 보지 말고 그 상황에 얽혀 있는 사람을 봐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자신의 감정을 보살피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함께 하는 동료들을 아낄 줄 알아야 하고, 보살피고 소통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것만 해도 어떤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올바른 정신이 기술을 지배한다
누구나 본인은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은 존중하고 경청한다. 그러나 서두에 이야기한 것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바르지 못한 정신을 이야기한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직업의식의 결여와 기괴한 논리와 방식을 바탕으로 바르지 못한 정신을 가지고 누군가를 교육하고 우리와 함께 지내는 사람이 많다. 정작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알아도 바꾸려 하지 않고, 부인한다. 환자가 본인 병명을 듣고,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것과 유사하다. 실무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경험상 고치기도 가장 힘든 유형이다. 첫째는 언행이 거친 유형, 둘째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감으로 가득 찬 유형, 세 번째는 기본이 없고 기교나 요령만 있는 유형이다.
기획의 의도, 회사의 비전, 조직의 단기 목표, 상하반기 목표 매출액 등은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와 모두의 방향성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 기술적인 측면, 구성원들의 역량도 고려해야 하지만 모두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접근 방법, 문제 해결 방법, 올바른 정신은 항상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한다. 크게는 인생을 살아가는 척도가 될 것이며, 작게는 어떠한 악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하게 해 줄 것이며, 현명하게 이겨낼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오는 시간을 거쳐 실무에서 1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제과제빵이라는 직업을 그만뒀다. 그들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올바른 정신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것들을 공유할 러닝메이트가 없었다. 제과제빵 업계의 가장 큰 문제다. 입사자들만큼 퇴사 예정자와의 면담은 중요하다. "사직의 이유가 뭔가요?,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질문 자체가 그 정도로 소통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했었다. 내 발등을 찍으면서 얻어낸 대답의 대부분은 회사와 동료들의 문제, 현재 처해진 상황을 탓한다. 본인의 잘못은 철저하게 없다. 초점이 잘 못 맞춰진 것이 아닐까? 본인은 그만큼 덜 간절했고, 해결해볼 도전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문제를 지적해주고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든 문제는 있다. 없다면 문제는 언젠가 생긴다. 그때마다 문제를 탓하고 포기하고 도망가는 것이 결코 옳은가 싶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정신적인 부분과 본질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좋은 기술을 알려주는 책은 많다. 그러나 좋은 정신을 강조하며 진실되게 알려주는 책은 없다. 올바른 정신을 위해 오늘은 어떤 생각들로 하루를 가득 채웠고, 내 문제를 직시하고, 상황과 주변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노력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회사일뿐, 자기 계발 시대
어떤 자기 계발 책에서는 회사는 ATM 기계라고 말한다. 개인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비용을 충당하는 곳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극단적인 표현에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전문학교 다닐 때였다. 교수님이 분기마다 이력서에 남길 커리어를 쌓으라는 말을 했었다. 해가 거듭하고 이력서를 갱신할 때마다 나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잘 이행한 졸업생이었다. 2022년 상반기를 정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4편의 영화를 보았고, 4권의 책을 읽었으며, 편입해서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보냈고, 컨설팅을 하며 강릉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 시간을 내어 강릉 주변을 여행했다. 밤바다에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폭죽놀이를 하고 모래사장에서 노래도 불렀다. 스티커 사진도 참 오랜만에 찍었고 노래방에서 가서 목이 쉬어라 노래도 불렀다. 이력서에 쓸 수 없는 것들을 참 많이 했다. 돌아보니 이력서에 쓸 수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일수 있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내 커리어보다 더 값진 경험이었다.
회사에서 직급이 있다 보니 워라벨을 완전히 지키며 일과 개인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하며 지내는 것이 업무성격상으로도 쉽지 않다. 큰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다. 그리고 누구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내가 사장처럼 사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누구나 워라벨이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이 말에는 오류가 있다. 일하는 시간도 본인의 인생이고 삶이다. 먹는 시간, 사랑하는 시간, 여행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그리고 일하는 시간도 모두 삶의 일부이다. 왜 유독 일을 분리하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헬스장에서 몸을 만들듯이 회사를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고 지내면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회사다. 동반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워라벨과 저녁이 있는 삶 등의 말이 나오는 듯하다. 자기 계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필수가 되었다. 운동을 다니고 무언가를 배우고, 벤치마킹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책과 영화를 보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일련의 시간들이 그런 것이다. 나는 조금 생각을 바꿔서 회사에서 자기 계발을 하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13년 전 교수님의 말했던 이력서가 남을 위한 보여주기 식의 이력서라면, 그 이력서에 적지 못하지만 회사에서 했던 크고 작은 일들과 그것들을 풀어나간 과정, 그리고 조금 우습고 엉뚱한 것들이 자기 계발이었고 내 진짜 이력이었다. 보여주기 식 이력서에 연연하지 않았더라면 여행도 더 자주 다니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스티커 사진도 더 많이 찍고, 노래방에서 더 크게 노래도 불러보고, 다양한 스포츠도 해보며 살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나 그 순간에 진심이었는지가 사실 자기 계발이고, 자신만의 이력서가 되는 것이다. 강릉 컨설팅이 훗날 내 이력서에 들어가겠지만, 업무적인 성과보다 더 값진 과정을 얻은 것 같아 더 뜻깊게 느껴질 이력서의 한 줄이 될 듯하다.
인생은 강릉처럼
어떠한 날이나 상황에 의미를 두면, 때론 그것들이 나를 집어삼켜 나를 지배한다. 기다려지는 날이 되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날은 나를 한번 휘감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강릉 컨설팅 종료 날짜가 정해지고 마음속의 바다가 거센 파도를 만나 거세게 일어나기도 했고, 뜨거운 햇살에 반짝 거리는 바다처럼 잔잔하기도 했다. 만남과 이별에 익숙한 사람은 아마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은 삭막하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나는 삭막하고 강인한 사람이 될수 없었다.
강릉에서 나의 감정 변화는 굴곡이 많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많은 것을 느끼고, 나에게 충분히 스며들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강릉에 불시착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을 하며 여기에 또 우리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분명하게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단 한 번도 진심을 다 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도와주고 해결해주지 못했지만, 타의적으로 완급조절을 했고, 다시 많은 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 공감이 나의 키워드였다.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통해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을 가장 나답게 해결하고 부딪혔다. 사실 컨설팅은 정답이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접근 방법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작은 것들을 기억하고 말투, 몸짓, 반응과 제스처들을 통해서 그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처방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정답은 있지만 지금 당장 안내도 되니까.
강릉의 여름은 날이 딱 좋을 때보다, 매우 덥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강릉과는 다른 날이 더 많았다. 인생도 그렇다. 세상을 잃은 듯 너무 슬픈 날도 있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날도 있으며, 강릉의 여름 날씨처럼 예측하기 힘든 날이 더 많다. 사실은 흔들리며 살아가면서 항상 평온하고 싶었다. 일희일비 하지 않게 중용을 지키고 싶었다. 강릉의 날씨가 급변하고 예상과 다른 날이 더 많았지만, 해년마다 찾아주는 사람이 많은 것이 부러웠다. 그것이 강릉만의 매력 아닐까. 나도 강릉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이 그렇다. 서로의 감정들이 뒤섞여 좋은 향기가 나기도 하고 때론 악취가 나기도 한다. 끊어지기도 하고 다시 붙여지기도, 상처받고 아물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면 나이를 먹는다. 지나고 보니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원래 회사에서의 공백도 컸고, 다시 돌아가서 해야 하는 일들, 떠나온 시간만큼 변해버린 것들에 적응하고 다시 내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며 바쁘게 지낼 예정이다.
강릉 송림 너머 푸른 바다처럼, 그들이 최소한의 마음의 상처로,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된 가르침에도 스스로 교훈을 얻으며, 여전히 해맑고 여름의 소나무처럼 푸르고 건강하게 지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나고 보니 견디고 강해지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용기,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먼저 손 내밀고 잡아 줄 수 있는 용기가 제과제빵사들에게 필요했었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내가 이곳에 오기 전으로 그들이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하루하루 전쟁 같고,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그리울 만큼 매일이 시험을 치는 기분이고, 고된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보다 더 멀리 내다봤고 본질적인 부분에서 열과 성의를 다해 진심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것이다. 마음이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방법,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직업을 가진,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왔고, 걸어가고, 걸어야 할 사람이 그들 곁에도 한 명쯤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강릉의 모든 것이 그립고 또 그리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져도 좋다. 그들이 분명하게 느꼈고, 내가 분명하게 느꼈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소통했다면 언제가 어디서 다시 만나도 올해의 여름처럼 바다가 떠나가라 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잘 쉬었고 잘 경험했고 잘 지내다가 이제 진짜 떠나. 안녕 뜨거웠던 나의 2022년의 강릉.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