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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Nov 18. 2020

뷰티 회사 마케팅 이야기 (4) 요즘 시국 회사의 연말

잃어버린 일상에 연말을 더하면

 활기차게 이 얘기 저 얘기 브런치에 써내려가다가 요즘은 살짝 뜸했다. 야근 80%와 술 20%로 저녁 삶을 채우다가 이제 살짝 여유가 생겼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가 좋을 법한데 이번 여유는 전혀 반갑지 않다.


 뒤숭숭한 연말 시즌으로 인한 여유이기 때문이다.


 입사 이래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이 회사 경험밖에 없어 다른 회사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만 우리 회사의 이런 뒤숭숭한 연말 분위기에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잃어버린 일상과 연말 분위기가 만났기 때문일까? 유독 올해 연말은 더 씁쓸하다.

 작년 연말의 나는 목표 의식이 아주 뚜렷했다. 입사 후 4년간 근무하던 팀을 옮기고자 했다. 인사 발령이 뜨기 두 달 전부터 제대로 잠 못이루지 못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당시 전략 팀 업무가 내게 버겁기도 했고 브랜드 실무 마케팅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매일 조마조마하면서 팀 이동만을 생각했다. 결국 연말 팀 이동에 성공했고 올해 그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바쁜 한해였는데 무엇보다 팀이 1번, 팀장님이 여러 번 바뀌었다. 조직 구조에 대한 파일럿을 목적으로, 내가 소속한 팀의 역할은 연중에 1회 변경되었다. 그 과정에서 팀장님이 한번 바뀌었고 최근에 또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 내가 업무를 함에 있어서 지장을 받는다거나 문제가 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바뀐 조직 분위기, 팀원들의 인앤아웃 등에 계속 적응해나가면서 기존 업무 또는 새롭게 맡게 된 업무를 해야 했기에 마냥 쉽진 않았다.

 내 직장 생활의 낙은 일년에 1회 길게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이 순간을 위해 돈 벌었지- 생각하면서 한해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서 돌아온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해외 여행은커녕 국내 여행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클럽이나 밤 문화 등을 한창 즐길 나이는 지났지만 떠들썩한 거리와 술집 분위기를 좋아했기에 조용하게 흘러가는 나날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한 번도 제대로 충전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한 해, 연말이 다가오니 무기력함이 더 늘어간다. 이번달 초부터 벌써 팀 이동과 조직 변화 등으로 인해 회사가 뒤숭숭하다. ‘이걸 제가 내년에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라는 말로 업무 미팅을 시작한다. 나조차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년에 어느 팀에서 누가 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내년의 나 또는 누군가에게 똥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 내년도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준비한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렵다 보니 어느 회사라고 요즘에 파티 분위기의 연말을 보내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연말 인센티브를 기대하기 어렵고 내년에 어떤 일을 할지,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설레하는 사람을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어떻게 하면 장업계를 탈출할지 아니면 무작정 퇴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와중에, 평소 다니는 헬스장에서 운영하는 G.X. 요가를 갔더니 이번달이 마지막 수업이란다. 헬스장에서 G.X.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고위험 시설군에 포함되기에 시청/정부 관리 규정이 빡세지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운영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오랫동안 수련을 함께 해온 요가 선생님이셔서 회원들이 아쉬운 마음에 선생님 수업 들으려면 어떤 센터 가면 되냐고 물어보니, 요즘 요가 센터가 다 닫으면서 이 헬스장이 유일한 수업이었다고 하신다. 새로 출근할 곳을 찾긴 찾아야 겠지만 당분간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애써 미소 지어보이는 선생님을 보는 마음이 아프다.

 다 연말 탓인 것 같다. 20대 시절을 보내며 점점 깨닫는 사실, 연말이 싫어진다는 것. 변화가 싫어지는 나이가 되는 걸까? 아니야, 이 모든 게 코로나19 탓이야. 어떤 점은 아쉽고 어떤 점은 설레야 할 연말인데 코로나19가 작은 희망과 행복조차 앗아갔어. 시즌과 바이러스 따위를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무엇이라도 탓하고, 무엇이라고 미워하면서 이 무기력함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


 무겁고 축축 처지는 글은 되도록 쓰고 싶지 않지만, 코로나19가 한바탕 휩쓸어버린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시기의 연말을 맞은 모든 이의 마음은 이럴 거라며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요즘 같은 시국에 밝고 명랑한 글을 쓸 수 있는 직장인이 있다면 부러움의 질투를 보내겠다.


 똑똑. 올 한해, 모두 한살씩 나이 먹지 않기로 글로벌 법 제정해주세요. 이렇게 내 소중한 1년이 지나가기엔 너무 아깝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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