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졔졔 May 13. 2021

자가격리 3일차 - 보건소 물품 수령!

체온계, 마스크, 소독제 등을 받았다

 어제는 아무 일(?)이 없어서 아무 글도 남기지 않았다. 리얼 아.무.일.이 없었다. 자가격리를 하면 놀랍게도 하루종일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심장박동수를 트래킹하면 70~80정도에 꾸준히 유지되고 있을 것 같다.

 3일차인 오늘은 구호물품이라고 해야하나, 자가격리 키트(주로 음식들ㅋ...와중에 기대중..ㅋ..나란 인간..)는 아니고 체온계, 마스크, 소독제, 자가격리 설명서 등을 수령했다.

 코로나 밀접접촉자가 된 이후 서울 어느 보건소, 우리 동네 보건소, 시청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는데 그중 나의 담당 공무원 아주머니가 유일하게 쾌활하신 것 같다. 어떤 담당자는 목소리가 애기애기스러운데 설명을 잘 못하셔서, 나랑 똑같은 전화를 받으신 분은 보이스피싱 아니냐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바쁘고 일이 힘든 탓에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웃픈(?)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10일에 확진자와 식사를 하고 11일에 밀접접촉자로 격리가 시작되었으며 13일인 오늘 보건 물품을 수령한 거다. 자가격리 키트는 내일쯤 도착 예정이란다. 오늘 받은 보건 키트와 다운로드 받은 앱부터 글로 남겨보겠다.

 

 크림색 장바구니 같은 것에 위 물품을 넣어준다. 나의 담당 공무원이 미리 전화를 주셨고 집 앞에 이걸 두고 가면 10초 뒤 내가 집문을 열고 받아왔다. 초인종 누르실 때 화면으로 그분의 얼굴이 살짝 보였는데- 이런 집을 얼마나 많이 방문하실까. 더 더워지면 더 고생이시겠지. 제발 얼른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

 마스크는 5개 정도 왔는데 어차피 밖에 나갈 일 없이 방에서 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고 저 ‘시밝’이라는 애가 좀 시강이었는데 소독제더라. 내 손 말고 내 방이나 침구류 등에 뿌릴 수 있는 소독제. 특이한 게, 분무기 형태인데 통 내부에 줄이 밑바닥까지 연결된 형태가 아니라 90도로 굽혀서 뿌려야 한다. 아니면 안 나온다. 처음엔 불량품인 줄 알고 ‘이런 시밝 같은 네이밍 고민할 시간에 제품을 잘 만들어주지!’ 라고 오해했는데 90도로 굽히니까 잘 나온다.

 집에 체온계가 없다고 하니 보건소에서 체온계도 보내주셨는데 바로 재봤더니 36.5도가 나온다. 다행다행~ 계속 몸 상태도 좋고 23일에 다시 검사할 때도 음성 나오길!

 자가격리 보호 앱을 다운받아야 하는데 아래와 같이 생긴 앱이다. 자가격리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자가격리자로부터 세상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앱이네. 별표 평점은 좀 안타깝다. 하지만 곧 코로나가 끝나는 동시에 저 앱도 세상에서 사라지겠지? 빨리 그랬으면.

 아무나 다운 받아서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담당 공무원 ID를 입력해야 쓸 수 있다. 내 담당 공무원은 바로 본인 아이디를 문자로 넣어주셨고 아침 10시와 저녁 8시에, 하루에 총 2번 체온을 기록해서 입력하면 된다하셨다. 아침 10시가 이미 지났으니 아까 재본 체온을 기록했는데..

 흠.... 33.5도라고 잘못 입력했다. 확인 버튼 누를 때 왜 못 봤지? 수정하려고 하니까 안된다. 왜 안 되지 굳이? 수정 버튼 만들어주지.. 나 같은 애들이 지가 잘못 입력하고 수정 버튼 없는 앱을 욕하며 별표 평점을 테러하지 않았을까?

 이로써, 담당 공무원을 또 귀찮게 해버렸다.

 앗, 공무원님은 ^^;; 수정을 하실 수 있나보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 갑자기 이틀 전 내 코를 힘겹게 찌르신 검사소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죄송해요. 한번에 입력 못하고 번거롭게 해드려서.. 앞으로 체온 잴 때는 꼼꼼하게 체크하겠습니다-! (회사 막내 마인드는 여기서도 나온다)


 사실 이것도 필요한 물품이긴 하지만 자가격리 키트.. 너무 받아보고 싶다! 유튜브 브이로그에서 자가격리 키트 언박싱(?)하는 영상을 봤는데 맛있는 일회용 밥도 많이 있더라.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서 (누가 보면 마켓컬리, 쓱 배송 받는 줄 알겠다..) 받자마자 그것도 리뷰 글을 쓰러와야겠다.


 코로나 자가격리 라는, 특이한 경험을 기록해두고자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건 이제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정도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 넷플릭스를 유령처럼 떠돌다가 결국 눈이 아파서 끄고 친구랑 통화하다가 잠들었다.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하루에 움직인 활동량이 없다보니까 잠도 잘 안 오더라. 심지어 꿈도 정신 없이 꿈..(일어났는데 밤 사이에 출근 한번 한 느낌이었다)

 자가격리를 하는 중에도 회사 원격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가 시간까지 노트북을 보면 눈이 슬슬 아파온다. 오늘 생일인 친구한테  안마기를 사줬는데 내꺼도 구매해야겠다. 그 친구도 생일인 오늘 자가격리 중인 건 안 비밀. 얘도 나처럼 하루종일 노트북이랑 스마트폰에서 눈을 안 떼겠지? 라는 생각에 자가격리자용 맞춤형 선물을 보냈다.

 그리고 얼른 플라이북 어플로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으면 좋겠다. 집에  읽은 책이  있지만~ 왠지 새로운 기분으로  책을 읽고파. 강철부대는  일주일에 1 할까? 강철부대와 함께라면 자가격리가   심심할텐데. 지난 주말까지  2번씩 모든 화를 돌려본 탓에   것도 없다.


 이상, 보건 키트 리뷰부터 혼잣말까지. 오늘의 자가격리 3일차 일기 끝. 자가격리 키트 가지고 다시 올게요!

p.s. 오늘부터 내 핸드폰을 계속 추적할 자가격리 앱. 왼쪽 시계 부근에 파란색 불이 계속 들어와있다. 마치 담당 보건소가 ‘니가 어디있는지 난 이 파란 눈으로 지켜볼 거야.’ 하는 느낌. 다다음주에 빨리 이 앱 지웠으면 좋겠다!ㅎㅎ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다른 이야기 - 코시국 코찔린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