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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Feb 03. 2022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사실, 만남은 쉬웠는데 이별이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10 후반에서 20 초반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이었다. 수능 언어 지문을  때마다 문학 영역이 나오면   문단  되는 글을 읽는 순간이 제일 좋았다. 수능 준비 하면서 알게 된 소설을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엔 시간이 부족했으니, 대신 해설지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줄거리 요약본을 통해 소설 전체를 상상하곤 했다. 시험 걱정 없이 책을 쭈욱 읽으면서 이걸 공부로 삼으면  재미있겠다- 라는 투명한(?) 컬러의 마음 하나 가지고, 정시  학군에 모두 ‘국문학과 지원했고 당연히, 그리고 기쁘게 국문학과에 입학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전공으로 가득 채워 수업을 들었다. ‘현대소설 텍스트 읽기수업은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수업이다. 대학 교재 특유의, 어설픈 복사지 종이를 엮은 단편소설 꾸러미.  소설들은 평소 쉽게 접하는 소설들과  달랐다. 내용이 길고 복잡한  아닌데  말하는 건지? 작가가 도대체 어떤 얘길  건지?  헷갈리는 소설이었다.  강의에 30 즈음 됐나. 수업이 시작되면 그날 수업할 소설에 대해 다들 미리 읽고  감상을 짧게 얘기한다(잼썼어요~ 말고 이 주인공은 이런 감정에,, 이 작가는 이런 의도로,, 라는 식으로). 1 소설에 대해 전원이 말하긴 어렵고,   얘기하다보면 교수님이 끊고 본인이 해석한 논평에 대해 들려주신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하셨다.

 “무조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책만이 좋은 책은 아니에요. 책을 통해 삶을 보여줘야지, 삶에 대해 설명해주는  작가의 역할은 아니거든. 마치 수학 문제 같은 책들도 있어요. 읽고 읽고  읽어야 무슨 말을 하는지   같은 책들.”

 술술 읽히는 문장, 누가 봐도 감동 받을  같은 스토리를 전달해야 좋은 - 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학 동아리에 가입해 일주일마다 책을 읽고 다같이 대화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던 대학생활이었다.

 전공 수업을 누구보다 열심히 듣고 꽉꽉 채워들은 총 4학기가 지나고 잠시 휴학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 문학 공부로 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공부를 하는 내내 알고 있었다. 내겐 문학과 관련된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난 문학을 좋아했지, 문학에 대해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거나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 같은 게 있진 않다는 거. 좋아하는 건 맞는데 이 길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좌절스러웠다. 물론 엉엉 울거나 슬퍼한 건 아니었다. 주변에 시나 소설, 또는 짧은 글을 써도 너무 잘 쓰는 학생들을 발견했을 때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엔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다시 복학했을 때 얼른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2 , 회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로 팀을 이동했다. 문학을 사랑한 것만큼  브랜드를 사랑한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내가  브랜드를 너어어무 좋아하는  다들 알고 있었다.  하나 좋아하면 온힘을 다해 좋아하고 관심 없으면 1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나이기에, 내가 뭔가를 좋아하면 주위에서  금세 알았다. 럭셔리 브랜드도 아니었고 성장이 눈에 보이는 브랜드도 아니었기에   브랜드를 좋아하고 굳이  브랜드팀으로 가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2 있어본 소감: 어느 순간, 좋아하지 않는 일을  때보다  별로라는 깨달음이 내게 달려든.  정도로 표현하기엔 굉장히 과하다는  알고 있는데 정말 오바 3  보태자면, 내가 한때 좋아했던 마음에  괘씸해서 맘에  들고 싫어지고 지치는 기분? 내가 멀리서   분명히 좋았는데  안에 들어오니 실상을 알면 알수록 별로인  같고 동기 부여  되는 기분- 회사 생활이란  어쩌면 이런 기분을 매일 느끼며 출퇴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튼.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국문학 전공도 내게 비슷한 기분을 주었을까?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도 가고 쭉 공부를 이어갔으면 어느 순간, ‘아.. 해보니까 영 아니네. 그냥 독자로서 책을 좋아한 순간이 좋았나?’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실망) 사실 ‘기대(expectation)’에서 왔다는  떠올리니 금방 이해가 간다. 애초에 내가 좋아했고 기대했기 때문에 그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미워지니까. 그럭저럭 괜찮겠거니, 나쁘지 않겠거니 하고 시작한 일에 대해서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을 테니까.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첫날 만난 소개팅에서 비로소 내 인연을 만났다 싶었던 사람!이었는데 다음에 만나니 별로였다면, 아무 기대 없이 두번 만난 사람보다 내게 더 큰 실망감을 주지 않는가.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만큼 성취감이 높잖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축복이야?” 라고 외칠 사람들도 세상에 많겠지?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상황에 처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나는 그 행복의 성취에서 조금 반대편에 놓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세상 일은 그냥 그런가보다 싶을 것 같다.

 무얼 하고 살면 행복할까?   하고 싶은 사람일까? 고민이 많아지는 요즈음..! 코로나 이후로 진짜 늘어난 습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스스로랑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 내가 진짜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에 동의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질문엔 도저히 답을  찾겠다.자꾸 마음으로 ‘신점 봐야돼.. 신점 봐야돼.. 신점이 무서우면 용한 사주라도 찾아볼까. 누가 만 30살 넘으면 신점 봐도 된다는데 볼까..빙빙 읊조리는 .

 어렵다-! 시끌벅적 요란한 20대를 보내고 나니 이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30대가 왔나보다.

 어서와, 30대는 처음이지? 이제 더욱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네가 선택해야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어- 라고 인생이 내게 말 거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용기가 없어서 셀프로 미안해진다. 실패는 하지 않으면서 도전은 해보면서 지금보다  나은 삶은 찾아보라고만 얘기해서 미안. 마치 광고주가 대행사 담당자에게 “우아하면서 신박하고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면이 있고 새로우면서 우리 브랜드스러운 .”라는 피드백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도 답이 없는 답정너를 하고 있네~ (-.-)

 아까 저녁에 맥주 한잔 하길 잘했다. 아니면 이 밤 열두시에 그냥 자는 게 억울할 뻔했어. 아까 마신 맥주를 회상하며 맘속 나 자신과 짠~하면서 오늘은 일단 자야지. 오늘의 고민은 내일의 내가 마저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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