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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o Jul 04. 2024

2024.07 기록

야밤에 생각 정리

이력

2020 엘리스 신규교육사업 개발/운영 (매출 20억)

2021 엘리스 LMS PM (매출 97억)

2022 엘리스 B2B 사업개발 팀장 (매출 250억)

2023 ~ 현재 카카오스타일 사업기획


엘리스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맛보고 플랫폼 커머스로넘어갔다.

그러면서 세 가지가 바뀌었는데, 짚어보면


1. 직무가 바뀌었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기업에게 제안하고, 성장시키던 사업개발에서

지금 사업의 지표를 진단하고, 개선하는 사업기획 업무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Account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커머스라는 좀 더 큰 개념에 집중한다.


2. 고객이 바뀌었다. (B2B → B2C)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기업에서 일반 소비자가 되고,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기업 인사담당자에서 내부 동료가 되었다.


기업 인사담당자보다 내부 동료를 설득하는 게 10,000배는 힘든 것 같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문제는 대부분 비슷하다. "교육을 어떻게 잘 해낼 것이고 성과를 만드는가"이고,
그 안에서 예산, 투입하고 싶은 리소스, 시간 등 부수적인 이슈로 나뉜다.


내부 동료의 문제는 제각각이다. 함께 OKR을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은 제각각이다. 여기서 감을 좀 못 잡고 있다.


3. 성과를 진단하는 기준이 바뀌었다.

엘리스에서는 1 : 1로 설득해서 만든 '매출'이라는 명확한 성과가 있었다.

지금은 MD/운영/기획 모두 합심에서 만든 팀의 성과, 그리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만들어내는 성과가 있다.


다만, 내가 실행하여 결과를 만들기보다 서포트에 가까운 롤이다 보니 직접적인 성과를 진단하기가 어렵다. 이건 문제다. 만들어낸 성과로 3년, 5년, 10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데 조금 희미해지는 부분이 있다.



세 가지가 바뀌고 나서 좋은 점, 아쉬운 점을 살펴보면


좋은 점

1. 하드 스킬이 늘었다. 

나에게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데이터를 뽑고, 가공해서, 목적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를 뽑는 SQL 역량이 정말 아주 많이 심하게 늘었다.(이제 웬만한 데이터는 다 뽑을 수 있다.), Python으로 API 야매 크롤링도 하고,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하는 기술도 많이 늘었다. 특히 스프레드시트는 목적과 의도가 분명하게 보이도록 구조를 잡고, 버릴 건 버리는 게 정말 중요함을 느낀다.


다만 생각이 많아져 이상한 로직으로 괴랄한 결과를 만들 때도 많다. 하드 스킬보다는, 하드 스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소프트 스킬(구조화, 내부 팀원 설득, 프로젝트 리딩 등)이 늘면 좋겠다.


여담으로 인턴 때 엑셀에서 마우스를 쓰면 하수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었는데, 지금은 마우스를 거의 안 쓴다 (?)


2. 데이터가 많다.

B2C는 B2B 대비 데이터가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설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물론 B2B에서도 Opportunity와 cold mail 기록을 분석해 수주율을 개선시키거나, 서비스 내에서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방법이 많다.)

특히 옛날부터 전환율과 매출 데이터에 대한 낭만(?)이 있었는데, 하드 스킬을 십분 활용해 데이터를 빠르게 뽑고, 분석해서 개선안을 도출해 볼 수 있어 즐겁다.


가령 이때 매출이 떨어졌네? 왜 떨어졌지? 할인률인가? 입고 이슈인가? 등의 가설과 함께 데이터를 빠르게 뽑아보고 의견을 나누는 게 즐겁다. 가설을 해소하는데 하드 스킬이 문제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SQL 공부도 많이 했다. 다만 결과가 쉽게 해석되지 않을 때는 괴롭다. 그래서 자주 괴롭다.


요새 느끼는 건, 특이사항을 해석할 때 데이터만 많이 보는 것보다는, 어떤 액션과 이슈가 있었는지 많이 인지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직하고 아쉬운 점

1.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려워졌다.
엘리스에서는 목표와 문제가 보이면 어떤 부서와 협업할지, 제안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손쉽게 그러졌다.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어서, 요청도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 부서와 협업할지 찾는 게 어렵고, 관계도 적은뿐더러 풀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이해관계도 고려할 게 많다. 기업이 커서 그런 듯하다.

이런 곳에서의 협업 방법과 문제해결 과정도 배울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일단 친해져야 뭘 하니까... 우리 그룹 사람들과 돌아가면서 밥을 먹고 있고, 그다음에는 협업을 주로 하는 부서와 어떻게든 낑겨서 밥을 먹으려고 한다.


어떤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단순 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것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지 머리에서 그려지고, 실행이 쉽도록 타 부서와 관계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함을 느낀다.


2. 액션 위주의 업무가 아니다.

지금 업무는 "관리"와 "트래킹"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을 하기보다는, "이게 문제야"라고 짚어주고 해결방안을 제안한다. 그러면 액션은 MD가 하고, 나는 MD가 잘 액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관리"가 주로 되다 보니, 자꾸 업무 효율화와 하드스킬에 시간을 쓰게 된다. 지표를 좀 더 빨리 업데이트하고, 더 쉽게 비교해보게 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관리를 시스템으로 자동화시키고 결과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참고), 엘리스에서 만큼의 속도나 방향성 Sync를 가져가지는 못한다. 아직 내가 일을 잘 못하는 듯하다.


관리뿐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액션을 하고 싶어, 꾸준히 팀장님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팀장님은 내가 싫을 수도 있겠다. 다만 기존에 하고 있는 일들을 엎어버릴 만큼 새로운 일을 만들어 안착시키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 B2B 도메인과 IT 도메인이 아쉽긴 하다.

한 때 세일즈 스킬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이걸 쓸 수 있는 방안이 적은 건 아쉽다.

코딩 교육을 기획하며 쌓은 IT 도메인도 많이 못써서 아쉽다. 그나마 쓰고 있는 건 Python 크롤링..?



결론

1. 결국 숫자로 결과를 만드는 업무를 해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방향을 여러모로 찾고 시도하고 있다.

2. 서비스와 산업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야 한다. 밥 많이 먹고 관심을 많이 가지자.



일 외 삶에서는

1.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몸이 커지는 걸 보면 뿌듯하다. 더딜지라도 운동한 만큼 몸에 성과가 보여 좋다.

2. 4년을 살았던 구로에서 이사를 했다. 한 명 밖에 못 눕던 집에서 이제 네 명은 누울 정도의 집으로 이사했다. (되겠지..?) 이사할 때 도와주신 어머님과 지인들께 감사하다.

3. 교회도 옮기고 있다. 집에서 5초 거리의 큰 교회에서 출석만 하고 있다.

4. 독서가 줄었다. 작년에는 그래도 분기에 1권은 읽었는데, 이번 연도에는 펼친 책이 없다. 다시 읽자

5. 하루에 만 원씩 미국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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