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었고 쉬는 날이었다. 이리저리 밖을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소비를 하였다. 그러면서 '기분 좋은 기분'(느낌적인 느낌?)을 느꼈는데 바로 해빙의 느낌이었다. 가치에 대한 긍정적 재해석 과정이랄까.
책 <더 해빙 >을 선물했다
얼마 전에 끌려서 '더해빙'을 한 권 사보았다. 꽤 충만한 감정이 들고 감명 깊었다. 긍정의 기운이 차오르는 느낌. 3권을 더 사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을만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여러분 잘 읽고 있나요? 보통 추천 책은 안 읽기 마련이다.)
나는 '해빙'을 "지금 내가 사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만끽한다"것으로 이해했다. 다시 말해, 지금이라는 현재에 집중하고, 그걸 충분히즐기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면 행운과 돈이 따라온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시크릿류의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논리 비약과 근거 빈약의 주장처럼 느껴지겠다. ) 그 이후로 가끔씩 해빙 노트를 쓰고 있다.
돈을 쓰면서 충만하게 느끼기가 사실 쉽지 않다. 보통 돈을 낼 때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세바시 강연에서 들은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돈을 낼 때 마치 바늘에 찔리거나 칼에 베인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정확히는 뇌의 같은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것).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게 쉽지 않다는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상식이 떠오르는데, 돈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넘어설 가치를 주어야 한다는 게 그 세바시 강연의 핵심이었다.
앞선 강연 이야기가 가치에 대한 '생산자 관점'이라면, 해빙은 가치를 '소비자 관점'에서 재 판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판단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거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결정하고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산다. 보통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소비하는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석유 재벌이었던 록펠러의 가문은 대대로 가계부를 쓰게 했다고 하는데. (라떼시절도 넘어선 옛날 사람이라 인물 자체는 나도 그다지 와 닿지는 않지만.) 부자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예시로 많이 쓰이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가계부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게 부자가 되는데 더 중요한 게 아닐까? 돈은 나의 표현이니 쓰는데 좀 더 신중하게 된다. 나에게 맞는 가치를 주니 돈을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가치에 대해서 더 민감해진다. 돈이 된다.
나는 무슨 가치를 추구할까? 오늘 내가 무엇에 돈을 썼는지 살펴보니 수박주스 (2000원), 브런치(13000원) 먹고, 자전거-따릉이 대여(1400원), 비타민 음료 선물 (1300원), 저녁으로 먹을 토마토 작은 상자(3980원)와 햄버거(2500원)였다. 총 2만 5천 원 정도 된다. 하지만 가격과 만족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자전거 차면서 봤던 보호수
오늘 쓴 돈 중에서 오늘 가장 가심비가 좋았던 건 자전거를 1시간 20분을 탄 시간(1400원)였다. 오늘은 약간 날씨가 더웠지만, 해가 지면서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는 시간이었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탔는데 빠르게 달리면서 바람을 맞는 그 시원함과 해방감이 좋았다. '와, 자전거 정말 재밌다' 하면서 보낸 시간이,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점심보다 더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적 가치가 더 좋았다.) 기분도 전환되고 운동도 되었으니까. 이렇듯 내가 쓴 것을 스스로 만끽할 수 있다면, 적은 돈을 내고도 더 큰 행복을 얻는 일이 아닌가 싶다.
브런치와 라떼
사실 브런치도 굉장히 맛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해빙을 하면, 좀 더 천천히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 먹게 된다. 일상의 순간순간이 더 값어치가 있어진다. 해빙이 어떻게 해서 행운과 돈을 불러온다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 하루가 좀 더 기분 좋아졌다는 거다. 계속해서 해빙 마인드를 체득나간다면 하루하루가 좀 더 충만해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