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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Dec 02. 2022

육아 12년 만에 혼자 여행을 떠났다!

엄마 혼자 떠난 힐링 괌 여행

나 혼자 여행을 간다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변에 누워서 책 읽다, 낮잠 자다~ 그렇게 쉬고 싶다!


독박 육아 10년간 수도 없이 해 본 상상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시작한 지 3년. 아이들을 돌보며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꼈기에 열심히 하였다. 그 결과로 작년에는 하와이, 올해는 괌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작년 하와이는 코로나로 취소되고 돈으로 받았지만, 올해 괌은 여행을 보내준다고 하니! 지난 10년간 내가 수 없이 상상한 휴가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런데 막상 그럴 기회가 생기니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아이들은 시어머님이 오셔서 돌봐주시기로 했고, 남편도 회사 사정상 같이 갈 수 없어 집에 남게 되었다. 아빠가 저녁마다 같이 있을 테니 아이들은 더더욱 걱정할 일이 없었지만, 며칠간 엄마를 못 본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날짜를 세어가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출산하고 조리원에 있을 때 말고는 떨어뜨려 놓은 적이 없고, 조리원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났으니.. 아이들도 나도 첫 헤어짐이 불안하기만 했다. 급기야 떠나기 전날 밤엔 셋이 돌아가며 대성통곡을 하고, 막내는 잠까지 설쳐가며 울었다. 나도 공항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다. 괜히 간다고 했나.. 싶은 생각과 함께.


거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고, 따뜻한 괌에 도착했다.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나 혼자 쓰게 된 넓은 호텔룸.. 식사도 알아서 제공되었고, 하루에 한 가지 일정 말고는 자유시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힐링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잊어버렸다. ^^;;


하루에 한두 번씩은 영상통화를 하고 틈틈이 카톡도 주고받았지만, 나는 아이들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지냈다. 나 스스로 나의 모성을 의심할 만큼 '아이들과 같이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이 오면 놀기 좋겠다 싶어서 내년엔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 생각은 했는데 그 정도였다. 오히려 함께 고생한 육아 동지 남편이 같이 오지 못한 것만 내내 아쉽고 그리웠다. 


엄마가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내서인지 아이들도 매우 잘 지냈다. 첫날만 엄마가 없으니 조금 우울했다고 한다. 딸은 엄마 보고 싶다는 말을 매일 했지만 아들들은 갈수록 건성으로 영상 통화를 하더니, 마지막 날에는 벌써 오냐는 말까지 했다. ㅋㅋㅋ 막내는 나와 함께 잠을 잤는데, 넓은 침대를 혼자 쓰니까 엄청 편하다고. 엄마가 와도 잠은 혼자 자겠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내 마음은? 


뿌.듯.하.다! 였다.


친정 아빠는 섭섭하지 않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서운함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뿌듯했다. 육아의 목적은 '독립'이라고 한다. 떨어져야 할 때 잘 떨어져서 자기의 생활을 잘해나갈 만큼 키웠으니, 잘 키웠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가끔 아이가 같이 자다가 혼자 자겠다고 하면 서운함을 느끼는 엄마들도 있던데 나는 막내의 말도 아주 좋았다. 이만큼 자랐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나도 이제 편히 잘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지내는데 행여 나만 아이들 걱정하느라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나? 떠나는 공항에서 우울해하는 나에게 남편이 "가서 잘 놀다 와. 그래야 모두 후회가 없어. 거기서 애들 생각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니?"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노력한 결과로 받게 된 꿀 같은 휴가를 잘 즐기고 왔고, 아이들은 엄마 없이도 잘 지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더 돈독해지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자라다보면 아이들이 정말 내 품을 떠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아이의 독립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보내주려면 내 삶을 잘 가꿔 나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아이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엄마의 소중함을 깨달아서 여행 갔다 돌아오면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주 쪼~금 했었다. 결과는? 엄마의 빈자리는 크지 않았던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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