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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Mar 31. 2023

담임선생님이랑 상담을 했다.

사교육/ 선행학습 없이 아이 키우기

3월은 학부모들에게 바쁜 달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니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지 챙겨야 하고, 공개수업에 학부모 상담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집은 이사로 아이들이 전학을 했기에 나는 더 마음이 바빴다. 


전에 살던 동네는 행정소재지 구분이 '읍'이었다. 학교 규모는 지금 전학한 학교보다 컸지만, 어쨌든 '읍'에 있는 시골 학교(?)에서 대도시의 중심지(?)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 동네는 그중에서도 교육열이 핫하다고 진즉부터 들었다.(근데, 우리나라에서 교육열이 안 심한 곳이 있나? 전에 살던 곳에서도 아이들이 모두 학원을 다녔고, 선행학습을 하던데...)


어쨌든 이런 소문은 '선행학습은 없다. 사교육은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면 안 시킨다'는 교육관으로 아이들을 키워온 나도 긴장하게 했다. 내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이들도 나의 긴장을 느꼈는지 전학하기 전부터 학습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여기서 잘했으면 거기서도 잘할 거다.'는 말만 해주었다. 


아이들은 큰 무리 없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 같아 보였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가 학교 생활을 다 알 수는 없으니 긴장감은 남아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안내가 나오자마자 최대한 일찍 날짜를 잡았고, 상담을 했다.


먼저 첫째, 둘째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사교육을 안 했고, 선행학습도 안 하고 스스로 매일 복습만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깜짝 놀라셨다. 그리고 두 선생님께서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교과 과정에 따라 잘 따라오고 있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뛰어난 편이라고.. 수업 태도가 굉장히 좋아서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보며 수업을 하신다고 했다. 얼마나 감사한 말씀이신지! 아마 처음 듣는 내용이라 집중해서 더 잘 듣는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늘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배워오지 않으면 집에선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선생님들께서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선행학습이 되어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현재 교육과정을 더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니 복습 위주의 학습은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학교 수업시간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로 수업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다. 


첫째 선생님께서는 약간 특이한 말씀을 하셨는데.. 딸은 본인이 목표하면 매일 그것을 지켜 나간다. 예를 들면 올해는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하더니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누가 쓰라는 것도 아닌데 여행을 가도 일기장을 가져가서 썼다. 곧 100일이 된다고 그때는 축하를 해달라고 해서 그러마 했다. 이런 이야기를 선생님께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어머님, 라파 같은 아이가 없어요! 조금 더 공부를 시켜 보시죠! 제가 욕심이 나서 그래요~' 하셨다. 

조금 더 어려운 수준을 시키거나 선행학습을 해도 아이는 잘해나갈 거라고.. 그 말을 딸에게 했더니 '싫다'라고 했다. 본인은 지금 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나.. 아마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게 목표는 아닌가 보다. ^^;;  


막내는 아직 저학년이라서 학습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다만 12월생이고 집에서 막내라 내가 아직도 아기같이 생각이 된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는 전혀 막내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늦되 보이지도 않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막내에게는 이것으로 만족. 


상담이 끝나고 안심이 되는 걸 보니 나도 흔들리는 엄마인가 보다.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교육 관련 책을 읽어도 적기교육의 중요성은 모두 강조하지만 선행을 안 하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드니 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이번엔 첫째 선생님 말씀을 듣고는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아이를 내가 못 키워주고 있나.. 하는 마음이 들어 심난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라도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다고 하면 그때 시켜주자고 마음을 바꿨다. 어차피 공부는 지가 해야 하지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처럼 즐겨 읽고 즐겨 쓰며 자란다면 언제든 점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사교육없이아이키우기 #초등육아 #다둥이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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