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브랭 Jan 18. 2024

경영층의 철학이 곧 조직문화, 그렇게 무너지는 메시지

 경영층이 바뀌면 조직문화도 확확 바뀐다. 경영층이 자주 바뀌는 대기업의 특성상, 조직문화가 일관성을 갖기 힘들다. 이미 모인 직원들이 만드는 조직문화가 더 강할 것 같지만, 강력한 top-down의 조직 특성상 경영층의 철학이 조직문화를 좌지우지한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경영층들은 모두 뛰어났다. 다독을 통해, 핵심을 찾아내는 역량과 인과 관계를 찾아내서 바른 가이드를 주는 역량이 뛰어났다. 하지만 조직문화 부분에 있어서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분들도 많았다. 스스로 소통이 잘되고, 편안하고,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 평가했다. '90년생이 온다'란 책이 유명했던 시기, 책에 나온 꼰대테스트를 했을 때, 대부분의 임원이 본인은 꼰대가 아니라고 확신에 찬 모습이 그들의 조직문화에 있어서 메타인지가 낮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커온 환경이 그랬고, 지금 주위에서 바른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환경이 메타인지를 계속 낮게 만들 뿐이다. 이런 사례들은 많다.


1) 파이팅 하는 새해 인사 vs 40분이나 서서 기다리던 직원

 새로 온 임원(사업부 대장)이 명절맞이 서로 인사하면 좋지 않겠냐, 우리가 서로 으쌰으쌰 하며 하이파이브라도 하자!라고 한마디 했다. 이 이야기를 조직문화 담당자였던 나에게 이야기했으면 조금 부드럽게 할 수 있었겠지만, 본인과 궤를 같이 하는 기획팀장에게 시켰고, 400명이 달하는 본사 직원들은 계단, 복도에 서서 40분 넘게 대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연히 그 긴 시간, 영문 없이 기다리던 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해졌고 블라인드에 해당 이벤트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찼다.

 블라인드를 확인하지 않던 그 임원은, 그날 명절 전 이벤트가 성공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만족했고, 한 식구 같았다라나 뭐라나. 쨋든 나중에 해당 임원과 1:1로 이야기하면서, 조직문화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메시지 전달이 잘못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


2)  사 원급들과의 소통만 잘하는 임원

 최고경영층이 다른 임원들을 건너뛰고, 막내 직원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사례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굉장한 오류가 있다. 최고 경영층은 사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꾸라고 그 아래에 있는 다른 임원들에게 지시한다. 제대로 된 지시가 아니라, 여전히 top down의 지시와 왜곡된 전달이 반복된다. 그렇게 흘러내려온 지시사항은 엉뚱한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꾼다. 대표적인 예로, 사원들이 말하는 소통과 지시사항으로 내려온 소통의 형태가 너무 다르다. 1:1로 성장을 위한 원온원 소통을 원한 사원들, 그리고 마시며 풀자는 소통을 해온 임원들. 결국엔 술자리에서 뜬금없는 1:1 불편한 면담이 이어지곤 한다.

 

  조직문화는 섬세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같은 메시지가 전달돼야 합니다. 따라서 경영층이 자주 바뀌는 대기업의 조직문화 바꾸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최상위 포식자, 그룹총수의 지속적인 메시지는 조직을 아주 빠르게 변화하게 만듭니다.



그.마음은.이해하나, 메시지가.내려오면서 큰 왜곡이 생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만난 특이한 케이스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