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브랭 Jan 17. 2024

회사에서 만난 특이한 케이스 (2/2)

HR을 하면서 만난 특이한 케이스 두 번째 이야기.


6) 주식

 미국주식을 하다 보니, 매일 밤새고 오는 사람이 있었다. 선물 단타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밤새 집중하여 돈을 벌고 낮에 회사에서 쉬는 케이스였다. 현장직이던 그분은 결국 함께 일하는 분들의 분노를 샀다. 업무 중 지속적인 졸음으로, 수차례 경고가 되었음에도 반복되어 동료들이 잔소리하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가 그러니까 '거지'인 거야!, 난 밤새 너희 월급만큼 번다"라고. 당연히 해고되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돈을 잘 벌고 있을지 궁금한 케이스이다. 아, 참고로 "거지"라고 지칭된 분들 중 부동산 고수가 숨어있었고, 자산규모로 따지면,,, 체급이 비교가 안될 것으로 판단된다.


7) 퇴직예정 대기 5개월 차

 2년 차 된 사원 케이스이다. 외국계 좋은 회사가 됐다며, 곧 이직한다고 언급하며 다녔다. 자연스럽게 업무에서 배제되고 인수인계 단계를 들어가려 하니, 아직 [입사날짜]가 확정이 안 됐다고 한다. 아직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한다고 외치고 다닌 케이스이다. 그 모습이 참 얄밉게 느껴진 이유가, 지금 회사와 이직할 회사와의 급여나 복지차이를 동기들에게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는 지금 회사에 남아 대리 2년 차가 되었다. 추측 건데, 결국 채용에서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 쌓인 평판과 이미지는 여전히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다.


8) 툭치며 울음을 터트리는 개복치(?)

 감정기복이 심한 후배가 있었다. 업무 실수가 많았지만, 본인의 능력을 문제 삼지 않고 항상 남 탓을 했다. 업무 피드백을 주면, 열렬하게 반발하다가 자기 화를 못 이기고 3시에 그냥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감정기복이 있어서 함께 하는 여사우분들에게 잘해주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여사우분들이 그 사람과 대화하기 무섭다며 면담을 한 적도 있다. 전화로도 수시로 상대방과 싸웠다. 대상이 나이가 많은 부장이든, 팀장이든, 심지어 고객이어도 본인의 의견과 다르면 화내곤 했다. 이렇게 한결같이 화내기만 하면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을 텐데,,,, 밤이 되면 울면서 싸웠던 팀원들에게 전화했다.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 깊게 반성한다며 울음소리가 전화로 넘어왔다. 남자의 울음을 듣기도 힘든데, 그것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결국엔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본인의 일만 할 수 있는 팀에 재배정되었고, 지금은 혼자만의 세상에서 갈등 없이 잘 있는 것으로 보인다.


 9) 팀원의 진급을 누락시켜 달라고 청탁하는 팀장

 정말 무능하고 이기적인 팀장이 있었다. 오로지 정치로만 남은 사람이다. 집 근처에 살던 그 팀장은, 당시 승진/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나에게 밤에 전화해서 잠깐 보자고 했다.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너무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 친구, 나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팀장인 내가 평가는 높게 줬는데, 진급에는 꼭 누락시켜 줘"라고.

이유를 물어보니, 유능한 친구인데 진급하면 다른 팀으로 이동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누락시켜 달라는 말이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대화하던 그 순간과 그의 표정이 생생하다. 그 자리에서 정신 차리라고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

 다음 날, 이 내용을 정확하게 문서화해서 인사실장에게 보고 했다. 관련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언행에 대한 징계는 불가능했지만, 진급대상자 우선순위였던 그 팀원은 정상적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그 팀장은 보직자 평가를 다시 검토했고,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일부로 발굴해 내어 보직에서 끌어내렸다.


10) 100억 이상 자산가

 놀랍게도, 부자가 은근히 있다. 이 사람은 왜 회사를 다닐까 하는 사람들. 유명한 회사 오너의 자녀도 있고, 고위관직자의 자녀도 있다. 어릴 때부터 심어진 자산들은, 그들의 의지와 다르게 부지런히 커서 30대 후반이 된 그들의 자산은 수십억, 많은 사람은 100억이 넘기도 했다. 이들은 2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정말 뛰어난 업무 역량을 발휘하거나, 정말 수준 낮은 업무 수준을 보인다. 그 중간 값은 보질 못했다.

 정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사람들은, 일을 굉장히 즐긴다. 어릴 때부터 습관화되어서인지, 직원이지만 경영자의 마음으로 회사를 보고, 업무를 통해 배우려고 한다. 반대로 낮은 업무 수준을 보이는 분들을 보면 자존감이 한없이 낮은 케이스가 있었다. 들어보니, 어릴 때 많이 맞고 컸고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 삶으로 평생 패배자로 산 사람들이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대기업명함이 있어야 그나마 부모가 덜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만난 특이한 케이스 (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