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focus on what I can control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야 할 때 유독 그렇다. 이럴 때는 약간 우울함이 찾아온다. 할 일은 쌓여가지만 전부 내팽개쳐 버리고 싶다. 그저 거실에 드러누운 채 멍하니 TV나 보고 싶은 마음이다. 할 일을 미룬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지만, 동시에 미룬 들 뭐가 문제냐 싶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다 보니 괜히 짜증이 난다. 뭐라도 배 속에 욱여넣어야겠다.
생각해보자.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 마음이 문제일까? 아니면 외부의 어떤 요소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바이오리듬의 아래쪽을 돌아가는 중일까? 콕 집어 뭐가 문제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에 괜히 심술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사실, 우리의 마음은 의외로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사고, 떨어진 시험, 이별, 투자 실패, 진급 누락 등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세계 어딘가의 기아, 펜데믹, 경제공황, 테러, 전쟁 등 전 세계의 일까지. 온갖 사건이 머릿속의 뉴런을 자극해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멘탈(mental)이 강해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어떤 사람도 외부의 자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제는 외부 요인이 나를 잠식할 때 발생한다.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눈을 붙여도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하나 둘 늘어간다. 일을 해도, 공부를 해도, 자꾸만 마음이 다른 쪽으로 흐른다. 도저히 집중하기 어렵다. 마음이 불안정해 괜히 주변에 짜증만 부린다. 잊어보려 술도 마셔보지만, 아주 잠깐일 뿐 다음 날이면 걱정과 불안은 다시 찾아온다. 마치 내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거머리 같다. 떼내려 해도 잘 떨어지지 않고 조금씩 나를 갉아먹는다.
제어할 수 없는 외부의 문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그 속에 빠져 있으면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다. 코로나를 내가 어찌할 수 있을까. 아무리 용써봐도 바이러스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주식 시장은 늘 내 마음과 반대로 움직인다. 불의의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연인의 마음 또한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어할 수 없는 문제에 빠져 있기보다는, 당장 할 일을 해야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 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가 진짜 멸망할지는 내일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면서 오늘 할 일을 간과했다간 언젠가 굶어 죽을 상황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써야 할 분량을 채웠다. 폭풍이 몰아쳐도, 몸이 아파도, 거실에 드러눕고 싶을 만큼 우울함이 찾아와도, 심지어 세계 어디선가 전쟁이 나더라도 늘 글을 썼다. 하루키 정도의 작가라서 가능했다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유명 작가는 아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늘 같은 일상을 유지했기에 지금의 하루키가 존재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합니다.
팀 패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중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리라 믿는 경향이 있다. 노력보다는 재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특별하지 않은 나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들도 알고 보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존재일 뿐이다. 다만, 외부의 어떤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한 발짝씩 나아갔다.
Let’s focus on what I can control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주는 것은 시간낭비다. 당장은 떨쳐내기 어렵겠지만, 의식적으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하는 것이다. 일하고, 글 쓰고, 운동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그런 일상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