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 공부가 필요할까?
이 질문에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경제 전반의 지식, 재무제표, 뉴스 분석, 투자 철학, 차트 분석 등 어떤 것이라도 투자를 위해 공부는 필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을 펴도 경제 기사를 읽어봐도 EPS, PER, PPI 등 온갖 알 수 없는 용어로 가득하다. 슬슬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공부하기는 싫고, 돈은 벌고 싶다. 누가 알아서 알려줬음 좋겠고, 종목도 찍어주면 좋겠다. 그렇다고 리딩방(카톡방에서 종목 추천해주는 불법 유료 서비스)이나 오프라인 강의에 돈쓰기는 싫다. 욕심만 가득하다. 그래서 주식 좀 한다는 직장 동료나 친구를 찾아간다.
종목 몇 개만 추천해주세요
어떤 회사인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재무 상태는 어떤지, 지배구조나 미래 사업 방향은 어떤지 등, 복잡한 부분은 관심 없다. 알아보기도 귀찮을뿐더러 안다고 결정이 바뀌지도 않는다. 당장 오를 종목이 뭔지만 궁금할 뿐이다. 돈만 벌면 그만이니까.
주변을 둘러보면 지인 추천으로 시작한 사람이 태반이다. 돈 좀 벌었다는 친구의 자랑과 전망을 듣고선 무조건 맞을 거라 쉽게 맹신한다. 물론, 한두 번 잘 맞을 수 있다. 초보자의 행운이랄까. 하지만, 항상 오르는 종목을 예측 가능한 사람은 절대 없다. 만약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고 거르자.
(이런 방법은 괜찮..)
2020년에는 괜찮았다. 누구 말을 듣고 사더라도 웬만하면 손해보지 않는 불장이 었다. 코로나로 단기간 크게 하락했던 주가가 단숨에 V자로 반등하며 상승장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요즘 같은 시장에 누구 말을 듣고 사고 싶을까? 대다수가 물려 있는데 종목 추천은 무슨..
살 종목도 없고 줄곧 기다려야만 하는 지금이, 공부하기 딱 좋은 시기 아닌가?? 그렇다 치고, 어떻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까?
주린이 수순이다. 주식 투자는 보통 유튜브와 함께 시작한다. 유명하다 알려진 여러 채널을 찾아 구독한다. 아침에는 역시 삼프로TV지. 만나보기 힘든 전문가의 고견과 온갖 분석 내용을 폭넓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양질의 콘텐츠가 심지어 공짜다. 놀라울 뿐이다. 다른 공부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삼프로TV만 착실히 들어도 충분히 성장할 것만 같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그들은, 흔히 말하는 기관(증권회사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의견보다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 공개된 정보는 충분히 말할 수 있지만, 결정적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 역시 개인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개인 채널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정보는 공짜로 알려주지 않는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그들의 ‘진짜’ 정보를 알 수 있다. 나도 여러 채널에서 몇 번쯤 가입을 생각해봤다. 하지만,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까 봐 마음을 접었다. 게다가 진짜 실력 있는 투자자(유튜버)라면 뭐하러 귀찮게 멤버십을 운영할까 싶었다. 관리하기도 귀찮을뿐더러 투자 수익에 비해 그리 큰 수입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중 일부는 전문가로 둔갑한 가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기 투자 수익은 형편없으면서, 불안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일종의 사기꾼이다.
주식 투자에 뉴스는 기본이다. 뉴스를 보지 않고 주식한다는 것은 도박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떤 뉴스가 주가를 올리고 주가를 내리는지, 호재는 무엇이고 악재는 무엇인지 등, 투자자라면 평생 동안 뉴스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짧게나마 경제 뉴스부터 확인한다. 거시적인 부분에서 미시적인 부분까지. 세계 경제 흐름과 주도 섹터를 바꿀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 먼저 살핀다. 투자한 종목에 특이점이 발견된 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뉴스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아무도 뉴스에 적힌 문자 그대로를 믿지 않는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그것은 워낙 가짜 뉴스와 오보가 많기 때문이다. 클릭 수로 먹고사는 언론사라 이해는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는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심지어 흔히 말하는 세력(기관, 외국인 등 누가 되었든 가격을 주도하는 집단을 말함)과 결탁한 언론사(또는 기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리 주식을 사놓고, M&A 같은 가짜 뉴스를 뿌린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투자자들은 이미 높은 가격임에도 마구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올랐던 주가는 단숨에 폭락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총만 안 들었지, 서로의 돈을 뺐고 뺏기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책은 공부하는데 빠질 수 없다. 어떤 공부든 책이 없다면 총 없이 전쟁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물론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니까. 일단 1쪽을 펴는 것부터 놀라울 만큼 쉽지 않다. 언제 저 두꺼운 책을 읽을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혀온다. 결론만 빠르게 알고 싶은 성격 급한 한국인이라 더욱 참기 어렵다.
그럼에도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서점에 가본다. 투자 관련 코너는 언제나 인산인해다. 신작 소설만큼 제법 책도 다양하다. 역시 돈 버는 기술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책을 고를 때도 신중해야 한다. 혹하는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고를 바에는 차라리 유튜브를 보는 편이 낫다. 좋은 주식 책이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가령, 투자 철학이나 대가의 자서전, 경제와 산업의 역사, 환율 같이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담는 책 같은 것 말이다. 반면에 요즘 뜨는 테마를 다루거나 단기적 유행에 편승하는 책은 거르는 것이 좋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이미 활자로 인쇄된 정보는 아무리 신간이라도 이미 구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도 역시 유튜브를 보는 게 그나마 낫지 않을까..
주식 세계에서는 차트를 맹신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차트만 맹신하다간 잘못하면 거액의 손실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차트는 필요 없을까?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글쎄. 나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것도 꽤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다면..
차트가 중요한 이유는 심리가 모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지점이 되면 고점을 찍었다거나 저점을 찍었다면서 주식을 팔거나 사기 시작한다. 투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따라서 사고파는 현상이 발생한다.
20일선, 60일선, 지지선, 저항선 같은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차트를 믿는 사람들은 20일선은 추세선이기 때문에 단기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식의 주장이 일반적이다. 일부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그런 생각을 한다는 점(매수 심리)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전체 시황이 좋지 않거나 악재가 발생한 경우라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틀린 말이다.
차트를 맹신하면 곤란하지만, 차트에 대해 무지한 것 역시 곤란하다. 아무리 기업의 미래 가치와 성장성에 베팅한다 하더라도, 아무 시점에 매수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2021년 1월, 삼성전자를 9만 원에 산 사람과 지금 6만 원에 산 사람의 미래 수익은 결코 비교할 수 없으니까.
아무리 유튜브를 많이 보고, 뉴스에 정통하고, 다독한다 하더라도, 돈을 잃는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투자자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까지 말한 공부가 기본기라면, 직접 사고파는 곳은 전쟁터다. 아무리 총을 잘 쏘는 사람이라도 전쟁터에서 벌벌 떨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다.
실전이 중요한 이유는 심리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면 화나고 우울하고, 오르면 흥분되고 욕심이 커진다. 그러나 감정이 앞서면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계속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전부 팔아버린다. 또는, 오르면 한 없이 올라갈 듯한 착각을 한다. 그것이 바로 팔고 나면 오르고, 사고 나면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는 이유다. 시장을 이겨 모든 수익을 챙기겠다는 마음은 오만에 가깝다. 작은 수익이라도 안겨준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일부 현금화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손실이 시작됐다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부 팔아야 한다. 다시 반등할 거라는 기대로 단 1주도 팔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 손실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오랫동안 반복해서 훈련한 고수도 어느 순간 무너진 심리에 큰 손실을 경험한다. 하물며 초보는 어떨까? 작은 손실에도 불안에 떨고 작은 수익에도 극도의 흥분에 휩싸인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 절제는 필수다. 타고났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복 훈련 밖에는 답이 없다. 수익을 내고, 손실을 보고, 전략을 짜고 검증하는 단계까지, 조금이라도 감정을 배제할 수 있을 때까지 무한 반복해야 한다.
여전히 주식 투자는 어렵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수익 내기는 어렵고, 손절하기는 더욱 어렵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다. 그럴 때마다 잘못된 방법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본다. 오늘은 이 방법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방법에 눈길이 간다. 도대체 몇 번을 갈팡질팡해야 매매 원칙이 자리 잡을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성공한 선배들 역시 비슷한 역경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불안하고 불만족스럽다고 시장을 떠나지 말자. 백번 천 번 흔들리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