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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건너, 진짜 부산을 만나다

부산 초량 이바구길

by 피터

부산(釜山)은 한자를 보면 솥뚜껑 '부'자에 뫼 '산'자를 씁니다.


그 의미만큼이나 산지로 둘러싸인 지역이 많은 도시인데요. 해운대로 대변되는 동부산 지역이 관광특구로 개발되면서 바다 도시 부산하면 해운대를 많이 떠올리지만 진짜 부산의 정체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원도심 지역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은 동구, 중구, 영도구 지역인데 이번에는 부산역 건너편에서 진짜 부산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인 동구 초량 이바구길을 다녀왔습니다. 이바구길 하면 한 번씩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이야기의 부산 사투리가 '이바구'로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곳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산시 동구에서는 동구 지역의 테마를 나누어 8개의 테마길 코스를 만들었는데요. 부산역에 내려서 큰길을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코스가 바로 초량 이바구길입니다. 여러 거점들이 있는데 먼저 방문한 곳은 1927년에 부산 최초의 근대식 병원으로 지어진 옛 백제병원 건물입니다. 건립 당시 부산부립병원, 철도병원과 함께 지역의 중요한 의료기관이었는데요. 1932년 병원이 문을 닫은 뒤 식당, 일본군 장교 숙소 등으로 쓰이다가 해방 후에는 부산치안사령부와 중화민국 임시대사관으로 사용됐습니다. 이후 예식장으로 쓰이다가 1972년 화재로 건물 5층 부분을 철거하고, 현재는 4층 건물에 브라운핸즈라는 카페와 창작과비평사 부산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됐고 붉은 벽돌로 쌓은 근대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건축사적 의미가 큰 곳입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병원, 옛 백제병원 건물 (국가등록문화유산)


이렇게 근대 건축물을 둘러본 후에는 건물 맞은편에 생긴 신상 베이글집을 방문했는데요. 올선데이란 베이글 가게로 베이글과 커피에 특화된 곳입니다. 유기농 밀가루를 활용하여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매일 오전 한번, 오후 한번 다양한 베이글을 굽고 있어 인기가 많았습니다. 또 체인점인데 해당 매장은 부산역 인근이라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았고, 베이글 자체도 굉장히 부드럽고 커피와 같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베이글 전문점, 올선데이 부산역점


베이글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골목을 따라 근처에 있는 옛 남선창고 터로 향했습니다. 현재는 서원유통 탑마트의 주차장 공간의 일부로 남아있지만 이곳은 1900년에 지어져서 과거 원산에서 잡은 명태를 부산으로 모아 비축해 놓던 약 1000평 규모의 근대식 창고가 있던 곳입니다. 1905년에 경부선이 건설되고 기차를 통해 원산에서 잡은 다량의 명태가 부산까지 운반되어 이 남선창고에 많은 명태들이 항상 쌓여 있었다고 하니 그 장면이 장관이었을 거 같습니다. 이름도 처음에는 북선창고 또는 명태고방이라고 불렸던 것이 훗날 북쪽의 창고에 대비되게 하기 위해 남선창고로 바꿨다고 하네요. 여하튼 부산 최대의 해산물 보관 창고로 부산에 모인 명태를 활용하여 명란을 만들고 여러 가지 시너지를 만들어내니 꽤나 의미가 깊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00평 규모의 해산물 보관 창고가 있었던 남선창고 터


이렇게 남선창고 터를 살펴본 이후 이제 골목골목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는데요. 산의 배를 가로지르는 길이란 의미의 산복도로를 구석구석 파헤쳤습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만날 수 있는 초량 초등학교와 그 근처의 초량교회였는데요. 특히, 초량교회는 과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자금을 후원했던 백산상회를 도와 독립운동 자금 운반에 큰 도움을 준 집사 분들이 활동했던 곳인데요. 여기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경제적 지원을 통해 거사를 치를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초량교회와 초량초등학교 사이 골목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벽에 그려진 다양한 갤러리를 볼 수 있습니다. 초량 초등학교 담벼락을 활용하여 동구 출신의 주요 인물들의 정보들이 나와있는데요. 동구 출신의 가수 나훈아(초량초 졸업), 개그맨 이경규, 음악감독 박칼린 등 원도심 지역에서 나고 자란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산복도로 쪽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올라가면 드디어 만나게 되는 곳이 168 계단입니다.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새겨진 동구 출신 유명인 소개


요즘은 어느 지역이든 지 계단의 수를 상징적으로 명칭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초량의 168 계단의 경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과거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수없이 많은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었고 마땅한 거처가 없었기에 산동네에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험난했던 시기에 먹고살기 위해 산동네에서 부산항을 오가며 가파른 계단을 만들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피란민들의 땀과 눈물이 맺힌 장소입니다. 여기서 부산역 쪽을 바라보면 북항과 부산항대교가 한 번에 펼쳐지는 멋진 뷰를 가지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는 분명 만만치 않은 지역이었을 것입니다.


168 계단과 모노레일


그리고 여기서부터 만나볼 수 있는 명물은 바로 모노레일인데요. 168 계단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계단 초입부에서 계단 끝까지 이동하며 부산 산복도로에서의 이색적인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부산항의 풍경은 참으로 이색적이기 그지없더군요. 그렇게 올라가서 부산항 경치를 여유 있게 감상하시고 바로 옆에 있는 명란 브랜드 연구소로 발걸음을 이어봤습니다.


명란 브랜드 연구소


앞서 원산에서 잡은 명태가 초량의 남선창고로 모였다고 했는데 그러한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지역특화미식체험 공간으로 명태의 알인 명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방문해 보시면 도요, 레요, 미요라고 해서 명란을 활용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손님들을 맞이해 주는데요. 명란 파스타, 피자, 뇨끼 등 명란을 활용한 다양한 퓨전요리를 부산항 풍경을 보면서 맛볼 수 있어서 이바구길을 방문해 보시는 분들은 꼭 한번 들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추천] 부산 초량 이바구길 코스

-부산역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 창비 부산)

-올선데이 부산역점(베이글)

-옛 남선창고 터(탑마트 주차장) : 원산 명태 부산 집산지

-초량초등학교, 초량교회

-담장 갤러리, 동구 인물사 담장

-168도시락국

-168계단, 모노레일

-명란브랜드연구소, 168 더 데크

-망양로 산복도로 전시관

-평산옥(수육,국수) : 노포 맛집

-초량전통시장

-초량천


[더보기]라디오_부산 초량 이바구길 편(32분부터~)

https://www.youtube.com/live/Bci-soqSFAA?si=nlngR3xWnqm7eeeL


유튜브 쇼츠 버전

https://youtube.com/shorts/sTJP_sJmQuQ?si=AcyuKB4A1oZ9WX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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