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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기환 Mar 09. 2020

맨발로 여행하는 남자

어떻게 / 왜


  맨발의 여행자 닉은 이번이 두 번째 아프리카 방문이었다. 첫 번째는 봉사를 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여행을 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왔으며 올해 2월부터 RUN FOR LOVE라는 프로젝트 같은 여행-여행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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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계획이란 아프리카의 최남단 남아공부터 최북단 튀니지까지 맨발로 이동하는 것. 하루에 20~40km 내외를 뛴 다음 히치하이킹을 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차량 이동 역시 맨발로 하며 올해 1월에서 내년 5월까지, 그러니까 1년 3개월 동안 맨발로 아프리카를 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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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위해 3개월 간 시드니와 런던에서 맨발로 뛰는 연습을 했으며 펀딩을 개설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후원을 받으며 여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때로는 여러 명이서 걸었으나 주로 혼자 걷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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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멍한 상태로 듣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것의 목적,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 물어봤다. 왜 도대체 맨발인 것인가?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맨발로 여행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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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은 웃으며 그냥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해프닝. 계획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고 어느 날 문득 아프리카를 맨발로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3개월 간 단련을 하고 바로 아프리카로 날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맨발로 걷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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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대답을 듣고선 조금 맥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태어나서 한 번 오기도 힘든 아프리카, 그럴싸한 교통편도 없는 모잠비크의 시골까지 맨발로 고행을 이어오려면 고생의 크기만큼 거창하거나 심오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냥 해프닝이라니, 이런 바보 같은 해프닝이 또 있을까? 나는 맞은편의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표정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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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내 표정을 예상했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속에서 떠오르는 마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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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유가 너무 많아. 무엇을 해야 할 이유,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사람들은 모든 행위에서 원인과 결과를 찾으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맞거나 틀리지 않는 것이야. 그저 마음인 걸? 마음에는 논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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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마음에 떠오르는 ‘그것’을 틀렸다, 혹은 허무맹랑하다고 무시하지 않고 오롯하게 집중해야 해. 뇌에서 나오는 생각만큼 심장에서 느껴지는 마음 역시 중요한 인생의 이정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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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러한 논리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바로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꼽았다. “명심하라고, 내가 만약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만 했다면 나는 아프리카에 오지 못했어. 반대로 그렇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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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을 툭툭 털며 말하는 닉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가 굉장히 강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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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맨발을 오도카니 지켜보며 나는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특이한 사람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 프라이팬을 가지고 다니며 삼시세끼를 스스로 요리해서 먹는 여행자, 한국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한국인 부부도 만났지만 맨발로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것은 분명 한 단계 상위의 고역이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순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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