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다녀가신 친정 부모님께서 주고 가신 자가진단키트를 받은 지 얼마 안돼서 쓰게 되었다. 아이들이 설 명절부터 일주일간 심한 열감기를 앓았다. 세 아이가 돌아가며 39도를 찍는데 특히 가장 건강한 둘째가 5일간 열이 내리지 않아 밥도 거르고 앓았었다. 혹시 몰라서 한 번은 선별 진료소에서 pcr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온 지 다시 3일 뒤에도 나 역시 오후에 갑자기 열과 몸살이 심해서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등원을 다시 하게 되면 안심하고 보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온 가족이 힘들게 열 몸살을 앓는 게 수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었고 그다음 날인 어제 거짓말같이 아이들이 하나 둘 열이 내리고 콧물이 멎었으며 잔기침만 조금 하고 있다. 어제저녁에 드디어 식음을 전폐했던 첫째와 둘째 아이가 생선구이에 물 만 밥을 두 그릇씩 먹을 때 뛸 뜻이 기뻤다. 아직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셋째도 병원에 간 결과 귀나 목도 이상 없이 금방 나을 거라고 하셔서 안심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업 특성상 아이들을 대면하고 단체 생활을 하느라 그 여파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며 현재 본인 건강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양성 판정받은 지인은 Kf94 마스크만 고집하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내 새끼들 건강해졌다고 좋아하던 새가슴 같은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송구해졌다. 어서 쾌차하길 바라는 마음과 강한 심신으로 회복되길 기도했다. 누구도 원치 않는 이 질병과 함께 사는 환경에서 나 외의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서로 지켜낼 수 있을지 경각심을 갖게 된다. 몸의 건강과 면역체계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과 면역력 역시 키워내야 할 시대인 것 같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는 제정신으로 살아낼 수 없는 '혐오를 사랑하는' 이 시대에 코로나라는 질병은 어쩌면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실험이자 백신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만 괜찮으면 되는 시점을 떠나게 한다. 나 외의 다른 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 뼈를 깎는 수고와 진심을 다 해야만 하게 만든다. 각자의 수명을 다하기 전에 언제고 올 수 있는 죽음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고 만약, 그리고 가까울수록 함께 겪는 고통이 있기 때문에 그런 수고와 진심 없이는 인간답게 살아낼 이유가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