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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20. 2023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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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죽는 게 무서워." 저는 이렇게 말했죠. "죽는 게 왜 무서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사는 게 더 고통이잖아." 그 친구는 죽음의 공포에서 해결되기는커녕, 고민이 더 많아진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입을 닫지 않았다는 거죠. "게다가 사후세계는 없어. 게다가 우린 모두 흙이 돼. 게다가 우주는 언젠가 얼어붙어. 죽음을 그냥 즐겨봐!"

 제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도 있죠. "요즘 불량한 취미에 너무 빠져버러셔 고민이야. 릴스 보기, 쇼츠 보기, 군것질하기..." 그러자 대답이 돌아왔죠. "운동 좀 하고 산책 좀 해봐."

 물론, 운동하고 산책하는 게 해결책일 수 있어요. 사후세계가 없음을 받아들이는 게 해결책일 수도 있죠. 그렇지만 고민을 듣는다는 건, 보기에 하찮고 한심하더라도 누군가에겐 진짜 심각한 문제를 듣는다는 건, 그렇게 쉽게 결론 낼 일은 아닌 듯합니다. 상대방 고민의 크기만큼, 나도 그만한 자세를 취해야 하나 봐요. 누군가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온다면 나도 진심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럴 체력만 된다면 말이죠. 갑자기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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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학교 수업에서, 데이터 컨설턴트 백승록 대표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요, 완전 실무적인 건 아니고 '데이터와 친해지기' 정도의 내용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강의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간추려 적어보려 합니다. 

 광고, 마케팅, PR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실무자에게는 점점 다양하고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고 있죠.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고 뛰어난 도구는 '데이터'입니다. 시대가 변화하며, 과거에는 직관과 추론에 의존해 진행했던 기획에 데이터를 통해 근거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 데이터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통해 의견을 결정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해짐과 반대로,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AI 때문이죠. 기획과 인사이트 도출, 카피라이팅, 영상, 디자인 등 창작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은 AI와 경쟁해야 합니다. AI의 수준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으며 과거의 예상과 달리, 무엇보다 예술 영역에서 빠르게 인간의 능력을 넘보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할 수 있는 도구도 데이터이며, AI를 넘어설 수 있는 영역도 데이터 속에서 통찰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직관에 의존한 크리에이티브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로 뒷받침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마케팅의 전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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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은 한 입 베어 물은 단무지 같아.

 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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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음료수를 며칠정도 마시지 않다가, 오늘 한 입 마셨어요. 그렇게 달고 시원할 수가 없더라고요. 더 달고 더 시원한 음료수를 마셔도 딱히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며칠 참은 것으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런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해요. 인간은 더 많은 물질, 더 강한 자극, 더 큰 욕망을 자연스럽게 추구하는데 그게 곧바로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죠. 행복을 만들어 주는 건 사실 며칠 동안 음료수를 먹지 않는, 이런 약간의 금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욕이 욕망을 더 달콤하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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