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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21. 2023

약간의 긴장을 놓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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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아이디어를 얻는 법에 관한 영상을 봤어요. "일상에서 약간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약간의 두근거림, 어디서든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거죠. 말을 해주신 분께서 우연히 친구랑 곱창을 먹다가 '기름진 음식으로만 풀리는 피로가 있다, 지용성 피로가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대요. 이걸 듣고 자연스럽게 음식이나 피로회복제 광고의 카피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웃어넘길 농담에서도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거죠.

 저도 걸을 때 약간의 긴장을 놓지 않아보려 합니다. 오늘 걸으면서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좋았어요. 습관적으로 귀에 에어팟을 꽂고 걷는데, 그럼 주변을 둘러보기 어렵습니다. 음악에 집중하게 되죠. 물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에어팟을 빼면 세상이 생각보다 시끌벅적 재미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이 걷는 모습, 입은 옷, 표정, 시선 같은 것도 재미있고 간판도 재미있습니다. 그런 것들 속에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 수 있죠. 오늘은 음악을 듣는 대신, 세상을 관찰하면서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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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운 문장.

1. 재미는 없어도 의미는 있어야지.

2. 들어줄게, 힘이 들어도.

3. 한심한 카피에도 자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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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세상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라고. 학교가 주입식 교육을 해서 그렇거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콧대가 높아서가 아니라요. 사람들이 대체로 갖고 싶은 직업은, 돈도 많이 벌고 지속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인 일이겠죠. 그런데 그게 너무 빨리 변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는 꽤 괜찮은 직업으로 인식되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죠. 출산율이 너무 떨어지면서 교사 정원이 줄며 문제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개발자가 뜨기 시작했죠. 모두가 코딩 공부를 시작했는데 코딩 붐이 사그라든 요즘엔, 개발자가 완벽한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이 침체되며 영화업계 취직에도 위기가 닥쳤죠. 얼마 전부턴 데이터 분석과 AI 활용 능력이 뜨기 시작했고요. 직업군인도 원래 존경받는 직업이었지만 몇 년 새 위상이 많이 나빠진 느낌입니다. 자동차 생산직은 갑자기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졌고요.

  모든 직업들의 환경과 미래 전망이 너무 빠르게 변합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직업을 계속 바꾸어 가며,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갖는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해진 시대에 도달했죠. 그런데 제 생각에,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은 그런 라이프스타일과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약간 별개의 내용이지만, 멀티태스킹이 일의 능률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죠. 인간은 좀 더 하나의 직업, 하나의 목표에 몰두하는 게 어울리는 존재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변화는 이루어져 버렸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간은 따라가기도 벅찬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너무 빠르게 직업들이 흥망성쇠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골라야 할지 헤매는 게 아닐까요. 어떤 직업이 내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지가 실시간으로 변하니까. 그런데 자신이 택한 직업 전망이 어려워 변화를 시도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경력은 물거품이 되니까. 그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청춘이 많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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