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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Nov 17. 2023

September in Paris

얼마 전에 파리를 다녀왔다.


수년 전에 파리를 방문했는데 머문 시간은 고작 이틀간이었다. 그때는 남프랑스 여행에 집중을 하다 보니, 파리에서는 허둥지둥하듯 시간을 보낸 탓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번엔 세명의 여자들이 의기투합하듯, 나름 ~알뜰한 파리여행을 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에는 퐁네프 다리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다녔다. '퐁네프의 연인'으로 유명해진 곳이라 그런지 유난히 연인들이 많았다.


그런 거리가 훤히 보이는 한 노천카페에 앉았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생각했다.


'음, 파리는 나부터도 두 번째 방문이고.. 워낙 유명한 시티쟎아?,  더구나 명소란 명소는 사람들에게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파리가 낭만적인 것은 왜?.. ' 하며  그때부터 파리 감성에 젖어들었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파리여행은 ‘파리의 낭만'을 찾아 떠난 마음 여행이다.



파리-paris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아! 에펠탑!'이라고 말할 것이다. 또는 센강변, 몽마르트르 언덕, 박물관, 미술관, 바게트, 노천 카페, 낭만의 도시 같은 것들을 들먹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파리란 도시를 묻는다면, 단연코 '파리는 연인의 시티'라고 말하고 싶다. 파리=연인의 도시란 공식은 뻔한 말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처럼  파리는 생김새 자체가 낭만적인 도시고, 그렇게 연인의 시티가 된 곳이 아닐까 싶다.


에펠탑만 보아도 알 것 같다. 시커먼 쇳덩어리인 거대한 이 탑이 그토록 유명한 것은 '연인들 때문이다 ‘라는 말은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실제, 그곳에 가니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 눈에는 모두가 연인들이었다. ^ 아이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심지어, 아이를 부둥켜안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웨딩포토는 물론이요, 세계의 연인(여기서 연인이란, 연령을 초월한 남녀)들은 서로 손을 잡고 , 황홀하게 에펠탑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특히,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보는 에펠탑 뷰는 정말 멋지다!. 그 앞에서는 이런 리엑션이 바로 나온다. ‘와~와~’

우리 세 여자들(언니, 조카, 나)도 '와~아아~'하며 난리를 쳤다.  내가 파리에서 에펠탑을 제대로 본 것도 처음이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렌즈를 통해서 몇 초 동안만 사람들의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았다. 훔쳐보았다는 것이 맞겠다. 재밌다!^


한결같이 사람들은 에펠탑이 '사랑의 여신'이라는 황홀한 눈빛을 했다. 연인들은 그 아래서 입맞춤을 하며, 사랑을 맹세하고 , 확인했다.


에펠탑이 사랑의 여신이라는 말이 맞는 것이, 그 앞에 서면 없던 사랑도 막 생겨난다고 한다^. 가령, 여자들끼리의 여행이라면  '음.. 후엔 꼭 연인과 와야지’ 하는 다짐은 저절로 생긴다고 한다.


탑 하나가 연인들의 매력 덩어리가 된 셈이다. 파리에서는 어마한 상업적인 수익을 보태는데 일익을 하고 있기도 하며, 세상의 연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는 곳이지 않는가 말이다.


다른 곳들은 어떤가? 센강변, 카페, 미술관도  많은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역시 파리를 '연인의 도시'로 발전(?) 시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파리는 이처럼 들끓고 있었다. 마치,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 햇볕처럼 후덥지근거렸다. 그래서 파리는 연인의 시티다.


이러한 파리를 연인의 시티라고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거리의 키스하는 연인들’이다. 딱, '영화 속의 연인들의 모습이다.


좀 덧붙이자면,  나는 10대 때부터 ‘거리의 키스하는 연인들’이 궁금(?)했다.^ 그 일이란 낭만 그 자체였다. 그 당시에 언니들은 주말이면 티브이에서 하는 ’ 주말의 명화’(대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를 즐겨보았다. 나도 그 옆에 끼여서 '러버스토리'가 담긴 미국영화들을 수없이 보았던 이유다.


그때부터 ‘거리에서 하는 연인들의 키스는 ’ 모두 미국에서 시작되었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가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사는 동안  '거리에서 키스하는 연인'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 (보수적인 시카고라서 그러나?)


알고 보니 (내 관점에서) 그것은 미국이 근원지가 아니었다^. 그곳은 유럽의 도시였고, 파리가 대표적인 시티다.


몇 해 전,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바토무슈 유람선위에서 열렬히 키스를. 나누던 한 연인의 모습이다


유람선이 바람을 가르며, 센강변을 가로질러 나갈 무렵이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연인이었다. 갑자기 남의 눈도 아랑곳없이 키스를  막~나누기 시작하더니 그것도 멋진 야경이 펼쳐질 때마다 입맞춤을 반복했다.^


순간, '어? 뭐야~ 얘들~ '하면서 눈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들의 입맞춤은 끝날 줄 몰랐다. 나의 유람선 관광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안 보는 척, 야경을 보는척하며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눈이 갔다. 이번에도 딱, 몇 초만 그들을 감상했다.^


'음., 불어를 하네, 프랑스인이네. 나이는 20대 초반의 커플이쟎아.. 옷차림이나 분위기로 보아서  파리에 사는 연인이구만.. ' 이였다.

..

그들의 키스가 얼마나 열정적이며 애절하던지.. 영화의 한 편이었다면, 그들은 유람선위에서의 주인공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엑스트라며, 나는 그 연인을 훔쳐보는 별난 여행객쯤 되었을 거다. 뭐.. 훗훗


그건 그렇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내가 파리에서 이런 낭만타령을 하는데 파리가 장단을 맞춰준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키스하는 어느 연인과’ 부딪히는 기막힌 순간이 있었다. ^


어느 날,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한쪽 길가에 서서 입맞춤을 하는 연인이 눈에 띄었다. 나는 가던 길의 속도를 살짝~ 줄였다.(그냥 멈춰 서면 곤란해진다^) 두 여자(언니와 조카)는 앞서 걸어가는 중이었고, 나는 또 몇 초 동안만 눈을 빠르게 움직이며 그들을 흠칫 살폈다^.


그 연인은 아마 헤어지는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 같았는데, 살짝 ~ 서로를 껴안고, 멋지게 ~포옹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이쁘기만 했다.^


나는 피식~웃으며 절감했다.^  그렇지!,  여기가 연인의 도시, 파리쟎아!?


내가 십 대 때에 언니들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파리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런 일은 파리에서는 어느 곳이든  있을법한 일이고, 그저 파리의 일상이었다.


누구는 파리에서 여행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비포 선셋, (before sunset), 쥴리엇  비노쉬 주연의 paris , 한국 뮤비인 파리의 연인 등등..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만 보아도 파리는 연인의 도시가 맞다.


파리는 타고난 미인의 얼굴 같다. 그냥 그 자체로 낭만이 있는 도시다. 언제까지나 도도하게 , 포옴 내며 그 자리에 있을 연인의 도시다.


늦은 밤까지 퐁네프의 다리 아래를 거닐었다. '퐁네프의 연인'의 전설처럼 그렇게 사랑하고픈 연인들이 그곳에  있었다.


노천카페와 맥주 한잔, 빨개진 얼굴로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밤 바람도 서늘하고, 군데군데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9월의 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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