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Jan 04. 2024

이기적으로 잘 살기

처음으로 한울복지회에서 베푸는 직원 연말파티에 갔다.


한울복지회는 노약자들을 일하는 홈케어직원들을 관리하는 한인복지센터다. 물론, 나도 시어머니를 케어하는 자격으로 참석했다.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직원들을 위한 교육이 한 시간가량 있었다. 자기 돌봄(Self -Care)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후에 짧은 시간 동안 테이블별로 모인 사람들끼리 그룹토론이 있었다.


이 교육은 어려운 처지, 노약자들을 돌보는 홈케어직원을 위한 교육이지만 사실, 누구나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 또는 누군가(가족, 부모 등)를 잘 케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의 요점이었다.


자신을 잘 케어해야만 다른 사람을 잘 돌볼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을 제대로 돌보려면 자기가 행복(만족, 건강)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가 예를 들어준 것이 마음에 든다.

비행기는 출발 전 안전수칙을 알려주는데, 비상착륙 시 천정에서 산소 호흡기가 떨어지면, 본인먼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다. 다음에 옆에 앉은 아이나 가족들을 도와준다. 나 자신이 안전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내가 정서적, 신체적으로 안전할 때 다른 사람을 살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의 말처럼 자기 케어가 중요하다면 ,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 피로, 무기력, 웃음을 잃어버릴 때 등으로 번아웃이 될 때, 어떻게 핸들 하는가? 자기 케어를 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했다.


16개의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이 나눈 토론의 내용은 모두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양이 ‘거기서 거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40대-60대 중. 후반의 여성들이 다수였다. 그들의 스트레스해소법은 대개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케어하고 있었다. 1일 여행(또는 혼행), 산책, 수면, 운동, 명상, 영화 보기, 아이샤핑, 수다 떨기, 취미생활 하기, 요가, 외식, 요리해서 나누어 먹기, 음악 감상, 트로트 부르기, 유튜브 보며 놀기 등이었다.


좀 특이했던 한 분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매번 다른 공원을 방문해서 산책한다. 어떤 땐 공원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느 남자분은  밤늦게 맛있는 야식을 먹는 것으로 해결한다고 했다(남자들은 묵묵한 방법을 좋아하는 듯). 또 어떤 분은 일명 '시체 놀이 (가만히 누워 멍 때리기)'를 한다고 했다.  나랑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분은 샤워할 때 '막 춤'을 춘다고 했는데  이 방법도 호응이 많았다. ^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또는 어려운 일을 털어놓는 상대는 누군가?라는 질문에는 가족이 가장 많았다. 그중 '친정 언니'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실감한 건, 세상의 언니들은 '소울 메이트고 상담자'라는 사실이다!. 그 외에 베스트 프랜드, 배우자, 복지회 스텝, 상담사였다. 의외로 배우자 (남편)는 '마음털이'상대로는 순위에서 밀렸다.^   


나의 경우에는, 번아웃이 될 때 일단, 모든 것을 놓고 쉰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급적 홀로 시간을 보낸다. 당장 쉬운 방법으로는 잠자기다. 만사가 힘들고, 귀찮을 때 몇 시간 정도 잠을 잔다. 그런 후, 일어나면 한결 쉬워진다. 생각이 정리가 되고, 몸도 가벼워진다. 내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나의 두 번째  번아웃 탈출기는 좀 길게 여행을 하는 일이다. 물론,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살짝 긴장하고, 익사이팅해 보는 것도 좋다.


혹, 마음을 털어놓아야만 할 때는 서울에 있는 언니에게 전화를 돌린다. 나의 인생 어드바이저이다. 그녀는 롱타임 하우스와이프일 뿐인데, 역사, 경제, 사회를 다 꾀고 있다. ^ 무슨 말인고 하면, 모든 인간관계에 (직장, 가족, 친구 등) 얽힌 문제에 푸는 답을 적절히 제시해 준다. 희한하다. 나보다는 훨씬 넓은 인간관계(자녀, 시댁, 등등)를 걸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미안하지만, 남편은 두 번째다. 디테일에 약하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흔히 '자기 돌봄은 '이기적인 것'이라 오해받을 수 있지만, ‘자기돌봄에서는 필수다.’ 라고 말한다.


남과 더불어 잘 살려면 많이 양보하고, 희생해야죠? 가 아니다. 오히려 길고,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다. 또 그런 사람이 편하다. 지나치게 친절하고, 양보하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다.


토론의 요지는 결국, ' 남을 케어하려면 나를 먼저 케어하라'다.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자기 돌봄은 좀 더 적극적인 표현을 하자면, '본인 투자'다. 더 많이, 그리고 잘 사랑하기 위해서 '본인 투자'는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챙기고 돌볼 수 있을 것 아닌가.


평소에 '쟤 좀 이기적이야!' 라는 말을 듣고 있다면, '자기 돌봄',  '본인 투자'를  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말을 듣는다고 우물쭈물할 필요 없다. 먼저 '나'쟎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하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