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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Dec 16. 2023

돈이 하는 이야기

미국에서 한동안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캐시를 만진 적이 있다.


무슨 현금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꿈 얘기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한인은행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잠깐 볼트 텔러(Vault Teller-금고직원)로 일했다.


 볼트직원은 경력과 크레딧이 쌓이면, 의례히 거쳐가는 포지션이다. 은행에서 볼트는 모든 현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현금뭉치를 내 돈처럼 만지고, 다듬고 하면서 케어하는 곳이다.


안,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방에서 온종일 돈을 카운터 한다. 위조지폐(Counterfeit)도 척척 골라내야 한다.(이때 위조지폐 식별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에 위조지폐는 금방 알 수 있다. )


텔러(입금, 출금직원)들은 항시, 서랍에 일정한 현금만 가지고 일을 하는데, 그들의 서랍에 현금이 그 이상으로 쌓이면 볼트로 가져온다. 때로는 현금이 필요하면 볼트에서 돈을 내주는 일을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일주일에 두 번 주 연방정부은행에 돈을 보내는 일을 한다. 은행도 현금으로 가득 찬 볼트를 비워야 한다.


좀 더 보태자면, 이때 정부은행에서 고용한 전문적인 현금픽업업무를 하는 회사트럭이 와서 현금을 픽업한다. 이 직원은 두 명이 한 팀이고, 권총을 차고 , 방탄조끼를 항시 착용하고 있다.


금고를 비우는 일까지가 볼트직원의 주요 업무다. 내가 볼트 텔러로 일했던 때가 대략 20여 년 전이였다. 그때는 가게나 식당등 어디서든 캐시거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유로 매일매일 어마한 캐시가 금고로 들어왔다. 돈에 치일정도였다. 누구는 돈에 치여라도 보았으면 할지 모른다.^ 아! 절대 할 짓이 못된다. 게다가 돈뭉치는 무겁다. 더 심한 건 돈 먼지가 어마무시할 정도로 많다.


온종일, 기계에 돈을 넣어 카운터 하다 보면, 거기서 나오는 먼지로 손이 시커멓게 된다. 얼굴까지 돈 먼지로 뒤집어쓰게 된다.(특수 마스크를 하지만) '돈 독'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먼지 묻은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는 일종의 텔러들의 규칙이었으니까.


그땐 돈을 '이 놈의 껏!' 하며 모두 던져버리고 싶었다. 내 눈에는 돈이 아니라 쓸모없는 종이짝에 불과했다. (내 돈이 아니니까 이런 소리가 그냥 나온다^)


매일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돈의 껍질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뭐 돈의 적나라함(?)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사실, 돈이.. 말이죠,  똥다음으로 더럽다는 것입니다.^


돈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들어오는 균 덩어리란다. 어떤 경우는, 손님이 텔러 앞에서 침을 발라가며 카운터 해서 돈을 내미는 때도 종종 있다.^ 텔러는 그저 속으로만 '어휴 죽겠다~'하고 있어야 한다. 그토록 좋은 돈도 독소를 끓임 없이 옮겨가는 것이다.


이렇게 돈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돈도 균처럼 작용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뭐든지 좋은 건 아니듯, 돈도 그렇다는 것이다.


언젠가 매거진에서 유명가수인 레이디 가가의 행복한 비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돈이 치일 정도로 많아 귀찮다고.. 세상 부러운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겐 20불은 돈도 아니라고.^ (나한테는 그 정도면 맛있는 런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나도 '돈'좋아한다. 누가 돈 준다고 하면 어르신이든, 조카애든 '뭐~ 괜찮아요~' 하며 예절을 차리는 거절이란 없다. 무조건 '땡큐! 하고 받아 챙긴다. (참고로, 주는 건 잘 받는 것이 예의다^).  땅바닥에 동전이 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퍼뜩 주워 지갑에 넣는다. (혹 지폐면 로또라도 맞은 것 같이 흥분한다^)


돈 없이는 하루라도 살기 힘들다. 삶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돈이란 무지 좋은 것이고, 중요하다. 그렇다고 돈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많아서 불행한 일도 많다. 돈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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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구차스럽기까지 한 레이디가가는 행복한지 알 수 없다. 돈이 좋다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사고, 그러지도 않는다. 그냥 버는 만큼, 있는 만큼 산다.


돈은 이상하다. 밀물과 썰물 같다. 내 경험상 돈이 좀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들어온다. 그래서 가끔은 걸인에게도 돈을 던져주고, 가게마다 계산대에서 ‘ 잔돈, 어린이 암센터에 기부하실래요?’하면 기꺼이 ‘예! 그러죠’ 한다.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내어주면 들어온다. 돈은 이런 기특함도 있다.


 공기처럼 순환이 잘 되어야 하는 것이 돈이란다. 돈은 이렇게 돌면서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도 한다. 어떤 때는 곡예사처럼 요리 저리 흔들어대기도 한다. 비굴하게도 한다.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한다.


그러고 보면, 돈과 함께하는 매일의 삶도 무척 다양한 인생살이다. 은행 금고에서 돈과 치열(?)했던 한때, 난 거의 매일 짜증투성이었다.


아마.. 나도 돈이 치일 정도로 많다고 상상을 해 본다면.. 매일 불안하고, 어리둥절하고, 제정신이 아닐 것 같다. 마침내는 귀챦아 질 수도 있다. ^ 레이디가가처럼.^


뭐..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냥 이대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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