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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Oct 13. 2023

두 자매

 시어머니에게 절친이 생겼다.


최근에 여동생이 살던 집을 처분하고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니어 아파트로 들어왔다.


주일날 교회에 가는 일 외에는 수시로 만나는 친구가 없던 어머니다. 고작 아래층의 헬스방에서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는 일이나 티브이시청을 한다든가 성경을 읽는 일이 전부다.


그러니 여동생의 아파트 입주는 그녀에게 세상 반가운 일이다. 그것도 같은 층이다. 몇 개의 문을 지나면 바로 동생방이다. 뭐, 방만 다르지 한 지붕아래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동생인 이모님은 오래전 남편이 돌아가셨다. 자녀들은 모두 다른 주에 살고 있다. 세 자녀가 서로 다투어 함께 살자고 하는데도 가시질 않는다. 고향 같은 시카고가 좋고 , 친구가 있고 , 형제들이 있는 이곳이 더 좋다고.


이런 이유로(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일) 어머님은 동생이 그저 안쓰럽다. 그래서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우리 동생 불쌍해'라고..


이 땅에 계시는 동안, 모든 것을 바쳐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먹을 것도 사주고 , 그것도 모자라 좋은 것이란 모두 동생에게 준다.^


내가 사드린 핸드백도 주고, 화장품도 주고, 옷도 준다. 사다 드린 온갖 잡다한 것들이 어머님집에서 없어져 버린다.^ 좀 화가 날뻔한 일은 며느리가 만든 음식까지 주신다.^  (참고로, 특식을 할 때는 이모님과 함께 음식을 나눔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동생싸랑에 아낌이 없다.


사실, 이모님은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다.^  더 중요한 건 , 이모님은 전혀 불쌍하지 않으시다.^ 음.. 앞에서 말한 한 가지(자녀와 가까이 살지 않는 일)는 좀 애잔한 일이긴 하지만.


이모님이 불쌍한 건 어디까지나 어머님 생각이다. 이모님은 돈도 있고, 친구도 많고, 음식도 잘하신다. 무엇보다 자신을 잘 챙기는 분이시다.


이 정도면 질투가 날 정도의 동생싸랑이다. 어머니 물질로 동생을 위해 헌신한다지만 어떤 땐 너무 하다 싶을 정도다. 받으시는 이모님도 '너무 하시는 것 아냐?'라고 생각이 될 수 있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모님이 왜 그러시지?‘라고 반문을 수십 번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찡그린 마음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두 분 사이를 잘 들여다보니 이모님도 어머님 같았다.


이모님도 받는 것만큼 어머님께 공을 들인다. 영어를 잘하셔서 가끔은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도 가 주신다. 수시로 맛있는 밑반찬도 해 주시고, 외식도 시켜주신다. 옷이며 예쁜 신발도 사 드린다. 뭐든지 두 개를 사서 하나를 드린다. 그러니 어머니의 동생 사랑에 뭐라고 항의를 했다간 그야말로 '못된 년'이 된다.^


두 분의 사랑은 꽤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도 모자라 서로의 냉장고도 채워준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풍족해야 그냥 마음이 넉~넉 해지는 할머니세대들이시다. ^


재미있는 건, 서로가 한결같이 ‘ 냉장고 안이 꽉~꽉 차서  문이 열리지 않아~’ 한다. ^ 내가 들어도 엄청 행복한 비명이다.


그래서 나는 두 자매의 애정 관계를 ‘냉장고 사랑’이라고 붙이기 시작했다. 변함없이 사랑으로 채워 삐걱거리는 일이 없이 무난한 동그라미를 그리기 때문이다. 뭐. 이쯤이면 두 자매의 사랑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세 자매인데.. 게다가 두 언니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다. 서로 짝꿍이 될수 있다.


글쎄..나는 누구랑 짝꿍을 하지? 굳이 만들자면 큰언니의 딸, 레베카가 있다. 나랑 가까이 살고 있는데.. 이모랑 자매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몰라..  뭐, 안될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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