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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pr 26. 2023

애저구이의 참 맛

심약한 분은 조심

구운 돼지 껍데기를  극혐 하던 사람도 반할 맛이다. 소금, 레몬 후추, 오레가노 등 간단한 가루만 뿌려서 구우면 끝.

바삭바삭하면서 기름기가 쫙 빠진 스낵 같은  부분부터 속 살코기까지 고기구이의 정석은 바비큐임을 누구나 다 안다.

내가 돼지고기 없는 터키로 떠난 사이에 아들네서는 친구들이 모여 뒷마당에서 돼지 통구이를 했다.

어린 돼지를 '애저'라고 하는데 애저구이를 통째로(산채로는 아님) 하는데 손재주 좋은 아들이 바비큐 통을 몰딩으로 만들어 그럴싸한 틀을 만들었다.

돼지 통구이 틀 만들기

친구들 부부가 와서 굽고 먹고 하루를 신나게 놀았다는데 나는 정작 돼지고기 구경을 못 하는 터키에서 하루 날 잡아서 불가리아를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도 로스트 포크, 폭찹, 포크 햄, 살라미 등 돼지고기 요리를 진탕 먹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당일치기 돼지 여행을 하고 오면  당분간 속이 든든했다.

때로는 한국 교민들이 불가리아나 암스테르담에서 돼지고기를 사 오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랜덤으로 세관에서 검사에서 걸리면 고기는 당연히 뺏기고 벌금도 내야한다.

불가리아는 터키에서 육로라서 국경에서 세관에 도착하면 승객들은 다 내리고 짐을 꺼내서 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세관원이 의심스러운 가방이나 짐을 기다란 쇠 갈고리로 쿡쿡 찔러본다. 형식적 일지는 몰라도 돼지고기를 반입한 사람은 그 시간이 간 떨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같이 돼지 냄새가 싫어서 거의 안 먹던 사람도 터키가 99% 무슬림들이 사는 국가라서 돼지고기가 없다니까 왜 더 먹고 싶어 난리냐고?

터키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이나 목살등을 먹던 식성 때문인지 돼지고기를 무지하게 밝혔다.

터키의 정육점 중에서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곳도 간혹 있어서 공동 구매로 갈비, 돼지고기, 불고기감을 시켜서 육류 갈증을 달래기도 했다.

 터키 내의 소고기 값보다 비싼 수입 돼지고기가 그야말로 금돼지였다.

유럽의 돼지고기는 지방이 적어서 삼겹살도 기름이 많지 않고 목살은 퍽퍽해서 이 없다.

그러면 마켓에 햄이나 베이컨은 없냐고?

물론 있지. '까르푸'나 ' 미그로스'같은 유럽에서 들어온 체인형 대형 마켓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안 보이더니 냉장칸 맨 위에 손도 잘 안 닿는 선반 위에 먼지가 쌓인 베이컨이 오도카니 있더라.

가격은 치킨 햄이나 기타 비프 햄의 세 배 정도로 사악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고.

이렇게 돼지고기 찾아 삼만리를 할 동안 캐나다에서 아주 통돼지 구이 파티를 하고 있었다는.


아기 돼지를 사서 아들네 냉장고에 하얀 천으로 싸서 하루를 보관했다는 말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시체도 아닌 것이 떡하니 들어있었다는 상상을 하니 몸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온 동네에 퍼지는 바비큐 냄새가 사실 실제 고기맛 보다도 더 유혹적이긴 하다.


터키에도 '코코레치'라는  곱창구이가 있다. 곱창을 갈게 늘려서 꼬치에 실타래 감듯이 감아서 로티세리 스타일로 굽는 것이다. 꼬치를 굴려 가면서 구우면 기름이 떨어지면서 바삭한 곱창구이가 된다.

길거리 음식이지만 양고기 냄새가 나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데.

저렴하면서도 인기가 좋은 케밥도 소고기 케밥을 시켜도 양고기의 쾌쾌한 냄새가 나는데 자세히 보니 소고기만은 드라이해서인지 케밥 덩어리 맨 위에다 심심하면 양고기 기름을 붓고 있었다.

소고기도 기름이 없어서 마블링은 꿈도 못 꾸고 돼지고기도 없는 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었다.

라면은 또 어떤가?

한국식 라면이나 레알 한국 라면도 돼지기름이 손톱만큼이라도 들어가면 수입금지 품목이 된다. 농산물부터 수산물, 유가공 식품까지 자급자족하는 나라라서 아쉬울 게 없어서 그런지 유난히 식품통관에 규제가 많다. 한국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에서는 통관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거의 임박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가 일쑤였다. 한 번은 햇반을 수입한 교민이  유통 기한이 지나려는 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 해프닝이 있을 정도로.

한국 라면이 없었던 과거에  한국식 라면은 주로 독일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들어오곤

 했다. 이렇게 한국 식품이 귀해서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이나 주변에 한국에 다녀오는 지인들에게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무게가 가벼운 당면이나 김 같은 것을 부탁했던 것도 추억이 되어버렸네.

저온 살균법인 파스퇴르식 우유가 대부분인 고소한 유제품으로 만든 푸딩과 우유떡이

돼지고기가 아닌 뻑뻑한 소고기를 먹은 식후에도 맛이 좋았다.



터키를 여행하다 보면 산중턱에서 양을 돌보는 목자의 외로운 모습도 볼 수 있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 짐을 실은 낙타도 유유자적 걷는 거리를 보면서 사막 도시의 정취를 느꼈다.

 

단, 더운 사막기후에서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가 금기식품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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