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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Sep 21. 2023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버리고 없애고

살다 보면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돌아가신 모친을 통래서 알게 되었다. 예쁜 그릇을 장식장에 모셔놓고 늘 쓰는 것은 깨지지 않는 스텐 밥공기와 국그릇, 반찬은 코렐제품으로 쓰니 생전 깨지지도 않는 절대적인 내구성을 자랑했던 그릇들이었다.


의류만 봐도 집에서 입는 것은 계절별로  몇 벌 정해져 있는데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폴리에스터와 코튼과 폴리아미드를 섞어서 바늘구멍조차 나지 않는 질긴 옷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에는 옷걸이가 부러질 정도로 꽉 차 있다.

외출복도 사실 입던 옷만 계속 입고 이것저것 갈아입으려니 귀찮을 뿐만 아니라  자칫 신경을 너무 쓰다 보면 웃기는 코디가 되곤 하는데 말이다.

톤 온 톤이나 믹스 매치는 더더욱

괴상하게 되고.


그릇, 의류 외에 가구를 돌아보면 소품부터 대형가구까지 집이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이 이고 지고 있다. 가구 배치도  활용도를 고려해서

집안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조화로움을 느낀다면 문제가 없으리라.

그러나 정신이 없고 산만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가구 사이에 끼워져 있는 물건과 잡동사니들이 더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든다.


물건이 많다는 것은

복잡하고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점에 있어서 우리 마음과 동일하다.

치아에 딱 달라붙은 플라그처럼 긁어내야만 떨어져 나가는 존재인 것이 몸과 마음, 생활의  짐이다.


사하면 짐이 정리가 되고 손님을 초대하면 정돈이 된다. 항상 계기가 있어야만 변화가 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봄청소니 월동준비 같은 연례행사도 고전이 되어 갈 정도로 바쁘고 분주한 사회가 되어가니  달리 할 말은 없다.


아파트 내부야 내가 청소를 해야 되지만  건물 전체는  월 별로 외부에서 유리창 청소,  굴뚝, 세탁실 먼지 빼내기,

주차장 물청소 ,  화재경보기 점검 등, 연중 스케줄이 나와서 주의 사항만 잘 지키면 알아서 잘 돌아간다.

스코틀랜드 출신이 운영하는 청소업체 직원


유난히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또 나처럼 잘 버리는 부류가 있다.

특히 우리 집 현관에 신발이 없다. 귀가 시 신던 신발은 반드시 신장에 넣는다.

집의 첫인상은 현관에서 결정되니까.

옛말에도 대식구가 살던 때에 한옥 같은 경우, 댓돌에 신발들이 가지런히 있지 않고 어지럽게 놓여있으면 도둑들이 들기 쉽다고 했다. 그만큼 생활에 규모가 없고 훔쳐도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도둑맞기 쉽다고 했다나.


버리기도 습관이고 물건 들이는 것도 저장 강박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습관 혹은 성격이다. 싹 치워서 깨끗하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휑해서 마음을 못 붙이고 안절부절 못 하는 사람도 있으니 생긴 대로 사는 수밖에.

그러나 단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남은 사람들이 욕하면서 쓰레기봉투에 다 쓸어 넣을 것이 자명하다. 너무 그렇게만 늘 생각하면 70세가 넘어서 곧 죽을 텐데 뭣하러 새 옷이나 새 가구를 사냐면서 몇십 년 묵은 옷들을 꺼내어 입으니 젊었을 때 날씬했던 몸매와 근육이 실종되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꺼진 마른, 같은 몸  다른 옷.  화장을 해도  연하게 하면 좋으련만 눈이 잘 안 보이니까 자꾸 립스틱도 짙게 바르고 눈썹은 까맣게 그리니 거의 무대화장이 된다. 다 늙어서 남사스럽게 무슨 화장이냐며 쌩얼로 나타나는 것보다 나으려나?


골다공증이 심해지면서 굽은 등과 O다리로 어기적거리며 걸으면 노인의 티가 확실하게 난다. 살림도 낡았는데도 버리지 않으면 꼭 그런 꼴이 된다. 집안이 더럽고 복잡하면  정신도 산만하면서 일도 잘 안 풀리고 짜증이 나서 자꾸 집밖으로 도니 집안은  치울 시간이 없어서 더 엉망이 되는데.

여자와 집은 가꾸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면서도.

문 앞에만 나가면 카페가 즐비하니  손님을 맞기 위해 카페만 더 예뻐지고 깨끗해진다.

쓰레기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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