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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l 03. 2023

마당 있는 집

자연 탐구 생활

내가 들었던 음모론 중에서 제일 사악한 것 중의 하나는 제초제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잡초를 쉽게 제거하는 약을 개발했는데 그 약으로 잡초를 빨리 제거하면 제초제 회사가 망하니까 엄청난 로비로 막았다는 것.

그 로비스트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캐나다 주택에 살기 전에는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잔디밭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바비큐를 하는 한 여름의 정겨운 풍경, 그 발밑에는 잔디의 몇 배 속도로 잡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마당이 넓은 집들은 잔디 깎는 사람을 고용해서 매주나 격주 깎는다.

정원 관리하곤 아무 상관이 없이.

단순한 깎기 일 뿐.


아파트에 살다가 풀밭의  클로버도 신기해서 놔두었더니 클로버는 상주하고 봄이 되면 민들레 홀씨가 눈처럼  날린다.  상큼한 공기를 마시려고 창문을 열면 솜털 같은 씨가 날아들어와서 솜뭉치가 되어 집안에 굴러 다닌다.

그러면 알레르기 환자들이 발작을 하듯 기침을 하고 난리가 나는 계절이 봄이다.

4월 5일 식목일 기준으로 꽃씨를 사다가 심고 모종을 심고 의욕 충만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꿈꿔본다.

그러기 전에 마당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비 많은 밴쿠버의 겨울을 지나온 땅에는 이끼가 바닥에 포진하고 그 위에 호흡이 끊어질 듯 말듯한 순수 잔디 약간 외에는 다 잡초밭이다. 민들레는 뿌리 채, 잡초는 삼발이로 후벼내서 파다 보면 한 시간 후딱 가고 아침 먹고 나오면 점심때가 돼도 앉은자리에서 몇 발자국 못 움직였더라.

이제야 어떤 정형외과 의사가 귀촌한 노인들이 밭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미래의 자기 환자라는 우스개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만 했다. 허리 아작 나고 앉았다 일어날 때 괴성을 지르는 몸뚱이가 되는 것이 금방이니까.


잡초와의 전쟁을 종식시켜 줄 어린 과학자가 나왔었다는데 그는 잔디의 구원자였을 것 같다.

큰 맘먹고 잔디를 손을 봐야겠다고 벼르고 알아보니 대충 잡초 제거하고 잔디씨를 뿌려봤자 한 두해 반짝하고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만큼 빠르게 잡초가 올라오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땅을 몽땅 갈아엎고 까만 특수 부직포 위에 잔디 모판을 마루 깔듯이 까는 것이다. 마당이 100평 정도 되면 비용은 보통 2만 불 선이다.


질긴  잡초와 씨름한 날 꿈에는 칡넝쿨 같은 잡초의 거대한 뿌리가 온몸을 감싸는 악몽까지 꾸었다니까.

아이들이 있는 집은 놀이터도 꾸미고

땅에선 잡초와의 전쟁, 하늘에선 우거진 나뭇가지를 오가며 새들, 캐나다 국민새인 까마귀들의 패권 싸움이 벌어진다.

마당에는 흩어진 새 깃털이 우수수.

이제 우주로 가서 SF만 찍으면 되겠다.


친구네 집은 거의 한 달 동안 아메리칸 라쿤(너구리의 일종)이 지붕을 뜯고 새끼 한 마리를 갖다 놓고는 하루에 몇 번씩 뚫어진 지붕으로 들락거리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영리하기도 하고 떼로 온 식구가 몰려다녀서 위협이 되는 동물이다.

베란다에다 덫을 놓고 닭다리랑 방울토마토를 갖다 놓고 꼬셔도 절대 안 넘어갈 정도이니.


여름이면 곰도 수시로 출몰해서 남의 부엌에 들어가서 과일을 먹지 않나, 사과나무에 올라가서 사과를 먹는 새끼 곰을 지나가다 보질 않나, 빅토리아에 가면 번식력이 강한 토끼들 등쌀에 괴로워한다.

토끼들도 똑똑한가 보다.

손자네 유치원에서 토끼 한 마리를 우리에 넣어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주말에 돌보고 가져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손자네 순서가 돼서 마루에다 놔두었더니 냄새가 나서 마당에 내놓는데 문고리가 벗겨졌는지 순간 보니 토끼가 사라졌다.

동네를 다 찾아봐도 없어서 망연 자실 하는데 저녁때 보니 우리 안에 있더라나?

특히 고양이는 유기하려고 차 트렁크에 싣고 멀리 갖다 버렸는데 밤에 집을 찾아왔다는 괴담이 있을 정도로 동물들의 지능이 저능이지만 있는 게 확실하다.

산책로를 갈 때도 곰 퇴치를 위한 방울이라든지 쇳소리 나는 도구를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리즐리 같은 사나운 곰을 만나면 죽은 듯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러다 죽겠지.

곰이 동면한다는데

요즘은 계절 구별 없이 어슬렁거린다.


참, 지붕 뜯은 라쿤 때문에 친구네는 마음고생 몸고생한 후에 지붕을 새로하는데 2만 불 정도 든다고 한다. 캐나다에서의 주택 관리는 기. 승. 전. 돈 플러스 몸고생이다.


캐네디언들이야 어려서부터 마당관리, 차관리로 잔뼈가 굵어서 거뜬히 해 내겠지만 아파트에 살던 한국 사람들은 다 생소한 데다 설비면 설비, 전기면 전기공사 아저씨가 척척 해주니 세상 걱정이 없는데 여긴 허드렛일 세상이다. 부자가 더 고생해서 정원 가꾸느라고 손톱에 흙 때가 새까맣고 회사 사장은 높은 세금과 최저 임금 때문에 벌어서 직원들 주고 나면 남는 것은 자기 노동 임금밖에 못 가져가는 나라이니 할 말이 없다. 눈먼 돈은 뜬눈으로 눈 씻고 봐도 없고

 주식으로 얻은 몇 푼 안되는 익을 신고 안 했다가 몇 년 후에도 벌금까지 추징 당하는 맑디맑은(?) 세상에 살고 있다.


자연이 아름답고 청정하며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의 상징인  푸르른 초원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마당의 임자들은 잡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하다 하다 지쳐서 손을 놓아서 잔디가 파랗고 매끈하지 않으면 금방 옆집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무서운 나라.


꽃이 만발한 마당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신하니 기분은 좋네. 몸은 다 골병 들었지만.

말리서 보면 저 푸른 초원, 가까이서 보면 이끼 반 잡초 반의 엉망진창

그래도  인공적인 카페라도 있으니 다행

끈질기게 뚫고 나오는 잡초의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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