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나 스페인이나 남미 등지는 태양이 뜨거워서 과일, 채소 등의 작황이 좋고 육류도 손바닥 두께보다 더 굵게 썰어서 직화구이로 하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남미의 바비큐인 '아사도'처럼 쫄깃한 기름으로
테를 두른 쇠고기를 넓적하고 두껍게 썰어서
숯불에 지글지글 구우면 천상의 맛이 난다.
영국 하면 어렸을 때 교과서에 돼지 사진이 있었는데 '요크셔', '바크셔'라는 돼지 품종이 있다는 것으로 육류 종류를 기억한다.
그래서 한동안 좀 뚱뚱한 아이를 보면 '요크셔(백돼지)'라고 놀리면서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흑돼지인 '바크셔'라고 놀리지는 않고. 지금처럼 외모지상주의 시대도 아니었고 더구나 성형만능 시대도 아닌, 생긴 대로 사는 시절이었기에 망정이지
요즘 같으면 여자 어린이한테 그러면 부모 싸움 날 수도 있었을 이름을 가진 돼지들을추운 영국 북부나 중부지역에서 많이 길렀다고 한다.
특히 추운 지방에서 열량을 내야 하니까 지방질을 먹어야 하는데 목축업을 하는 농장주들도 늘 고기만을 먹을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전통식으로 고기의 지방과 액체 기름을 따로 모아 굳혀서 저장했다가 조금씩 잘라먹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굳기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방문했을 때에도 귀한 음식이라고 내오는데 슬라이스 한 하얀 기름 덩어리라면?차라리 돼지기름으로 반죽하다시피한 '요크셔 푸딩'은 빵이니까 그래도 먹어줄만은 한데.
섬나라에서 기껏 맛있게 개발된 것이 '피시 앤 칩스'이니 런던에 어딜 가더라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힘든 여행중일 때는 튀김은 항상 옳으니 그런대로 먹어줄 만은 하다. 그러데 반죽에 맥주를 넣어서인지 튀김 겉면이 필요이상으로 번들거리고 게딱지 같이 균일하게 두껍더라.
칩스를 보면 그냥 감자튀김인데 펍에 가서 영국 사람들 먹는 걸 보면 어찌 잘, 많이 먹는지 순식간에 없어지는데 주인이 모종삽 같은 것으로 무지막지하게 퍼서 주는 걸 보고 속이 약간 메슥메슥했었다.
밴쿠버가 속해있는 주는 British Columbia이다. 주도는 Victoria.
다시 말해서 영국적이면서 영국 도시 같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실제로 영국인들이 비 오고 축축한 런던에 대한 향수와 해양성 기후라서 그보다는 비가 적고
온화한 서해안의 도시들로 많이 이주해 온 듯하다. 또한 그들의 하인으로 있던 인도인들도 같이 이주해서 많이 정착했다.
영국인들이 소유하던 외곽의 농장들은 주인들이 죽으면서 하인으로 있던 인도인들에게 넘겨져서 농장주, 대지주들이 된 인도인들이 캐나다의 느린 개발붐을 타고 부자들이 되었다. 그들의 자녀들은 인도인들이 잘한다는10진법이 아닌 20 진법 때문인지 회계사와 IT계통을 꽉 잡고 있다.
물론 인도 카레로 만든 음식점도 많고.
그렇다면 캐나다의 보편적인 음식은 무엇일까?
이민자의 나라답게 고유의 음식은 없다.
그냥 서양음식이 그것.
다 아는 맛.
하도 없으니까 기껏 고른 것이 '푸틴'으로
프렌치프라이 위에 치즈와 그래비 소스를 뿌린 것인데 그것도 캐나다 동부에선 흔한데 서부에서 찾으려면 그리 흔하진 않다. 마치 동부에선 랍스터, 서부에선 게요리가 유명한 것처럼.
요즘은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푸틴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나의 서양며느리가 캐나다 음식이 맛없고 지루하다는 데의 산 증인이다.
매일 닭요리,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로 돌려 막기하고 아침엔 무조건 시리얼, 머핀, 베이글, 프렌치토스트를 지겹도록 먹어야 한다고 불만이다.
그러면서 내가 해 주는 한식이나 짜장면, 우동 등을 너무 좋아하고 잘 먹는다. 한술 더 떠서 큰 손자는 회를 좋아해서 초밥뷔페도 곧잘 따라다닌다.
특색 없는 캐나다 음식은 곧 미국음식이다.
세계의 어딜 가도 한국 음식점 없는 곳이 없으니 아쉽지는 않은데 한국처럼 이것저것 예쁘고 맛있게 개발한 것은 없고 다 몇 십 년 전에 먹던 메뉴를 재료는 풍성하니 투박하게 차려내는 음식이 외국에서 찾는 한식이다. 그래도 외국에서 순두부찌개나 김치찌개를 만나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툭 떨어질 것 같은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캐나다 음식뿐만 아니라 외국음식은 다 맛없고 한식은 다 맛있다.
특히 이민자일 경우에는.
개밥의 도토리라는 표현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 떠도는 이방인의 삶이 딱 그렇다.음식 이야기하다 하다 개밥까지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