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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수집가 Feb 02. 2021

아이들의 감성을 수집하는 '생각 수집가'

아이들의 감성을 수집하는 '생각 수집가'




생각 수집가의 기록



처음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했던 날이다. 추웠던 어느 겨울날 '짠맛, 단맛, 매운맛, 신맛'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에 대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짠 소금은 요리할 때 뿌려지고, 달콤한 설탕은 충치가 생기니 조금만 먹어야 한다. 매운 고춧가루는 김장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가 되고.



그렇다면, 신 레몬은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시큼시큼한 레몬은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그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수훈이가 외쳤다.



"밥이랑 같이 먹어요-!"



김치는 밥이랑 먹어야 덜 매운 것처럼, 레몬도 밥이랑 먹으면 덜 시다는 이야기였다. 5살이었던 수훈이는 조금은 과묵하고 어른스러운 친구였는데, 그래서일까? 수훈이의 말이 자꾸만 맴돌아 수업 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수훈이가 자꾸만 맴돌았다. 그러다 점점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갔다. 흐려져 가는 기억이 못내 아쉬웠다. 마음속에 꼭꼭 넣어두었다가 비타민처럼 꺼내 먹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즐거움을, 순간의 신선함을 잊지 않기 위해 -



작은 기록에서 시작된 이 행동은 나만의 '수집' 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차곡차곡 써 내려간 아이들의 목소리가 제법 두툼해졌다. 나 혼자 간직하고, 나 혼자 감동받고 싶던 은밀한 기록이었는데 이제는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의 일상 속 기록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며, 작은 친구들을 통해 잠시나마 우리의 감성이 말랑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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