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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수집가 Feb 26. 2021

"선생님, 저 꽃을 그리고 싶어요!"

아이들의 감성을 수집하는 '생각 수집가'






봄이 찾아온 우리 집



살랑거리는 봄기운이 따스하게 느껴져, 꽉 닫아 놨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커다란 화분의 초록 잎사귀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겨울 동안 꽁꽁 닫혀있던 창문 사이로 얼마나 햇빛이 간절했을까! 콧속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바람이 나도 참 반갑다.



신혼집 앞 조그마한 마당을 바라보며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꽁꽁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 온갖 씨앗들을 가득 심어야지!' 이번 봄은 땅속 씨앗들을 응원하며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에 왠지 마음이 간질거렸다. 눈앞의 모든 것들이 어여쁘기만 하다. 아무래도 봄은,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따스함을 자라나게 하는 것 같다.



봄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피어나는 꽃을 볼 때마다, 조금 더 따스해진 햇볕을 느낄 때마다 이 친구의 생각이 찾아온다.




< 너 뭐 그려? >   최동일 5세



동일이는 검은색을 가장 좋아하는 꼬마 작가다. 미술 놀이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검은색 크레파스를 찾는다. 그래서 꼬마 작가가 오는 날에는 크레파스 통에 검은색을 가득 채워놨었다. 동일이가 5살이 되고 처음으로 맞이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선생님, 저 꽃을 그리고 싶어요!


처음이었다. 무언가 그리고 싶다고 표현한 것은. 그래서였을까 - 혼자서는 못 그리겠다며 슬며시 내 손을 잡아왔다. "우리 같이 해볼까?" 작은 손 위에 커다란 나의 손을 얹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릴 뿐. 멋진 드로잉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내가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 꼬마 작가는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냈다. 크레파스를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 꽃이에요! >   최동일 5세



꽃이에요!


늘 검은색의 선들로 형태가 없는, 알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던 꼬마 작가의 첫 번째 꽃.



봄 같은 날이었다. 드디어 꽃을 피워낸 꼬마 작가는 무척 기뻐했고, 기뻐하는 그 모습에 우리 모두가 행복했던 날이다. 예쁘게 피어난 꽃 앞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 분홍색은 생각보다 예쁘네요! >   최동일 5세



그해 봄, 꼬마 작가는 집 앞 벚나무에서 분홍색을 발견했다. 검은색밖에 모르던 꼬마 작가는 분홍색을 알아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어떤 것을 발견해올까 기대가 되었던 꼬마 작가!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가득 발견해내고 있을까?



문득, 우리 집 마당이 누군가의 멋진 세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색깔의 꽃들로 심어야겠다.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또 다른 꼬마 작가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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