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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나 Feb 22. 2024

눈, 소복소복

2023년의 나

한밤중에 겨울왕국처럼 가득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 다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앙상한 나무위 까치집을 지키고 있는 두마리 까치들이 걱정되었다. 아까 창문곁에서 깍깍 울때 갈치구이를 조금 줄걸... 그놈들은 겁도 없이 창문에 가까운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소리를 질러댔더랬다. 까치집 위에는 자기 집보다 더 큰 눈이 쌓여있었다. 오늘 밤을 잘 넘겨야 할텐데 눈은 너무 많이 쌓였고 그것을 가려줄만한 지붕도 없다. 마음이 아프다. 

요즘은 자꾸 마음이 아픈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대머리 위로 눈이 떨어지는 것, 그 눈비가 내리는 밤 바깥에서 홀로 쓰레기더미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가엽다. 항상 아저씨는 뭐가 그리 바쁜지 잠시라도 쉬지않고 우리는 그런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는데 아저씨의 염색머리, 염색 눈썹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눈에 띄게 밝은 갈색이다. 그 모습이 귀엽고 또 우스운데 가엽기도 하고 마음이 쓰인다. 어제는 페트라떼를 드렸는데 그걸 마시고 잠은 못주무시지는 않으셨을지, 건강에 무리는 없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런 가여움은 나의 오지랖일까. 따뜻한 마음일까, 아니면 놓지 못하는 걱정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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