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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by 미스블루

브런치스토리에 가입만 해두고 일 년을 보내고..

작가로 임명받고 몇 달에 한번 글을 올리며 구독자 19명으로 일 년 반을 보내고..

제대로 작가님들과 소통하며 좀처럼 입을 다물수 없게 되어 그저 쓰게 된 지가 또 일 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제는 667명의 구독작가님들과 함께 브런치 마을에서 살아갑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새 글을 올리면 찾아다니며 새 글 파티가 벌어진 곳에서 수다도 조금 떨다 갑니다.

그 새 글이 모여 책이 되었다 하면 부러움과 축하 인사를 하러 또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저는 익명으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씁니다.

그러니 저를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제 글을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누구의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미스블루'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평생 스무 명 정도의 필명과 캐릭터를 만들어 그 이름으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십 대 때에 시골에 사는 미망인으로 둔갑하여 형의 신문사에 기고를 하다가 형에게 걸려 엄청 혼이 났다고 하는 글을 읽으며 저도 제 이름이 아니라 필명으로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아는지라 더 크게 웃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만났던 브런치마을로 저는 무작정 도망을 쳤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저는 떠들고 또 떠들었습니다.

10개월 남짓 매일의 저의 일상을 공개하며 그렇게 떠들다 보니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의 하루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침에 일어나 작가님들이 밤새 보내주신 댓글을 읽으며 잠을 깨는 것입니다.

시차로 인하여 저의 밤이 작가님들의 활발한 오후시간이 되니까요.

꿈속에서 흐느끼는 저를 작가님들이 꿈속으로 찾아와 안아주고 가십니다.


그래요.. 저는 그냥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입술을 달싹거리기 조차 힘들 정도로 지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다가, 봄바람처럼 지나가던 저의 글을 읽고 슬며시 이불을 걷고 나올 수 있는 글 말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 우연히 눈길이 갔던 제 글을 읽고 등허리에 힘이 들어가며 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글 말입니다.

일어날 힘이 없어서 무릎을 세우고 두 손으로 겨우 맞잡고 있다가 곁눈으로 스친 저의 글 한편을 읽고 맞잡은 두 손을 살며시 풀고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글 말입니다.


저의 글을 읽고 그 누군가가 오늘 하루 10초만 이라도 살짝 웃어볼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보이는 얼굴에 미동도 없는 웃음일지라도 그 자신만은 알 테니까요.

마음에 세찬 바람이 그치고 있다고요..

이것이 브런치스토리에서의 '나의 꿈'입니다.

이걸로 저는 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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