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미식가임에 틀림이 없다.
너는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즐긴다.
랍스터보다는 게나 새우를 좋아하고, 냉동해산물로 요리를 한 것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게를 하도 좋아하여 게 찌는 냄새가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너는 어느 날 코스코에서 냉동 킹크랩 다리를 사다가 쪄서 줬더니 진저리를 치며 뒷걸음질까지 쳤었다. 하... 기가 막힌 입맛이 아닐 수가 없다.
오늘 너의 입맛을 돌게 만든 것은 게맛살이었다.
가늘게 찢은 게맛살을 한번 맛본 너는 눈이 커지면서 더 내놓으라고 보채더라.
게맛살 중에 좀 비싼 걸로 샀는데 너의 입에 맞은 걸로 보아 게살이 충분히 들었음이 틀림이 없다고 본다.
'맛 간별사'라는 직업이 있다던데 취직을 좀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묻고 싶다.
우리의 식사시간이 되면 너는 누구보다 먼저 식탁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자리주인이 와도 절대 일어나지를 않으니 너와 함께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그날의 주인공은 '아이고 참'을 외치면서도 너의 부드러운 몸이 살갗에 닿으면 밥을 먹으면서도 눈이 반달이 되어있다.
너는 우리가 먹는 것은 모조리 냄새를 맡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동물들이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보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너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은가 보다.
그리고 우리는 너의 '보고 싶다'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뭐든지 하고 싶은데로 하도록 놔둔다.
다행히 너와 모모의 입맛은 크게 다르다.
네가 먹는 것은 모모는 입에도 안 대고, 모모가 좋아하는 것을 너는 못 먹는다.
유일하게 같이 좋아하는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참치캔이다. 참치캔은 모모도 너도 함께 좋아하는 음식이다.
생선을 절대 안 먹는 모모가 유일하게 먹는 생선이다.
내가 김치찌개를 할 때 참치캔을 자주 사용하는데, 모모는 김치찌개를 하려고 김치를 꺼내고 있으면 벌써 아일랜드에 올라앉아 있는다. 참치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김치를 넣고 난 다음에 참치캔을 넣을지 알고 있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말 헤도 '천재' 다.
생선의 기름이 고양이의 뼈에 좋다는데.. 생선을 그리 좋아하는 너에 비해 모모의 뼈가 한참 약할까 걱정이 되기는 하다.
그래서 모모가 참치캔을 먹겠다고 하면 뛸뜻이 기쁘다.
근데 웃긴 것은 모모는 D사의 참치캔만 먹는다.
다른 참치캔은 절대 안 먹는 것을 너도 보았을 것이다.
모모가 어떻게 참치캔의 회사를 구별하는지 신기한 노릇이다.
물어봐 주면 좋겠다.. 시간이 날떄 말이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네가, 이 말인즉슨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가 된 네가 먹겠다고 하는 것은 그저 다 줄 생각이다.
건강에 나쁘고 어쩌고.. 이런 음식은 동물에게 독이고 어쩌고..
나는 모르겠다. 네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행복에 겨워 몸을 길게 늘어 뜨리고 잔다면 나는 그냥 좋다.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의 타샤는 코기종 강아지 마니아다. 그녀는 개들에게 집에서 만든 수프나 염소고기를 먹이고 마늘을 듬뿍 먹게 한다고 한다. 개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이 식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오늘은 저녁식사에 연어를 버터에 지글지글 구워 먹을 예정인데..
너는 또 얼마나 즐거워하며 따뜻한 연어살을 살캉살캉 씹어 먹을까?
너와 함께 연어구이를 먹고 정원에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햇님에게 손을 흔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