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한 인간과 공존하는 방법
귀신같은 인간이 있다. 은밀하고, 잘 눈에 띄지 않으며, 무색무취한 사람. 언제나 제3자의 자리에서 관찰을 행하며, 사무실 곳곳의 동향을 파악하곤 이내 사라진다.
그는 여간해서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걸어 다닌다. 그래서 거취가 파악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건너편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면 이내 나의 등 뒤로 와 서 있다. 혼잣말이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들키고 만다. 그럴 때, 민망함은 나의 몫이다.
은밀하고, 눈에 잘 안 띄는, 신출귀몰한, 혹은 투명한 특성 탓에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를테면 벽이나 지면, 물체 등에 들어가 매복해 있다 나타나는 발 없는 유령처럼 신체가 아닌 기체의 특성을 닮아있다고 느낄 때 더욱 그렇다. 그는 필요한 때가 아니면 적막을 깨는 법이 없고, 되려 적막이 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즘 같은 도파민 시대에 조용을 즐기는 인간은 흔치 않다.
꼭 나쁘게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사람 자체가 힘이 없다. 기운이 약하달까? 타고난 성량이 매우 작고, 손놀림도 굉장히 부드럽다. 게다가 모종의 이유로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끄는데, 그게 왠지 모를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되게 묘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주변엔 언제나 그를 대변해 주는 호위단이 있다. 자잘한 문제를 대신 해결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사나 목소리를 크게 내어 남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선배, 손이 빨라 답답한 걸 못 참는 동료 등 모두가 이 사람을 대신해서 '무언가'를 해준다.
딱히 답례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감사하다는 인사 정도를 전하는 게 끝이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그랬다. 저항값이 0에 가까워서 사람으로 들끓는 냄비 안에서도 소리 없이 걸어 다닐 사람 같다. 모두의 관심을 받으면서 모두에게 무심한 사람, 이게 챠밍 포인트다!
기본적으로 업무능력치가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호위단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런 게 사람 관리 능력인가 싶다가도 아무것도 안 하는데 관리가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역시 억지로 하려 하면 잘 안 되는 게 인간관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