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선택한 배우자

동질혼

by 박진권

당신이 선택한

배우자


최근 10년 기준, 한국노동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졸 남성의 약 75% 이상이 대졸 여성과 결혼한다. 반대로 고졸 이하 남성이 대졸 여성과 결혼할 확률도 10% 미만이다. 특히 명문대생은 비슷한 수준의 졸업생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높고, 중 하위권 대학 출신과는 결혼할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현대의 사람들은 너무도 똑똑해서 대학 서열과 학벌 그리고 학력 수준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게 바로 학력 동질혼이다. 또한 자산의 동질성도 대두되고 있는데, 부동산 시세의 폭등 이후 결혼 조건에서 ‘개인 소유의 집과 차의 유무와 부모님의 도움(재산)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사항이 됐다. 과거 쪽방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살자는 생각은 사장 되었고, 이를 장려할 만한 사회도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결혼 전 이미 집이 있는 남성의 결혼 확률은 평균보다 30% 이상 높다고 집계됐다. 부모의 자산 수준이 유사한 연인끼리 결혼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자산 격차가 심대할수록 결혼까지 이어질 확률이 급감한다.


박진권




동질혼

80년대 중후반의 사람들은 하향 결혼을 회피했다. 보통 여성은 자신보다 낮은 자산과 학력의 남성과는 거의 결혼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 스스로 학력과 소득이 높아져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산이 풍부한 남성은 자산이나 학력을 외모 하나로 타협하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 그러니까 결국 유유상종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과 재산은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계층 고착화의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배우자의 성향, 성격 등 집안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현실 위치를 흐리게 만드는 이유는, 사회적 위계를 피하려는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 근래 높아진 비혼주의의 비율은 교육의 질이 높아져 사람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나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한다. 학사를 취득했다고, 인간의 지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타인지 즉 주제 파악이 어려워 상향 결혼을 선망하기에 혼인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나마 혼인율이 높은 중산층은 조건 맞는 사람끼리의 결혼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남자든 여자든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결혼은 분명 감정의 영역이 더 중요했다. 조건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처럼 감정을 배제한 채 ‘조건’만 보는 기현상을 보이진 않았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 보다는 어쩌면 ‘사회적 동맹’에 가까운 행위로 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혼을 통해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요즘, 차상위계층의 결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중산층에서도 하위 중산층은 비혼을 선택한다. 오롯이 중상위 중산층만이 동질혼을 할 뿐이다. 이렇듯, 결혼까지 향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통계적 자료를 바탕으로 쓴 이 딱딱한 글의 요지는, 유유상종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왕 힘들게 한 결혼 상대의 심대한 귀책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서로를 향한 비난을 멈추고, 잘살아보려 노력하는 게 어떨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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