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용 Dec 15. 2024

둘째는 신생아 때가 가장 쉽다

기기 그리고 형제의 난

수현이가 긴다. 그 말인즉슨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 수현이의 관심사는 오로지 수안이의 것이다. 수안이가 접어놓은 색종이, 수안이가 조립해 놓은 레고, 수안이가 벗어놓은 옷가지들 모두 수현이가 만지고 싶은 것들이다. 오늘은 수현이가 수안이 레고 설명서를 만지다가 찢었다. 이를 본 수안이가 소리를 지르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수안이는 수현이를 때리지는 못하고 꼭 껴안는 척 꽉 눌렀다. 난 수안이 마음을 헤아려주고 수현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님을 설명했다.


수안이가 처음으로 용서라는 걸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수안이는 남에게 피해를 줄 지언정 자기가 피해 입은 적이 없는 기존세(기가 존나 센) 아이라 누군가에게 늘 사과를 했지 사과를 받은 적은 없었다. 소리 지르며 우는 수안이를 보고 수현이도 울음이 터졌는데 서럽게 우는 모습에 수안이는 수현이를 꼭 안아줬다. 용서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둘이 되면 잃을 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미덕을 생각하면 얻는 게 훨씬 많다. 가장 많이 얻은 미덕은 배려다. 수현이가 수유를 하면 수안이는 엄마랑 놀이를 멈춰야 했고, 수안이가 키즈카페를 가면 수현이는 무리한 외출을 해야 했다. 때마다 수현이가 말을 못 해도 서로 고맙다고 인사하게 했다. 둘째의 탄생으로 인해 첫째가 희생당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어른이 심어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수안이는 오늘도 배웠다. 기다림, 배려, 용서 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덕목이 마음에 심어졌다. 그렇게 수안이도 여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