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의 탄생 이후 수안이는 수현이를 그리 크게 질투하지 않았다. 사랑을 뺏겼다고 느낄 겨를이 없도록 남편이 많이 애썼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난 후 수안이를 데리고 저녁 산책에 나섰다. 이른바 '밤 마실'. 수안이는 밤 마실을 매일 기대했다. 아빠에게 오늘 밤 마실에 갈 거냐 묻기도 하고, 밤 마실을 가기 위해 저녁 밥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해치우기도 했다.
밤 마실에 다녀오면 수안이는 콧노래를 불렀다. 손에는 명랑핫도그나 와플대학에서 사온 간식거리가 들려있었다. 저녁을 배불리 먹었음에도 설탕 가득한 핫도그를 마다할 리 없었다. 여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도그소세지는수안이의 취향이 아니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수안이는 설탕이 묻은 밀가루 부분만 먹었다. 남편은 수안이가 남긴 소세지를 먹는 담당이었다.
밤 마실에서 대체 뭘 하고 오는지 나는 알 리가 없었다. 어느 날은 킥보드 연습을 한 것 같기도 했고, 어느 날은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다 온 것도 같았다. 내겐 비밀로 하는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가 그 어떤 국가 기밀보다 중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했다. 아들이 생기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어깨동무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였다. 밤 마실에 향하는 남편과 수안이를 보면 이미 그 꿈이 이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친구가 될 두 아들을 낳아준 게 내 생에 가장 잘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