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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용 Dec 19. 2024

남편에게 가장 좋은 친구를 선물했다

부자가 되어 부자가 됐다

수현이의 탄생 이후 수안이는 수현이를 그리 크게 질투하지 않았다. 사랑을 뺏겼다고 느낄 겨를이 없도록 남편이 많이 애썼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난 후 수안이를 데리고 저녁 산책에 나섰다. 이른바 '밤 마실'. 수안이는 밤 마실을 매일 기대했다. 아빠에게 오늘 밤 마실에 갈 거냐 묻기도 하고, 밤 마실을 가기 위해 저녁 밥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해치우기도 했다.

밤 마실에 다녀오면 수안이는 콧노래를 불렀다. 손에는 명랑핫도그나 와플대학에서 사온 간식거리가 들려있었다. 저녁을 배불리 먹었음에도 설탕 가득한 핫도그를 마다할 리 없었다. 여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도그 소세지는 수안이의 취향이 아니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수안이는 설탕이 묻은 밀가루 부분만 먹었다. 남편은 수안이가 남긴 소세지를 먹는 담당이었다.

밤 마실에서 대체 뭘 하고 오는지 나는 알 리가 없었다. 어느 날은 킥보드 연습을 한 것 같기도 했고, 어느 날은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다 온 것도 같았다. 내겐 비밀로 하는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가 그 어떤 국가 기밀보다 중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했다. 아들이 생기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어깨동무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였다. 밤 마실에 향하는 남편과 수안이를 보면 이미 그 꿈이 이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친구가 될 두 아들을 낳아준 게 내 생에 가장 잘한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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