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이랑 수현이는 기질이 완전 다르다. 수안이는 까다로운 기질 그 자체라면 수현이는 순한 기질 표본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다. 수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자주 하는 말이 '수안이는 안 이랬는데'다. 물론 수안이가 듣지 않는 데서 하는 말이다.
누가 더 나은 건 아니다. 수안이는 까다로운 기질인데 호기심이 왕성하고 산만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활동성이 강하다. 불편한 게 있으면 크게 표현해서 아픈 데를 빨리 발견하기도 한다. 한 번은 소변을 누며 아프다길래 병원에 데려갔더니 육안으로도 구별되지 않는 요로감염이었다. 초기에 발견해서 금세 치료가 가능했었다.
반면 수현이는 돌보면서 심심하다 느껴질 정도로 얌전하고 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낯선 사람이나 낯선 공간에 적응적이다. 주사를 맞아도 뿌엥 한 번 울고 만다. 그래서 아픈데 티가 안 난다. 열을 재보고 고열이 나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을 정도다.
최근 유투브에서 쌍생아 연구 관련 영상을 봤는데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취향과 성격이 거의 비슷했다. 유전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거다. 아이를 하나 키울 땐 몰랐는데 둘 낳고 보니 인간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수안이가 어느 날 코끼리는 왜 코가 기냐고 물은 적이 있다. 코끼리는 왜 코가 긴지, 기린은 왜 목이 긴지, 악어는 왜 입이 큰지 묻는다면 진화론적 관점으로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냥 그렇다는 게 답이다.
하나님이 그냥 그렇게 지으셨다. 누구는 까다롭고 예민하게, 누구는 순하고 둔하게. 하나님이 지으신 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기도한다. 나의 미성숙함으로 비교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