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어제저녁 수안이와 타임스퀘어 오락실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주르르 새는 느낌이 들었다. 임신 중 느낄 법한 빈뇨감과 요실금이 아니었다. 수안이에게 잠시 화장실 좀 같이 가달라고 한 후 조치를 취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당황이 돼 수안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일, 병원에 전화하는 일, 집에 가 출산 가방을 싸는 일에 우선순위가 매겨지지 않았다.
수안이에게 출산을 해야 할 상황을 설명하고 맡길 곳을 찾아봤지만 대체공휴일이었던 어제는 지인들이 다 연락이 안 됐다. 그 와중에 수안이는 나의 당황한 기색을 읽었는지 "엄마, 나 제아누나네 가있을게, 아기 낳고 와", "엄마, 나 현이형아랑 신나게 놀고 있을게, 다녀와"라며 나를 위로했다. 다행히 친오빠가 서울로 오고 있던 중이었고, 남편이 비행 중이 아니어서 회사에서 바로 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수안이 유치원 가방을 챙겨두고, 저녁을 안 먹은 수안이를 위해 쌀을 안치고, 남편 비행 시험을 위한 옷을 챙겼다. 다행히 출산가방은 거의 싸둔 상태여서 얼른 샤워를 마친 후에 수안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탈의를 하고 출산준비를 했다.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 상태여서 바로 맞고 무탈하게 1시간을 버티다가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도착하고 1시간 반 정도 지나자 출산이 임박해져 곧장 낳을 준비를 했다. 경산이라 애가 수월하게 나올 줄 알았건만 힘을 여러 번 줘도 애가 내려오질 않았다. 진짜 너무 아파 병원이 떠나가라 샤우팅을 한 후 순풍 낳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출산은 수안이와 타임스퀘어에서 놀다가 병원 도착 3시간 만에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