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이를 5살까지 키우고보니 인생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아이에게 전적으로 쏟는 시간은 매우 짧다. 인생을 120살까지 산다고 하면 그 중 고작 3년만 희생하는 거다. 그 이후는 기관에서 하루 반나절을 케어해주니 역할이 부쩍 줄어든다.
이걸 깨우쳐서 그런지 수현이를 낳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수안이를 키울 땐 '언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나?', '이렇게 계속하다가 사회에서 도태되는 거 아닐까?' 싶어 아이 낮잠과 밤잠 시간에 전공책을 꺼내 읽고, 하루에 한 편씩 논문을 요약 정리했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귀한 시간을 값지게 여길 수 있게 됐다. 장항준감독이 자신의 아이를 키우며 '참 즐거웠다'라고 했던 표현이 잊혀지질 않는다. 부모가 즐겁게 육아한 아이의 정서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먼훗날 나도 수안, 수현이에게 너희를 키우는 동안 즐거웠노라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