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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한 Feb 17. 2023

그깟 자동세차가 뭐라고

본질에 집중하는 연습

한때 내 취미는 세차였다.


단순 세차를 넘어 디테일링이 취미였을 정도로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탈 것을 좋아했고, 그중 유난히 자동차를 좋아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내 차가 생긴 후로 내 취미 목록에는 언제나 '손 세차'가 있었다. 


손 세차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내 차 관리 : 내 차 구석구석을 세차하고 청소하며 새로 생긴 문콕은 없는지, 어디 흠집은 없는지 관리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 지저분했던 모습에서 번쩍번쩍한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 해소와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

운동 : 세차는 약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여야 가능한 취미이고 많이 움직일수록 더 깨끗하게 세차를 할 수 있다. 움직이면서 땀도 흘리고 운동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 세차를 기피했던 제일 중요한 이유는 '잔기스' 때문. 기계식 자동 세차는 간편하고 빠르지만 어쩔 수 없이 잔기스라 불리는 '스월마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단한 차를 타는 것도 아니고 차는 그저 이동수단에 불과하지만 짱짱한 햇볕이나 지하주차장 조명 아래에서 보이는 스월마크가 싫어서 내 차를 자동세차기에 넣어 본 경험은 손에 꼽는다. 


커도 너무 크다! 팰리세이드.


지금 타고 있는 차는 팰리세이드. 이 차로 여태까지 한 번도 자동 세차기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데 차를 팰리세이드로 바꾸고 난 뒤로 손 세차가 참 힘들어졌다. 

- 이 차의 장점은 크다는 것.

- 이 차의 단점 또한 크다는 것. 

공간이 넓어 선택한 차인데, 큰 사이즈에서 오는 불편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시간이면 충분했던 세차 시간이 팰리세이드는 3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 광택 내는 과정을 생략해서 3시간이지 도장면 광택까지 욕심을 낸다고 하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 이렇게 차가 커서 세차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차를 안 하게 된다. (안하면 안했지 자동세차는 싫기 때문)


더럽게 탈것인가, 생각을 바꿀 것인가.


지난 주말, 캠핑을 다녀오고 나서 차 상태가 세차를 안 하면 안 되는 수준으로 엉망이 되었다. 춥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세차에 들이는 시간도 아깝고.. (그 시간에 책을 읽지)


이 크고 좋은 차를 계속 더럽게 타기에는 차에게 미안하다. 또 나는 출퇴근을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주중 대부분은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타는 차인데, 내가 관리를 안 해서 지저분한 차를 타고 다닐 아이들에게도 미안해 결단을 내렸다.


'자동세차 그까짓 거 그냥 하자'

차는 이동 수단이다. 이동 수단의 본질인 '기동성'과 '안전함'은 스월마크와 상관관계가 없다. 본질을 바라보고 세차에 들이는 3~5시간을 세차보다 더 유용한 시간으로 활용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자동세차를 돌리기 위해 집 앞 주유소에 가니 값비싼 수입차도 여러 대 보인다. 그렇지, 훨씬 비싸고 좋은 차 타는 사람들도 자동세차를 돌리는데, 그 사람들은 분명 세차에 허비할 시간을 이용해 본인을 발전하고 더 유용한 일들에 그 시간을 활용할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것이다.

오랫동안 해온 습관이 있다면, 그 습관이 나의 발전에 방해가 되는 습관이라면 생각을 열고 그것을 없애거나 고쳐 나가야 한다. 


손 세차, 한때 나의 좋은 취미였던 손 세차는 이제 내 취미 목록에서 삭제하고자 한다. 

현재의 시간은 나를 발전하는데 쓰는 쪽으로 생활 패턴을 바꾸고 미래에 자유인이 되어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삶이 되었을 때, 그때 더 좋은 차를 끌고 세차장으로 향하는 나를 꿈꾼다. 

(내 나이 마흔 전에 자유인이 될 예정이니 얼마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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