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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한 Feb 24. 2023

홧김에 시작한 새벽 기상

내가 가질 수 있는 온전한 자유의 시간

깊은 빡침으로 시작한 새벽 기상


대리 진급 1년 누락의 여파로 동기들 대부분이 과장으로 진급하던 작년 말, 내 이름은 진급자 명단에 없었다. 심지어 대리 진급 누락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진급 동기가 된 팀 후배가 조기진급으로 나보다 먼저 과장이 되면서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위로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많은 위로들을 들으며 진급을 늦게 하는 것이 이렇게 큰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만 살아서는 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는커녕 영원히 회사의 노예로 살아가야만 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위기감은 나아가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깊은 빡침으로 이어졌다.


남들처럼 살기 싫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애들 대학 보내려면 정년까지 채워야 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회사 열심히 다녀서 정년까지 꼭 채워야지.

이번에 팀장 내려놓고 내려왔는데 후배들하고 같이 일하려니 힘드네.

이제 좀 살만해져서 아들놈이랑 놀러도 좀 다니고 친구 같은 아빠 노릇 해보려니 쉽지 않네.

이딴 소리나 늘어놓으며 일생을 회사에 갈아 넣고 싶지 않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며, 혹시나 구조조정이라도 하게 되면 내 자리가 없어지진 않을지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다. 무리없이 정년까지 다닌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30년 가까이 더 다녀야 한다. (말도 안돼!)


물론 현재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일은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열심히 출근하고 묵묵히 일하는 많은 직작인들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하지만 나는 직장생활이 내 인생의 유일한 길은 아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 삶을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으로 만들고 싶다.


단순히 회사가 싫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의 회사와 팀에서 내가 하는 업무는 적성에도 잘 맞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하나같이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라 직장인으로서의 현재 나의 인생에 불만은 전혀 없다.


다만 회사가 나를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나약한 모습보다는 언제, 어디에서든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 회사가 나를 아쉬워할 만큼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나아가 내 의지로 언제든지 회사를 버리고 명함을 집어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회사는 언제든지 나와 같은 일개 직원은 버릴 수 있다.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인력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래서 올해 1월 1일부터 나는 새벽에 일어난다. 내 시간을 갖고 나를 발전 시키는 온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출근하는 날에는 4시, 재택근무나 주말에는 5시에 눈을 뜬다.

나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회사에 의지하는 삶을 벗어나고자.

뇌 튜닝, 몸 튜닝을 통한 '인생 튜닝'을 위해.


출근하는 날은 6시에 집을 나서야 하니 최소 1시간 반 이상은 확보하고자 4시에 일어난다. 그렇게 일어나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출근길에 나서면 아직 코끝이 무섭게도 시린 겨울이지만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로 인해 마음은 따뜻한 출근길이 된다. 회사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올라가기 전 러닝머신을 뛰고 찬물 샤워까지 마치고 나면 나는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맨이 된다.




나의 의지력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의지만으로 새벽 기상을 하고자 하면 분명히 얼마 못 가 때려치우게 될 게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먼저 다이어리를 샀다. (PDS 다이어리)

평생 써본 적도 없고 쓸 생각도 없었던 다이어리를 거금(?)을 들여 내꺼 하나, 와이프꺼 하나 두권을 준비해서 반강제로 와이프도 이 노선에 끌고 들어왔다. 러닝메이트가 있으니 달리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데일리 리포트를 적으며 다음날 계획을 수립하는데, 제일 먼저 쓰는 계획은 4시 기상. 아침에 일어나 4시 기상 목표 달성에 체크를 하고 책을 읽어나가면 글자 하나하나가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로, 수면 패턴을 바꿨다.

아직 미취학인 우리 집 두 명의 망아지들은 늦어도 9시 반 전에 취침한다. 아직은 부모가 재워줘야 하는 나이기에 애들을 같이 재우다 보면 일찍 자는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이불 덮어쓰고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세계로 빠져들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깔끔하게 버리고 애들과 같이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면 4시에 일어나도 신체적으로 큰 타격이 없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멀리 두고 잔다.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라 작은 소리에도 일어날 수 있다. 알람을 진동으로 맞추고 책장에 올려두고 잔다. 책장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려면 침대에서 일어나야만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잠이 깨고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알람을 미루는 나의 20년 넘은 오래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내던지고 요즘은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일어난다. (진동이 계속되면 아이들이 깰까 봐)

핸드폰을 멀리 두고 침대에 누우니 자기 전 핸드폰 들여다보는 습관이 자동으로 없어졌다. 자기 전 블루라이트를 안 봐도 되니 좀 더 깊은 숙면에 일찍 빠져들 수 있어서 자고 일어나도 예전만큼 피곤하지 않다.




아직 루틴이 완벽하게 굳어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어떤 행동이 최소 66일 이상 지속해야 이게 습관으로 굳어진다고 한다. 올해 들어 새벽 기상에 실패한 날은 손에 꼽는다. 캠핑 갔던 날(너무 추워서), 아빠 생신날(전날 과음으로 인해) 정도 새벽 기상에 실패했다. 그 외에는 외갓집에 가서도, 처가에 가서도 새벽에 일어났고, 독서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유튜브로 자기 계발 영상이나 책리뷰 등을 보았다.


이 글을 브런치에 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벽 기상을 마음먹었던 그 빡침을 잊지 말고, 나태해지는 내 자신이 발견되었을 때 다시 이 글을 꺼내어 읽고 초심을 다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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