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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Dec 20. 2022

마케터 직업병과 일상



관리자도 힘들다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마케팅 업에 있다 보면 사람이 강박증 같은 게 생긴다. 항상 데드라인이라는 게 있고 발행해야 할 콘텐츠가 있다. 그래도 대행사에 있을 때보다 인하우스에 있을 때는 ‘내가’ 그 일정을 조절하기 때문에 조금의 숨 쉴 틈은 조금 더 확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위에는 역시 상사가 있기에 나 또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항상 일정과 스케줄, 플랜에 최대한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 내가 극 J이긴 해도 가끔은 이런 옥죄임에 숨이 막힌다. 내가 할 때는 괜찮은데 남이 하면 싫은 그런 J의 습성이다. 위에서 내려오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 중간관리자 포지션은 어디로 튈 때도 없이 딱 중간이기 때문에 위아래로 쳐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시야가 흐려질 때도 있고 바람을 쐬지 않으면 못 견디는 순간들도 많다. 가령 갑자기 회의가 잡힌다던가 재택인데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불끈불끈 나의 반양 심리가 도진다. 그럴 때 나의 욱본능이 살아난다. 내가 고집도 세고 융통성이 없는걸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취약하다. 그리고 그날은 기분이 계속 좋지가 않다. 하나에서 시작되고 그 나머지로 다 번져버린다. 가장 어이없는 건 대행사에서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할 때다. 지나고 보면 다들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양쪽을 경험해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때의 광고주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이해했지, 내가 대행사를 지나오지 않았다면 그것도 모르고 나불댔을 거다. 지금은 대행사를 비딩 하는 기간인데 딱히 또 대행사가 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광고대행사가 엄청 많기 때문에 잘 찾으면 또 나올 것 같은데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내가 같이 일할 사람인데 내가 구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일 쳐내기

이제 거의 1년을 채워가는 이 시점,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한데 이런 감정까지 들면 내가 힘들어지니까 빨리 훌훌 털고 가야겠다. 지금 이거가 내 최우선 순위로 생각해야 할게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마케터로 살다 보면 ‘일 쳐내기’에 익숙해진다. 쳐내다 라는 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기도 하고 항상 일을 쳐내다 보니 아주 당연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뭔가 딥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기보다는 빠르게 서칭하고 해결을 해야 되는 역할이 더 크다. 일단은 빠른 게 기본적으로 선행이 돼야 한다. 그다음에 꼼꼼함이 요구된다. 중요한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데드라인에 맞추는 것.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일상에서도 일을 쳐내고 있었다. 플랜을 세우고 캘린더를 짜고 그 안에 투두리스트를 쳐내고 있었다. 그런 루틴 안에서 살다 보면 강박증도 생기고 그것이 안 지켰을 때의 스트레스도 따라온다.


숨쉴틈 만들기

마케터로 살다 보면 본인 스스로가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워낙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으니까 가끔 스트레스가 쌓여서 번아웃 올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업무 중간중간 숨 쉴 틈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이쪽 분야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 더 나을 것 같다. 나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좋게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가끔은 문 밖을 뛰쳐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럴 때는 확실히 바람을 쐬거나 몸을 움직이면 훨씬 나아진다.


나는 sns 안 해요

디지털 마케터들을 보면 의외로 sns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에도 대행사에 있을 때 계정이 5개나 되었는데 그 상황이 되니까 내 계정에는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그조차도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점점 안 하게 됐다. 지금도 손 놓고 있는지 오래됐는데 이제는 보여주기 식에 흥미를 잃었다. 예전에는 내가 한 것들 산 것들 간 곳들에 대해 올리고 반응을 보는 게 재밌었는데 나중에는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그냥 보관용으로는 괜찮겠지만 그것에 또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sns 접속해서 요즘 트렌드를 파악하곤 한다. 요즘에 그것까지 안 하면 정말 ‘아싸’가 되기 쉽상이고 업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케터 중에 일에 깊은 오너쉽있고 열정 있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세상 열정이 넘쳤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식어갔다. 지금은 루틴대로 계속해나가는 느낌이 많이 든다. 초기부터 배워온 것을 계속 써먹는 느낌. 당연히 새로운 회사에 와서 배우는 것들이 있지만 결국에 하는 일은 비슷하다. 거기서 자기의 스타일대로 조금씩 변형시켜서 해나가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모멘텀을 언제까지 끌고 갔을까 싶기도 하고 워낙에 2030 MZ 세대들이 트렌드에 밝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나도 막내 계열에 속했지만 언젠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 끝은 지금 나의 상사의 모습일 거다. (지난 회사에서 상사를 보고 저 모습이 되기 싫어서 그만 둔적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말의 흥미가 남아있기에 내일도 마케터로의 하루를 살아보려 한다.



https://m.blog.naver.com/cocorich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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