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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Aug 22. 2022

광고대행사에서 브랜드 인하우스 이직한 지 5개월 차

브랜드 디지털 마케터

광고대행사에서 브랜드 인하우스로 이직한 지 꼬박 4개월이 흘렀다. 이제는 입사 5개월 차.

이직부터 지금까지 업무 파악부터 문화 적응까지 어떻게 했는지 그 과정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1. 광고대행사에서 브랜드 인하우스로의 진입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지난 두 군데 광고대행사에서의 시련과 고통을 끝마치고 6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푹 쉬었다. 신나게 연애도 했다. 그래도 실업급여를 6개월 동안 받아서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지는 않았다.


실업급여 만료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 본격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대행사 AE에서 브랜드 인하우스 마케터로의 점프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력서를 돌렸다.


지원을 할 때 외국계,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에만 넣었다. 나는 나름대로의 이직 기준이 있었다. 일단, 무조건 브랜드로 가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 조건이 나은 곳으로 가는 것.


광고대행사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조금 더 덜 힘든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가장 치열한 브랜드들보다는 B2B나 건설, 제조, 제약 쪽으로 알아봤다.


그렇게 드디어 외국계, 건설회사, 중견기업 면접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에 본 건설회사 면접 때는 분위기가 너무 보수적이라서 입사 조건은 너무 좋았지만 조금 더 분위기가 부드러웠던 중견기업으로 선택했다.


기업 운영, 대행사 경력 총 5년을 인정받고 들어갔고 연봉협상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협상 부분은 내가 사업을 했던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때 두꺼워진 얼굴 때문일까.


2. 바닥에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

지난 회사들에서의 끔찍한 경험들 때문에 어쩌면 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입사를 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입사 한 첫날, 내가 받은 느낌은 “이 회사 오래 다니고 싶다”였다.

첫날에 12시까지 야근을 했던 전 회사와는 180도 반대로 첫날이니까 일찍 퇴근하라고 챙겨주시는 팀원과 팀장님. 회사 웰컴 키트와 모아둔 굿즈들을 챙겨주시는 팀장님의 모습에 이미 감동해버렸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것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대행사는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여유, 따뜻함, 환영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곳은 먼저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됐다. 소위 사람 냄새가 났다.


3. 1달간의 OJT

나의 담당 사수와의 첫 대면식은 나에게 굉장히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직하면서 나의 유일한 소망이 있었다면

사수가 제발 나이스 했으면 했다는 것이었다. 둘째 날에 첫 대면식을 가졌는데 처음에 내게 말을 걸지 않아서

다소 긴장감 속에 대기를 했었다.


나중에 회식할 때 사수가 그때 자기가 어떻게 온보딩 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못 했다고 한다. 나는 최대한 살갑고 겸손한 태도로 사수를 대했다. 그 전의 트라우마 때문일 거다.


그날 약 2 시간 동안의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친절한 인수인계였다. 심지어 그저 딱딱하게 업무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수 개인적 이야기, 회사 전반의 상황 공유까지 정말 내가 얼고 싶던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OJT 한 달은 너무 짧으니까 두 달 하라고 하는 말 한마디도 너무 고마웠고 힘이 됐다. 내가 오기를 눈이 불을 켜고 기다렸다가 입사하자마자 일을 던져주는 전 회사랑은 너무나도 달랐다. 사수는 그 기간 동안 내가 일할 대행사(총 3군데)와 회식을 잡아서 인사를 시켜줬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는 신규 입사자들을 멘토와 연결해주는데 예산도 주기 때문에 티타임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나는 뒷자리에 앉은 법무팀과 연결이 되어 타 부서와도 안면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덕분에 밥 친구도 생겼다.


4. 든든한 지원군 나의 팀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 입사한 덕도 많이 봤다. 나의 환영회식을 하던 날 고깃집에 가서 와인을 마셨는데 내가 와인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니 다들 너무 좋아하시면서 나를 치켜세워주셨다.


이게 뭐라고 나 감동하지? 그리고 그냥 팀이 다 함께 웃고 먹고 마시고 하는 그 시간이 따뜻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어떤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서 내가 난감해진 상황이었는데 팀 모두가 나서서 나보다 더 화를 내면서 나를 치켜세워주며 친오빠같이 공감하고 욕해줬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힘이 되었다. 팀장님은 내가 이야기하자마자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바로 해결해주셨다.


5. 인재개발원 교육

중견기업에 입사를 하니까 교육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신규 입사자 교육이 2박 3일 동안 기흥에서 진행되었고 이때 만난 룸메이트는 타 계열사였는데 급격히 친해져서 가끔 티타임, 점심 먹는 사이가 됐다.


그 안에서도 팀이 만들어졌는데 나는 매우 적극적인 참여를 했고 갑자기 인싸처럼 되어서 삼삼오오 모여서 인재개발원 근처 카페도 놀러 가고 하며 추억을 만들었다. 나는 퀴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기프티콘도 받았다. 어쩌면 이런 활동들이 회사 다니는 재미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6. 대행사 회식

대행사 회식이 있다는 것 저체가 내게 생소했던 것이 내가 대행사를 다닐 때는 회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 회식은 있었지만 광고주와 정식으로 회식을 한 적은 없다.


딱 한 번 행사 전에 밥 먹은 것이 전부다. 그런데 여기 입사하자마자 한 달에 거의 4번 회식을 하니까 정말 놀랐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입장이 바뀌고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광고주 자리로 바뀌니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다행히 사수가 전면에서 나서 줘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웠는데 사수는 정말 격식 없이 대행사를 동생들처럼 대해줬다. 갑질도 없고 괜히 살벌한 분위기도 만들지 않았다. 그것이 정말 좋아 보였다. 팀장님도 마찬가지였다. 5개월 차가 되니까 이제 대행사 대하는 게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TIP: 벚꽃 흩날리는 봄에 입사하세요. 사람들이 한결 유해져요.


7. 나의 첫 프로젝트

팀장님께서는 팀장님의 OJT일환으로 첫 프로젝트를 과제로 내주셨다. 그런데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취재 인터뷰 콘텐츠였다. 좌충우돌 팀장님 가이드를 받아가며 거의 한 달 넘게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미국에 있는 타계열사 인터뷰이에게 서면 인터뷰를 받아서 콘텐츠를 구성한 뒤 또 재구성해서 국영중문으로 만드는 과제였다. 도중에 인터뷰이에게 최종 리뷰를 받지 못해서 다시 수정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


8. 페이스북 광고 이벤트

원래는 사수의 일이었는데 사수가 다른 이벤트 때문에 업무가 과다해서 내가 이벤트를 맡게 되었다.

광고 붐업 이벤트였고 나는 여기서 제대로 성과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굉장히 꼼꼼하게 이벤트 기획

리딩을 했고 결국 목표 KPI를 초과 달성했다.


9. 여름휴가

이 회사의 시스템중에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게 휴가처리가 개인 전결이라는 점이다. 전 회사가 외국계 대행사였는데 외국계보다 어쩌면 더 프리 하다. 팀장님은 말하지 말고 시스템으로 올리면 된다고 하셨다.


올해 4월에 중도 입사를 해서 올해 여름휴가는 4일 주어졌다. 찢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성격이랑 안 맞아서 한 번에 4일을 다 썼다. 사수가 무조건 휴가 쓰고 자기가 다 커버 쳐줄 테니까 갔다 오라고 말했다.

사람이 말 한마디에 이렇게 힘이 될 수 된다는 것을 여기에 와서 새삼 느꼈다. “나도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고 생각했다.


10. 업무 자신감

5개월 차가 되니까 업무의 자신감도 제법 붙고 오너십도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이 새삼 나를 많이 찾기 시작했다. 나에게 디자인, 번역 등에 대한 의견을 주로 많이 묻고 사진도 부탁하는 경우들도 종종 생겼다. 디자인 전공한 게 정말 요긴하게 쓰인다. 정말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매리트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


11. 중견기업의 복지는 마약 같다

여기 와서 처음 맛본 큰 기업들의 복지. 상여금, 휴가비, 물가 상승에 의한 월급 인상까지. 이 쏠쏠한 복지는 마치 평생 이 회사에 헌신하고 싶게 만든다. 지금까지 받은 보너스는 8월 정기 임금인상(기본급의 4%), 성과급: 50%, 휴가비: 50만원.


식비는 다 법카로 쓰고 복지포인트로 연 20만원이 나온다. 이런 복지들이 기업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SNS이벤트 같은 경우에도 천만원은 팍팍 쓴다. 최소 예산이 1,500만원 이고 9월에는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1,500만원 정도 소진 예정이다.


5개월이지만 이렇게 꽉 차고 다양한 배움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분들 혹은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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