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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21. 2024

버거운데 좋다가 좋다가 현타 오다가

이직 2개월 차. 하루에 끝에는 전기장판에 늘어진 나를 발견한다. 목요일은 그나마 버틸만한 게 단 하루만 더라는 느낌으로 계속 뇌를 착각시킨다. 꼭 놀고 있으면 일하고 싶고, 일하면 놀고 싶다. 사람은 왜 이렇게 간사할까? 배고플 땐 마구 먹고 싶은데 먹고 나면 또 왜 이렇게 먹었을까 싶다. 생각은 늘 이렇게 내가 뜻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회사 또한 당연히 내 맘대로 모든 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 퍼센티지에 따라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결정되는 것 같기도 하다. 100% 다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꽤 괜찮은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해서 잘 다니고 있다. 


일단은 같은 부서 팀원들이 잘 맞는다. 다들 착하고 순수한 면이 있어서 얘기하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다. 오늘은 내가 감기 걸렸다니까 걱정도 해주고 에너지 끌어올리는 티도 타주고 해서 좀 고맙기도 했다. 회사란 어쩌면 잘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일 잘하면 뭐 하나, 결국 남는 건 사람이다. 


오늘 일은 나를 두들겨 팼지만 사람이 그 아픈 자리를 토닥여준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어디서 들은 말이 하나님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버틸 수 있을 지경까지만 힘들게 하신다 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내가 딱 지금 그 기로에 서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일 편하게 했지? 이제 좀 제대로 배워봐'하고 아주 호되게 꾸짖음을 당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나는 노트북을 집으로 끌고 왔다. 가져오면 뭐라도 해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그 컴퓨터로 브런치를 쓰고 있다. 그래도 뭐라도 했으니 다행인 걸까. 감기기운에 코와 목과 눈이 다 뻐근한데 그래도 내일은 금요일이라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가끔은 아티스트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물론, 아티스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 인고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재능을 타고났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까. 나도 그런 것을 동경하지만 이제는 내가 생각보다 재능이 타고나지는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한동안은 좀 그런 줄 알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또한 나쁘지는 않았다.  


버거운 일을 맡아서 잘 해내면 좋다. 좋아서 또 막 하다 보면 현타가 온다. 현타를 반복하다 보면 일을 잘하게 되겠지. 내가 혹시 그런 경로에 발을 들인 걸까? 어색하지만 또 그리 나쁘지는 않은 이 기분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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