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육아휴직 여행기
금요일 오전 10시 2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핀란드 국적기인 핀에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출근 준비하는 씸씸이 엄마와 함께 부지런히 움직였다. 헬싱키에 가서는 아빠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씸씸이는 엄마와 함께 나중에 따로 뒤따라 오기로 했다.
오전 비행이라 서둘렀지만 막상 게이트 앞으로 가보니 아무도 탑승 대기줄을 서지 않고 무언가 문제가 생긴 분위기였다.
출발 예정 시간이 다 되어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체 부품의 결함으로 인해 연착된다는 안내였다. 그리고 몇 차례 더 그런 방송이 나오더니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5시간이나 늦어진 오후 3시반 정도가 되어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헬싱키가 최종 목적지인 승객들이야 상대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경유하는 스케쥴의 사람들은 꽤 난감한 눈치였다. 나 역시 어차피 이렇게 될 바에야 하루 늦게 출발해 토요일 출발을 했다면 가족들과 공항까지 함께 와서 인사하고 더 좋았을걸 하면서 아쉬워했다.
처음 이용하는 핀에어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특히 보상 규정 질문에 대한 직원들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그랬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나 승객들에게 제공해준 밀바우처도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제한적이어서 이용하기 많이 불편했다. 이렇게 비행 스케쥴이 오랜 시간 지연된 것도 처음이었지만, 도착 일정 계획이 망가진 것 또한 많이 불만스러웠다.
출발할 때 당시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나중에 모든 일정이 끝나고 귀국한 후에 반전이 있었다. 핀에어 보상 규정에 따라 항공운임료의 70% 가까이 보상금을 받게된 것이다.
원래 돈 앞에서 간사한 캐릭터는 아닌데 여러모로 무리했던 여행이었던 만큼 70%의 보상금액이 모든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핀에어에서는 항공기의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우선순위로 불가피하게 항공편 출발지연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보상 신청을 진행주겠다는 핀에어의 메일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은 분명 많이 간사했을 것이다.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는 핀에어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그렇게 설레는 핀란드 여행의 시작은 핀에어 기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맛보는 핀란드 맥주 '까르후(KARHU)'를 즐기는 재미도 있었고, 노트북에 미리 다운로드 받아온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도 보면서 10시간 가까운 비행 시간을 즐겼다.
비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헬싱키 반타 공항 착륙 직전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넓은 숲'이었다.
한반도 전체의 3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면적에 고작 한국의 한 도시 인구 수준인 500만명의 인구가 사는 만큼,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핀란드의 자연은 그들의 자랑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수업 중에 한 핀란드 교수님도 핀란드의 자연을 즐기기를 추천했었다.
핀란드에 방문하게 되면 헬싱키 시내에서 도시에만 머물기 보다 주말에는 교외의 국립공원에 방문해보길 권했다. 특히 우리 과정이 진행되는 7, 8월은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핀란드의 여름 시즌으로 야외 활동을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소개해 주었다.
출발 지연된 시간만큼 늦어진 오후 6시(핀란드 기준) 정도에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예정대로 오후 1시경 도착했더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시내까지 지하철을 이용해서 숙소로 이동해 볼 생각이었지만, 시차 때문인지 피곤이 몰려와서 상대적으로 편한 '핀에어 셔틀버스(운임료 6.70유로)'를 이용했다. 6시간 느린 시차로 한국 시간으로는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많이 피곤했다.
당분간 혼자 지낼 생각으로 미리 예약했던 1인용 숙소가 쾌적하길 바라면서 부지런히 움직여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북유럽의 '백야'로 헬싱키의 저녁 시간은 마치 대낮 같은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