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육아휴직 여행기
1인용 침대와 책상만 있는, 마치 우리나라 고시원만큼이나 좁지만 깔끔한 숙소에서 핀란드의 상쾌한 첫 날 아침을 맞이했다. 7월말 핀란드 날씨는 여름이지만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공기는 상쾌했다.
숙소 앞 편의점으로 트램 티켓을 구매하러 갔다. 어제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볼 수 없었던 헬싱키 시내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머물던 내내 적응되지 않았던 핀란드의 흔한(?) 편의점 점원의 차갑고 무표정한 안내를 듣고 난 후 나는 24시간용 티켓(Day Ticket)을 구매했다. 9유로 정도면 하루종일 트램을 타고 도시 곳곳을 가볼 수 있다고하니 가장 비용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글맵을 켜고 가장 먼저 'Helsinki Cathedral(헬싱키 대성당)'을 검색했다.
트램을 타고 10분 정도 가다보니 번화가가 보였다. 목적지는 아직 3~4 정거장 남은듯 보였지만 좀 천천히 걸어보고 싶었다.
수도의 중심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소박한 헬싱키 중심가의 모습이었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들만의 정취가 있는 우리 세식구의 '취저(취향 저격)' 도시였다. 또한 여느 관광지처럼 깃발들고 단체로 시끌벅적하게 돌아다니는 단체 관광객이 없어서 헬싱키라는 도시의 아침을 온전히 느끼기에 더없이 좋았다.
헬싱키(Helsinki)는 원래부터 핀란드의 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헬싱키 이전의 핀란드 수도는 투르크(Turku)로 100여년 전에 헬싱키로 옮겨졌다. 헬싱키가 핀란드의 수도가 된 것은 스웨덴이 핀란드 전쟁에서 러시아에 패하고, 핀란드가 러시아령이 된 이후로 옮겨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헬싱키에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처럼 오래되고 유명한 유적지는 없다.
하지만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로 선정된 헬싱키에는 도시 곳곳에 특유의 실용적인 '미美'가 숨어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편안하고 간결한 디자인 취향을 가진 우리 부부가 기대하던 도시의 모습 그대로이다.
낯선 공기와 낯선 냄새, 낯선 소리들, 그리고
낯선 풍경과 미묘하게 다른
북유럽 햇볕의 따스한 느낌...
오래도록 그들 옆에 가만히 앉아,
그들이 누리는 여유를 함께 느껴보고 싶었던
헬싱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