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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Mar 01. 2019

#11. 헬싱키에서 러시아.. ep.3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아빠 육아휴직 여행기

짧은 2박 3일 일정. 우리는 시간이 없었다. 반면에 가봐야 할 곳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씸씸이와 함께여서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움직여야만 했다. 특히 하이라이트 코스인 미술관과 발레 공연 관람 시 아이가 예상보다도 더 지루해할지 모르니 중간중간 아이 눈높이에 맞춘 스케줄도 필요했다.

지금까지 씸씸이와 함께 한 모든 여행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부부는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하기로 했다.



도착한 첫날은 저녁식사를 위해 짐만 숙소에 내려놓고 또다시 우버택시를 불러서 타고 시내로 나갔다. 러시아 도착 첫날을 기념하는 식사로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큰 교회인 성 이삭 성당(St. Issac cathedral)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찾아갔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여행을 통틀어서 우리가 갔던 가장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북유럽 여행 중 물가가 비싸 거의 제대로 된 식당을 찾지 못했던 우리 세 식구는, 헬싱키의 절반도 안 되는 러시아 물가에 눈이 휘둥그레 져서 폭풍 주문을 다. 음식 맛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성당의 전경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임이 무색하게 그나마 어느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신경 써주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러시아 어느 곳에서나 그랬듯 종업원들의 얼굴 표정은 하나 같이 모두 화가 난 표정이었다. 친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서비스. 아직 러시아에서 반나절도 지내보지 못했지만 이쯤 되면 그들의 이런 일관성 있는 불친관광객들이 감수해야 할 '현지 감성'의 일부분일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오래간만에 성대한 저녁 만찬을 즐기 식당에서 유리창을 통해 감상했던 성 이삭 성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유라시아 건축물의 웅장한 스케일과 거대한 조각상들의 섬세함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먼 거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섬세한 조각상들,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미술작품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그제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건물 앞을 서성 거렸다. 아직 우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외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놀라건축물이었다.



성당 내부도 역시 기대 이상의 충격 그 자체였다. 화려한 천장의 장식과 끝없이 이어지는 벽화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씸씸이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했는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성 이삭 성당은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으로 지어질 당시에는 러시아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어졌다. 웅장한 금빛의 둥근 지붕이 특징인 이 건축물은 돔 모양의 지붕이 100 kg 상당의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다른 건물들처럼 소실될 위기에 처했지만, 당시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이 황금 돔이 지나치게 눈에 띄어서 독일군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소련 측은 성당의 돔을 회색으로 페인트 덧칠을 했다는 흥미로운 역사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세 식구의 러시아 첫날은 그렇게 도착 전의 기대와 여행 중의 현실이 뒤섞이면서 이곳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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