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획표는 항상 지켜지지 않는다
휴가가 제일 필요한 사람은 이제 막 휴가를 다녀온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7월 19-31일까지 길게 여행을 다녀왔다.
길게 여행을 다녀온 후유증일까 아니면 휴가 후유증일까, 뭘 해도 붕 떠있는 기분이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직장이라도 다녔다면 어쩔 수 없이 일하다가 현실에 적응이 될 텐데 그렇지도 않으니 미칠 노릇이다.
자꾸만 무언가 재미있는 걸 보고 싶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끊임없이 놀고 싶고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싶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그걸 뒤로 미뤄두고 나는 심심함에 몸서리치고 있으니 문득 게을러지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하루 계획표를 짰다.
나는 사실 계획표를 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집중되는 시간이 다르고 그때그때의 집중도가 다르기 때문에 계획을 짜는 건 시간계획이 아니라 하루에 할 일을 대략 정해두고 그게 이루어졌나 체크하는 정도.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계획표를 짜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를 계획표 안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결과는 Soso.
반은 성공했고 반은 역시나 지켜지지 않았다. 지켜진 것도 시간이 조금씩 밀렸다. 하지만 그래도 무작정 놀고 싶은 마음에 뒹굴거리는 어제보다 계획표를 짠 오늘이 그나마 더 보람 있는 하루였다.
이래서 계획표를 짜는 걸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지켜지길 바라지만 사실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한동안 저 계획표는 내 책상 앞 벽에 자리하고 있겠지. 오늘도 내일의 계획을 지키자 다짐하면서 잠들고 눈을 뜰 때부터 그 계획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그걸 보면서 실행하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