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스모먼트 Aug 29. 2020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을 읽고 나서

「라틴어 수업-한동일」



p.79 혹시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더 비난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칭찬하는 말은 쉽게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채찍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Esto quod es, 가장 자신다운 사람이 되어라"라는 내 라틴어 좌우명과 가장 맞닿아 있는 글 같다. 남들 기준에 나를 맞추기 말고 내 기준으로 나를 생각하고 판단하고 오로지 내가 나일 수 있게. 어제보다 내 기준에서 예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또한, 단점이라도 나를 나로 받아들이고 싶다. 




p.81 지금의 내 모습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각자 살아온 삶이 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해왔을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틀이 논리이고 그것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의 논리와 만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성찰해야 하며 그것을 바른 방향으로 정립시켜 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신만의 살아온 틀이 있고 삶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경험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그걸 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알 수 있다. 내 삶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삶의 가치와 기준을 알기는 쉽지 않다. 한 단어로 간단하게 정의되는 게 아니고 여러 질문들에 대한 복합적인 대답을 끓어내는 일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쓰는 이 글들이 쌓이고, 나의 생각들이 정리된다면 나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p.86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중 많은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략) 중요한 건 내가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해요.


이 글을 보고 느낀 건, 요즘 우리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글이라는 거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삶에 많은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어그러진 계획과 타격에만 집중하여 좌절하고 있다가는 결국 제자리에서 멈춰서 가라앉길 기다리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나아가야 한다. 


나는 지난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 약 1년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취업을 했다. 그림도 한동안 그리지 않았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느라 다른 걸 미뤘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 장기화되며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처음에 계획했던  A안도, 혹시를 대비한 B안도 다 소용이 없게 됐다. 완전 예상치 못한 변주로, A도 B도 아닌 C 안을 새로 짜야했다. 아니, 어쩌면 이 선택을 포기하거나 몇 년은 미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게 틀어져버린 상황 속에서 나는 좌절했고, 생각을 하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몇 달을 흘려보내다가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롭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코로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통제할 수 있는 영역부터 차근차근 어떻게 해야 최선일지를 생각했고, 정보를 모으고 글로 정리하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계획을 다시 짰다. 목표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생 계획도 다시 세웠다.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다듬어가야 하지만 꽤 괜찮다 싶은 C 안이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미뤄진 것 치고는 오히려 코로나 전에 한 계획보다 어떻게 보면 탄탄하고 안정적인 계획이었다.


코로나는 오히려 내 계획을 재정비하고 한 단계 단단하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물론 전혀 고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대로 두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나아가면 길이 보일 수 있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됐다.




p.266 우리 모두는 생을 시작하면서 삶이라는 주사위가 던져집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세요. 돌이켜보면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할 겁니다. (중략) 누구도 자기 생의 남은 시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그렇게 또박또박 살아갈 밖에요.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는 결국 나의 몫이다. 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 삶의 끝자락에 섰을 때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걸 많이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데 책 리뷰로 찾아왔네요. 쓰고나니 리뷰보단 독후감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ㅎㅎ

라틴어 수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에요. 

더 좋고 많은 글귀들이 있었지만 이 리뷰에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꼭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사실 라틴어 수업은 최근에 읽은 건 아니고 브런치를 시작할 때 즈음 읽었던 책인데 그때 썼던 독서록을 보다가 이걸 브런치에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이 책에서 읽은 글들이 제 삶에 태도에 적용돼있는 상황이 꽤 있어서 놀랐어요.

그래서 독서록에 있는 글을 옮겨 적은 것도 있고, 현재의 상황에 맞게 드는 생각을 쓴 글도 있어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 리뷰도 가끔 올리게 될 것 같아서 카테고리를 나눌까 하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하는 생각들도 결국 제 생각과 삶의 태도가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그래서 이 카테고리에 넣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종종 책 리뷰로도 찾아뵐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만에 하루 계획표를 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