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를 적으면서 담담하게 편한 말투로 쓰다가
아무래도 브런치는 다른사람들이 서로를 공감해주는 곳인 것 같아 이제부터 존댓말로 변경해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저도 국비학원을 다니면서, 아니 개발자로 도전하기 전 부터 인터넷에 항상 검색했던 것이 있습니다.
'비전공자 개발자', '서른 살 여자 개발자'
블로그나 okky 등 많은 곳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주신 분들이 있어 그런 글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마음을 잡곤 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전공자 개발자도 할 수 있다!!
여자라고 문제 될 건 없다!! 라는 자신감을 전달하고 싶어서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다른 직군에서 일하는 친구들만 봐도 개발자는 그래도 나이와 성별에 크게 차별받지 않으며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 있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개발자가 된 이후에 몇 번 '여자 개발자'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가진 분들과 결혼/육아 로 인해 일을 오래하지 못하면? 이라는 우려를 가진 분들을 보긴 했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취준을 했던 경험과 비교해보면 예전보다 제 나이가 더 많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덜 받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구요. 근데 그게 뭐 그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인가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사회의 문제지. 뭐 이건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우선 2021년 스타트업에 입사하기 전까지 여전히 방황중이었던 제 스토리를 나열해보겠습니다.
신입은 아니나, 그렇다고 신입은 아니라고 할 수 없었던 IT 취업 스토리입니다.
과거내용은 이전의 브런치 내용과 조금 중복되긴 해요.
개발분야와 굳이 엮으려면 엮을 수 있는 과거 이야기
어렸을 때 집에 컴퓨터가 있긴 했고 선생님이 오셔서 컴퓨터 사용방법?등을 가르쳐 줬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방과후 컴퓨터교실 수업을 들었고 그때 당시 컴퓨터 선생님을 따라 컴퓨터학원으로 옮겨 6학년 때 워드프로세서 1급, 정보처리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컴퓨터 경진대회를 나가 상도 받고 뭔가 했던 것 같은데.. 이후로 컴퓨터 학원은 그만뒀고 너무 예전이라 기억에 없네요. 딱히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이후 이과계열 4년제 대학교를 나오고, 석사까지 하긴했지만 IT 개발과 큰 연관은 없었습니다.
개발관련 수업을 들은 건, 한학기 프로그래밍 입문(C언어) 강의를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들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졸업 후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회사를 다니며 저녁에 JAVA 입문 과정을 들어봤고, 재밌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국비학원에 갔습니다. (28살 가을에 시작해서 29살 봄까지 다녔습니다)
아래는 많이 긴 내용이 이어지는데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 국비학원에서 Spring도 다 못 배운채로 조기취업해서 IT제안서 쓰는 회사 취업했으나
개발이 하고 싶어 3개월 안되서 이직 ->
2. 자체솔루션있고 C#하는 회사였으나 발전이 없을 것 같아 3개월 안되서 이직 ->
3. Vue.js하는 회사 갔으나 회사 문화가 너무 구려서 3개월만에 이직 ->
4. SI회사 취업 ->
처음에 못한다고 나가는거 어떠냐고 비난도 받았으나 1년 안에 일 인분 이상 몫 할 수 있게 됨
그러나 월급이 밀리고 .... 결국 이직
국비학원
저는 사실 Query 배우는 부분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SQL을 배우는 동안은 당일 배운게 머리에 쏙쏙 들어왔고, JAVA 앞부분을 배울 때까지만 해도 쉽다고 생각하며 복습 예습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도가 점점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팀 프로젝트에 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개발도 못하는 것 같아 집에와서 울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우울해 할 시간에 공부나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러다 spring도 다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학원에서 추천하는 회사에 덜컥 합격하여 80%이상 출석을 찍고 회사를 가게됐습니다.
첫번째 회사 - 제안서 작업
처음 입사할 때는 제안서작업 80%에 개발업무 20%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물밀듯이 잡힌 일정으로 제안서 작업만 3개월 내내 했습니다.
퇴사날까지 무려 새벽6시까지 일하는 등 엄청난 야근에 시달리긴 했지만
정작 여기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내가 개발하려고 다 때려치고 국비학원도 다녔는데 지금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다시 개발 직군으로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그만두었습니다.
(청내공 가입했으나 가입완료 된 지 한 달 안되서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회사 - .Net, C#
.Net과 C#을 쓰는 회사였는데 회사의 주 업무가 물류쪽이라, 학교 다녔을 때 관심있었던 물류에다 IT를 접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자체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익숙해지면 되기 때문에 언어는 큰 상관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이때 알았어야 했는데..... 회사 자체 솔루션이 거의 업무의 전부였고, 새로운 개발을 한다기보다는 몇 번의 클릭과 몇 번의 입력이 끝이었고, 이걸 커스텀 해서 다른 회사에 납품하는 식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우선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Query공부를 하라고 해서 MS-SQL을 공부했습니다.
회사에 계신 과장님도 '우리 회사는 안정적이고 편하고 좋은데 신입들이 개발 역량을 쌓기에는 안 좋은 회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도 첫번째 회사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개발 역량을 쌓고 배우고 더 배워야 하는 시기인데 여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또 웹개발을 하고 싶다고 하여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여기도 청내공 가입했으나 가입완료 된 지 한 달 안되서 또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회사 - vue.js
집은 서울이었으나 광교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vue.js를 해본 적은 없었으나 IT회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학력을 좀 더 봤던 것 같고, 면접 보기 전 인강 들어보고 책 한 권 구매해서 어느정도 따라해본 후에 가서 면접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개발을 잘하는 것 =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커밋 많이 하는 사람 = 일 많이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며
야근을 당연시여기고, 연구소장은 매일 누가 제일 마지막에 갔는지 체크했습니다.
석식먹으면서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은 인사평가 각오해야 될 거다, 라는 얘기도 듣고
아파도 업무시간에는 병원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진짜 너무 어이없는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나네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전체 워크샵을 부산으로 가게 됐는데 그때 당시 업무를 잘하고 싶어 주말에 자비로 학원을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당연히 미리 얘기를 했고 금요일 아침에 같이 갔다가 저녁에 일정이 끝나고 자비를 들여 다시 서울에 오는 것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금요일 워크샵 일정은 전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부서장들이 순서대로 강당에 올라가서 실적을 발표하면 회장, 사장이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질책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저녁시간이 되도록 앉아만 있었고 저녁 8시쯤에 저는 올라가겠다고 말했으나
갑자기 가지 말라는 식의 얘기를 들었고 그래도 저는 서울로 올라갔습니다(아마 이때쯤엔 퇴사를 결심했던 것 같아요)
올라가면서 같은 팀 다른분들에게 들은 건 또 부서별로 올라가서 건배사 하고 계속 원샷하고
여기 계신 이 분은 회사 업무 때문에 10일동안 집에 못들어갔습니다!!라고하면 모두가 박수치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월요일에 출근한 회사에서는 이사, 상무에게 1시간 넘게씩 불려가며
너는 회사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으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기존 3개월의 수습기간에서 한 달 더 늘리겠다고 했고 광교로 이사올 생각도 하라고 했습니다.
상무는 독립된 자신의 방에서 계속해서 담배를 피면서 저한테 별 말을 다 했습니다.ㅎㅎㅎㅎ
네 퇴사.
(청내공 가입을 안해주는 회사였으나 다닌지 3개월이 딱 되기 전에 그만뒀기 때문에 여전히 가입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접한 vue는 재밌었고 프론트엔드에 대한 흥미를 키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29살이었고 이제 서른이 되었습니다.
서른살이 되면서 확실히 자신감이 확 떨어지긴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은 신경안쓸지 몰라도 서른살 여자가 '신입'으로 도전하기에 심리적 압박감이 좀 컸습니다.
게다가 시간은 흘렀지만 경력은 여전히 안쌓이는 느낌이라 시간을 돌리고 싶었습니다.
네번째 회사 - SI
나 진짜 개발자로 먹고 살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작은 SI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면접 자리에서는 회사 자체 솔루션을 vue로 만들려고 한다고 들었으나 Spring 업무를 맡게 되었고
당연히 Spring도 다 배우지 못한 채로 수료한 지 거의 1년이 다되가는 시점이었으니 저는 정말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입사 후 공부하라면서 이것 저것 시켜보더니 2주 정도 후에 팀장님이 따로 부르더니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업무가 많아 누굴 가르칠 여건이 안되는데 지금이라도 퇴사를 원하면 그렇게 하고, 아니라면 한 번 스스로 공부해보고 한 달 뒤쯤 테스트를 할테니 통과하면 그때 받아줄게'라고 얘기했습니다.
하하....진짜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못하는 게 사실이니 뭐 어쩔 수 있나요.
하지만 좌절하지 않은 '척'하면서 그래도 계속 회사 다니면서 해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운지 물어보더라구요......;
전 남아서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굳이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면서 혼자 네이버 부스트코스에서 웹UI를 수강했습니다.
https://www.boostcourse.org/web344/joinLectures/78637
덕분에 웹 UI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이 경험은 나중에 퍼블리셔와 대화하거나, 혼자 퍼블작업을 할 때 아주 유용했습니다.
주말에 하는 Spring 강의를 찾아 5주동안 진행되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것도 내일배움카드로 들었어요)
친구들이랑 스터디도 계속 진행했습니다.
알고리즘스터디도 하고 소프트웨어공학도 하고
회사에 스터디한다고 얘기했더니 그런걸 왜 공부하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뭐 굴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쫓겨(?)나도 공부 열심히해서 다른 회사 가지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더니 어물쩍 그냥 일하라고 넘어가더라구요?
가끔 일도 주면서 어느정도 업무를 하다보니 프로젝트에 투입됐습니다.
제가 처음에 들어간 팀은 회사 사정에 의해 해체됐구요.
그래서 새로운 PM을 만나게 됐는데
이 분은 제 현재 실력보다 얼마나 하려고 하는 지를 봐주셨습니다.
덕분에 자신감도 얻고, 일도 열심히 했고 이 프로젝트 막바지에
프로젝트 내용을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 저라며.... 제가 남아 하자보수 처리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 프로젝트에서는 회사에서 저에게 프론트단(front-end 말고, 고객사의 고객이 사용하는 웹) 전체를 맡겼습니다.
퍼블리셔 사원을 가르쳐주면서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어느정도 개발을 진행했을 무렵
세번재 프로젝트 vue 프로젝트에 파견나가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첫번째 프로젝트 이슈가 터지면 그것도 해결해줘야하고,
두번째 프로젝트 마무리도 지으면서
세번째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려니깐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참으며 그냥 일했습니다. 계속.
연차 남은거 소진한다고 했더니 PM님이 내년에 재량으로 쓰게 해줄 테니깐 참아달라는 얘기도 듣고
Vue 프로젝트 개발의 전반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회사 내에 vue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고
처음에 좀 고생하긴 했지만 하면 할수록 재밌었고
어려운 업무가 오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내가 해결해야된다!!는 사명감에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계속 안좋았고,,
월급도 다섯달 가량
한 달씩 밀려 나오거나, 100만원만 나오고 나머지는 또 그 다음달에 나오고를 반복했으나
너무 짧게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것 같아보일까봐 그만두지 못하고 최대한 참았습니다.
그러다 2021년 초.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국세청에 접속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연금 다 밀리고, 건강보험료도 다 밀린 걸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런 대책없이 방황만 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실력을 키워나가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꾸준히 스터디를 병행했고 깃허브도 관리하고, 저는 학원체질인 것 같아 주말에 학원에 나가 궁금한것도 배우고 계속 좋은 개발자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회사를 옮기며 알게 된 인연들과 연락을 지속하며 기술 트렌드도 계속 접하기도 했구요.
이런 노력이 부질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2021년! 여전히 이직을 거듭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