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ㄱr 허락한 유일한 ㅁr약… ★
운동이 힘들어지는 건 운동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도, 자세가 어려울 때도, 운동 강도가 너무 과할 때도, 근육통으로 온몸이 쑤실 때도 아니라 바로 BGM. 그러니까 배경음악이 운동 분위기를 망칠 때였다.
운동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유목민처럼 여러 운동들 사이를 기웃거리고 다녔다. 어렸을 때 했던 태권도와 발레부터, 성인이 된 뒤로 했던 홈 트레이닝, 방송 댄스, 걷기, 달리기까지.
홈 트레이닝은 근력 위주의 운동을 했기 때문에 몸이 너무 힘든 나머지 배경 음악에 귀 기울일 정신이 없었고, 방송 댄스는 아는 노래든 모르는 노래든 춤추며 계속 듣다 보면 결국 내 취향이 되는 마술 같은 면모 덕분에 음악이 운동에 방해되는 경우가 없었다.
문제는 단순한 운동인 걷기, 달리기를 할 때 생겼는데, 이어폰을 꼭 꽂아 놓은 내 두 귀로 분위기에 맞지 않는 음향이 흘러나오면 그야말로 흥이 깨졌다. 그래서 흥이 깨지지 않으려면 나만의 디오니소스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MUSIC★
내 취향으로만 점철된 플레이리스트이자 걷거나 뛰는 내 발걸음에 신나는 리듬을 전달해 줄 그런 음악!
최근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런데이(RunDay)’라는 앱과 함께.
‘런데이’는 2-3년 전 쯤에도 한 번 했었는데, 그때가 청소년기 이후로 가장 체력이 좋았던 시기라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터라 이번에도 고민 없이 ‘런데이’로 차근 차근 달리기를 시작헀다.
‘런데이’는 정말 장점이 많은 달리기 앱이다. 달리기의 ㄷ자에도 익숙하지 않은 초보 중의 왕초보 러너에게도 부담 없는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복잡한 기능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음성으로 제공되는 트레이너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등등을 가진 나에겐 거의 완벽한 달리기 앱이었다.
하지만 정말 단 하나의 단점이자 나에게만큼은 정말 크게 다가오는 아쉬운 부분은 바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로부터 귓가에 폭포수가 내리는 것 같은 박수를 받으며 달릴 때는 즐겁지만, 박수가 끝난 뒤로 앱의 기본 음악이 흘러나오면 갑자기 사기가 뚝 떨어진다. 기본 음악에 맞춰서도 달릴 수는 있지만 내 안의 흥이 팍 깨져버린다. 그래서 천천히 걷기 때는 몸에 힘이 더 빠진 채로 흐물흐물, 달리기 때는 딱 기본만 하는 마음으로 설렁설렁. 나오는 음악이 내 운동 리듬과 맞지 않을 때 이런 일은 쉽게 벌어진다. 결국 그 끝은 운동을 그만두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고.
하지만 이번 만큼은 저번처럼 달리기를 금방 그만 두고 싶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을 통해 저번에 내가 ‘런데이’를 그만둔 것은 음악 때문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내고, 이번에 1주 차는 ‘새로운 시작’ 버프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운동을 지속할 때 내가 그 음악과 어우러져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도통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무조건 내 운동 음악은 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방법을!
사실 ‘런데이’ 앱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설정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문제는 그게 무용지물이라는 거지만.
몇 년 전, 앱을 사용할 때도 갖은 방법을 써서 내 핸드폰 속 음악을 런데이로 불러오고 싶었지만 전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다시 시작할 때, 앱 모양도 바뀌었겠다 업데이트 됐으니까 되겠지! 했지만 내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사용자 음악을 설정하는 부분은 놀랍게도 전과 아주 똑같았다. 너무 똑같아서 이번에도 아무 설정도 음악을 나오게 할 수 없었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세상에. 왜 이제야 검색했지? 싶을 정도로 너무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었다.
정말 너무 간단해서 그동안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앱 내에서 뭔가 설정할 필요 없이, 아이폰이라면 ‘애플 뮤직’으로 음악만 틀면 된단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라니. 그날 바로 시도해봤다.
‘런데이’ 기본 음악은 끄고, 트레이너 음성은 볼륨을 85%로 맞추고 애플 뮤직으로 음악을 트니 완벽했다. 아직 달리지도 않았는데 기본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달리기는 성공이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이젠 신나게 나만의 달리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까 했지만 금방 생각을 접었다. 아직 달리기에 습관이 들지 않은 상태였고, 이대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분명 음악 고르다 지쳐서 오늘의 달리기를 하지 않을 게 뻔했다.
시작 전 단계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라는 나만의 원칙에 따라 새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대신 원래 있던 걸 활용하기로 했다. 이미 애플 뮤직과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고 애플 뮤직에는 내가 늘 신뢰하는 플레이리스트들이 있었다. 운동용도 물론. 없을 리가 없었다.
피트니스 팝, 퓨어 피트니스, INTENSE Sweat, Nike Marathon Mix, Nike Run Club, CARDIO Sweat.
애플 뮤직이 엄선해 놓은 귀한 탄환들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제 뭐가 좋은지는 하나씩 하나씩 쏘며 달려보면 될 일! 빵야- 빵야- 빵야-!
애플 뮤직의 플레이리스트들과 여러 차례 운동을 함께 하며, 내 취향의 음악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다. 내 흥을 북돋아주고, 달리기의 리듬을 바꿔주는 음악들. 그런 음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쿵 짝 쿵 짝하고 울리는 기본 박이 크게 들린다.(크게 울리는 박에 맞춰 발을 구르면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리듬감이 생긴다.)
둘째, 기본 박 사이로 자잘하게 쪼개지는 신명나는 리듬들이 있다.(이 부분이 내 ‘흥’과 ‘신남’을 좌우한다.)
셋째, 위 두 가지에 더해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까지 적절하게 섞여있다면 금상첨화!
그렇게 잘 맞는 음악과 새로이 시작한 달리기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전에는 본 운동의 천천히 걷기 시간에 정말 처-언천히 걸으며 맘껏 쉬기만 했는데 음악이 바뀌니 산뜻한 발걸음으로 파워 워킹을 하는 시간이 됐다.
달리기할 때도 전에는 폼만 달리기였는데 이젠 발바닥이 땅에 언제 닿는지도 모르게 발 재간이 내 두 귀에 흐르는 음악의 리듬을 타는 느낌! 음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전부가 바뀐 기분이었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산뜻함이 과즙을 한껏 머금은 귤 알맹이가 팡팡 터지듯, 바람과 공기가 닿는 곳에 퐁퐁 솟아올랐다.
달리기가 심장의 박동수를 올려준다면, 음악은 달릴 때 몸에 맞닿는 감각들이 만드는 기분 좋은 상쾌함의 박동을 울린다. 귀찮아하며 운동을 나온 나에게 엉덩이를 툭툭 치며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 발바닥에 닿는 땅을 휘모리 장단으로 차며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언제나 음악이다.
부록(이지만 가장 중요한):What’s In My Playlist!
여러 플레이리스트를 돌며 달리기를 하다 보니 특별히 더 내 취향인 곡들이 생겼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특별히 더 내 취향이 아닌 곡들도 드문드문 발견하게 됐다. 문제는 역시 내 취향이 아닌 곡들이 흘러나올 때였는데, 그게 한창 달리고 있을 땐 상관이 없었지만 웜업과 쿨다운으로 배당된 시간에 그런 곡이 나오면, 그 5분을 견디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넣게 된 것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의 시작이었다.
‘런데이’ 앱의 트레이닝은 준비 걷기(5분) – 본 운동(달리기, 천천히 걷기) – 마무리 걷기(5분)으로 진행되는 데, 처음에 내가 건드린 부분은 준비 걷기 시간이었다.
늘, 언제나, 시작은 중요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준비 걷기 시간에 어떤 음악이 나오느냐가 그날 운동의 결을 좌우했다. 즐겁게 시작해서 산뜻한 분위기로 운동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운동 분위기와 썩 맞지 않는 음악을 가져와 내 흥을 깨트리고 사기를 저하시켜 5분이 50분이 되는 지루함을 견디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내 선택은 당연히 전자였다. 그래서 공들여 고르려고 했는데, 운 좋게도 내겐 이미 딱 맞는 음악이 있었다.
바로 Jonas Brothers 의 Sucker !
이 곡은 그야말로 웜업에 딱 좋은 노래다. 시작부터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는 게 아니라 온몸이 들썩들썩이는 리듬이 나를 감싸는 느낌! 오늘은 쉴까? 하는 마음, 귀찮음, 피로 등과 함께 문밖을 나섰어도 이 노래만 들리면 그런 마음은 싹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를 신명나는 리듬들이 채우며, 노래가 점점 하이라이트로 감에 따라 내 기분도 달리기에 적합한 정도의 신나는 흥분감으로 끌어올려 준다. 그래서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달리기하기 딱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꼭 듣는 곡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래는 3분 내외여서 5분을 채우기 위해 한 곡이 더 필요했는데, 또 다른 곡은 애플 뮤직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났다.
Aloe Blacc의 Can You Do This는 리드미컬한 곡이라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가사가 한 몫 했다.
“너할수이쒀?너할쑤이쒀?”하고 묻는 노래에 “나할쑤이쒀할쑤이쒀!”라고 대답하며, 달리기를 준비하기에 아주 딱인 곡이어서 듣자마자 바로 플레이리스트로 안착했다.
준비 걷기 할 때 좋은 음악을 찾고, 그다음으로 손본 곳은 역시나 똑같이 5분을 차지하고 있는 마무리 걷기였다. ‘런데이’ 초반에는 마무리 걷기 때 영 취향이 아닌 곡이 나와도 참기만 하고 음악을 바꿀 생각은 못 했는데, 트레이닝을 몇 번 하다 보니 여유가 생겨서 어느 날 핸드폰을 꺼내 들고 맘에 드는 곡이 나올 때까지 곡을 옆으로 넘겼다. 그러다, 운 좋게 정말 보물 같은 곡을 찾았다.
운동 후의 거친 숨소리나 질척이는 땀, 힘든 몸이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대신 달리기를 마친 후 느껴지는 뿌듯함과 천천히 걸을 때 다가오는 바람의 산뜻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는 음악. WALK THE MOON의 Timebomb을 들으면 온갖 불쾌함은 다 사라지고 상쾌한 느낌들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게다가 곡이 약간 하이틴 영화/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고 반짝이 가루처럼 내 주위로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덤!
하지만 Timebomb이 끝나가자 이 느낌이 끊기지 않을 다른 곡이 필요함을 느꼈다. 무슨 곡이 좋을까 고민하다 원래도 좋아하던 곡이 떠올랐는데, 꽤 괜찮을 거 같아서 바로 틀어봤다. 역시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입부부터 확실한 리듬으로 곡 전체를 끌고 가는 Coldplay의 Viva La Vida는 마무리 걷기에 딱 어울리는 곡이었다.
긴장감을 풀어주면서도 발걸음이 늘어지지 않게, 탁월한 리듬으로 잡아주는. 게다가 가사 때문인지 몰라도 듣다 보면 내가 꼭 어느 나라의 조상쯤 되는 왕이 된 느낌이다. 그래서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여기가 바로 내가 정복했던 땅이구나. 허허허. 후대가 잘해서 태평성대를 이룩했구나.” 이런 상상을 하며 한 발, “이 한 걸음엔 평화가,” 또 한 발, “또 다른 걸음엔 풍요가 있구나. 허허허허.” 하고 걸으면 시간도 잘 가고 무엇보다 꽤 재밌다.(사실 엄청 재밌다!)
사실 내가 플레이리스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은 이게 전부다. 본 운동에 들어가면 정신이 없기도 하고, 이미 뛰면서 심박수도 적당히 올라가있기 때문에 첫째, 둘째, 셋째 기준에만 맞으면 웬만한 음악들은 플레이리스트의 중간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대강 괜찮은 곡들로 채워 놓고, 또 바꾸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곡만은 꼭 집어넣어야 돼! 뺄 수 없어!’ 하는 곡이 딱 하나 있다.
이 곡은 정말 달리기하는 분들이라면 플레이리스트에 꼭 한 번 넣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노래인데, 영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OST 중 Blackway & Black Cavier의 What’s Up Danger, 라는 곡이다.
‘런데이’의 트레이너 선생님은 늘 달리기할 때 페이스를 지키라고 하시고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이 곡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나도 모르게 뚠뚠뚠뚠뚠 혹은 쿵쿵쿵쿵쿵으로 고조되는 리듬에 발장구를 맞추고, “캔ㅌ스땁미나우(Can’t stop me now)”가 나오면 속으로 “아무도나를막을쑤없쒀어어어어억!!!!!”이라고 외치며 카트 게임의 부스터를 운동화 뒷창에 단 듯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가 되어버린다. 그러고는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멀쩡한 사람이 돼서 원래의 페이스로 돌아 가고.
이런 재밌는 포인트가 있어서 본 운동 중에 랜덤으로 음악이 나오면, 이 노래가 걷기 때 말고 꼭 달리기 할 때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걷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나, 달리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나 크게 운동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있어서 걷기에 좋은 음악이 달리기에, 달리기에 좋은 음악이 걷기에 어느 정도 어울린다. 그래서 랜덤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괜찮은데, 그럼에도 ‘어느 정도’ 라고 말한 이유는 같은 음악이라도 걷기 할 때 나오냐, 달리기할 때 나오냐에 따라 살짝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예로 위에 나온 Viva La Vida 같은 경우에는 걷기를 할 때 들으면 약간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느낌이지만, 랜덤으로 달리기에 딱 걸리면 과거가 내가 뛰고 있는 지금, 현재가 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정복 전쟁을 하고 있는 거고, 내가 달리는 만큼 다 내 땅! 한 발짝 더 달리면 그 한 발자국만큼 더 내 땅! 이런 느낌이라 더 열심히 달리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사실 플레이리스트만 잘 정해두면 랜덤으로 어떻게 걸리든 상황에 따라 다 적절하게 섞인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달리기에 중요한 건 체력도 지구력도 아니고, 언제나 음악이다.
달리기는 더 달리기스럽게, 걷기는 더 힘차게 걷게 만들어주는 그런 음악!
*정리*
1)준비 걷기 : Jonas Brothers – Sucker/ Aloe Blacc - Can You Do This
2)마무리 걷기 : WALK THE MOON – Timebomb/ Coldplay - Viva La Vida/ 오마이걸 – Dolphin(팬심 + 요즘 빠진 곡)
3)달리기할 때 꼭! : Blackway & Black Cavier - What’s Up Danger(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OST)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1863202/)